지난 1월 22일 서울역에서 발생한 노숙인들의 집단투쟁으로 더욱 부각된, 공공역사를 생활의 근거지로 이용하고 거쳐 가는 노숙인 등 위기계층의 문제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여전히 철도공사는 오히려 가능하지도 않은 노숙인과 시민들의 접촉을 차단하려는 추방과 단속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철도공사가 공공역사로 유입되는 노숙인과 같은 위기계층을 지원할 체계나 근거가 전혀 없고, 이해도마저 부족한 상황이며,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여론의 악화로 인해 개입의 어려움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는 회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철도공사가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개입하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제이다.
노숙인들의 서울역 집단투쟁 이후 구성된 노숙연대모임이 진행한 「거리생활자 인권 및 생활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는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시사점을 드러내 주고 있다. 결과보고서에는 공공역사를 주요하게 선택한 이유로 ①마땅히 가 있을 곳이 없어서(44.4%), ②동료들이 있어서(15.9%), ③인근에 인력시장이 있어서 (12.7%) 로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최초 노숙 시기를 분석해 보면, 1995-1999년(28.3%) 보다 2000년-2004년도에 처음 노숙을 한 최근 노숙인구가 57.5%에 달하고 있다.
이는 공공역사가 지니는 불가피한 의미가 크다는 것과 이후에도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노숙생활자들이 확대·유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속 위주나 일회성 대책이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도 역사의 이용에 대한 충돌과 갈등이 계속 될 것이고, 이번 집단투쟁에서 드러났듯 잠재적 폭발성을 안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실업과 빈곤의 문제가 심각해져 감에 따라 더욱 구조화 될 수밖에 없는 노숙인 등 위기계층의 문제에 대해 공기업이 직접 개입해 다양한 관련주체들과 함께 협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권옹호와 지원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국철 역과 그 주변, 그리고 열차에까지 일자리가 없어 배회하는 사람들과 노숙생활자가 현저히 증가해 공공서비스 기업이 직접적인 대책을 수립해야할 상황에 직면 하게 되자, 이를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응급성에 대응하는 활동으로 규정하고 전문조직과 단체뿐만 아니라 국철, 각지의 공공교통공사, 그리고 프랑스 가즈 전력공사 등의 공공서비스기업까지 참여하는 국철의 연대위원회(1993년 조직)를 구성하고, 일시적으로 곤란함에 맞닥뜨린 여행자(증명서와 약물의 분실 또는 도난, 길을 잃음, 혹은 몸이 아픈 여행자), 그 외의 역이용자(홈리스생활자, 배회자, 빈곤자, 성매매 남성과 여성 등)와 조치 필요자에 대한 상담과 원조를 수행하기 위해 공공역사내에‘여행자 SOS’를 설치해 ①기본적인 정보제공(경찰, 도시교통서비스 등의 정보), ②단순한 원조(주소, 전화번호 찾기, 역의 동반활동, 휴식, 상담 등)부터 특별한 원조(이후 상황에 대한 상담, 상황을 검토한 후의 욕구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조직과의 연계조정)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대책 수립과 지원활동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철과 같은 공공역사가 전쟁 또는 식민지로부터의 입국자, 농촌으로부터 도시에 직업을 찾기 위해 유입되는 사람들, 실업과 빈곤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거쳐 갈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공기업의 사회공헌과 공공성을 확대해 나가는 당연한 활동이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98년 이후 한국적 현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서울역과 같은 공공역사는 다중이용시설로서의 일차적 기능 이외에도 가출청소년, 폭행피해 부녀자, 노숙생활자, 인근 쪽방 거주민 등 한계 상황에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에게도 거쳐가는 관문이자, 이용의 공간으로 피난처와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만취자’,‘건강악화자’,‘조치필요자’등과 같이 즉각적인 위기개입이 필요한 계층이 상존하는 곳이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서울역 등 대도시 공공역사에서는 무료진료소, 가출청소년 상담소, 부녀자 보호소, 법률구조공단의 무료법률상담, 주취자 보호소 등을 운영했거나 현재도 공공역사를 중심으로 일부 지원 기능이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기능은 흩어져 있거나 행정적 지원과 사회복지·공공서비스 자원과의 연계 기능 결여로 인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일회적 대책으로 기능해 왔다.
이제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공역사를 관리하는 주체와 공공역사를 이용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향에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철도공사는 민자역사로 탈바꿈하며 대부분의 공간을 이윤창출을 위해 내어 주고, 문제의 원인을 생존을 위해 공공역사로 몰려드는 노숙인 등 위기계층에게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늘 한계적 상황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언제나 역사를 제일 처음 떠올리고 찾아온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추방과 단속위주의 대책에서 벗어나 공공역사에서의 위기계층 지원대책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적극 나서야 한다.
이미 작년부터 노숙관련 단체들은 계속해서 문제의식을 제기해 왔으며, 노숙인들의 서울역 집단투쟁이후, 특히 최근에는 철도공사의 현실적 부담을 고려해 철도공사의 의지만 확인이 된다면, 언제든 노숙관련단체와 노숙연대모임을 비롯한 제 사회단체들과의 우선 협의구조를 마련하고 「철도공사의 사회공헌과 공공역사에서의 노숙인 등 위기계층 지원대책안」마련을 위한 협의를 함께 진행해 갈 수 있음을 제안해 놓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언제까지 미루고 회피할 것인가? 이것은 철도공사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응급성에 적극 대처함으로써 오히려 민자역사의 공공성을 확보해 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