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도 인간이고 여성이다

"왜 장애여성이 성매매 현장에 있는가, 언론도 사회도 관심 안 갖는다"

지난 3월 27일 하월곡동 성매매업소의 화재사건으로 성매매 여성 4명이 운명을 달리하였다. 지금까지 군산에서 또는 여러 성매매 집결지에서 몇 차례 화재사건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현장 여성들의 희생이 있었다. 이러한 일이 생겼을 때, 우리가 놀라워하는 것은 성매매현장의 여성들의 비인간적인 생활이었다. 철망으로 가려진 창문과 폐쇄적인 공간과 그녀들의 일상적인 삶에서는 비인간적인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러한 것들을 전해 듣거나 카메라를 통해 보면서, 그녀들의 삶을 마치 나와는 아주 다른 지구촌 어느 곳의 사건처럼 그다지 고민 없이 또 잊으며 살아간다. 이 번 사건도 틀림없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또 잊혀질 것이다. 나의 딸만 아니면, 나의 아내만 아니라면 나와 무슨 상관있겠느냐며 잊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 많은 남성들은 회식이 끝나면, 언제나 그래왔듯이 성매매의 현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집안에서 함께 뉴스를 보며 안타까워하던 내 아버지 내 남편은 누구이고, 성매매 현장에 가는 아버지와 남편들은 누구인가.

그 화재 현장에 정신지체여성이 있었고, 현재 심한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각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을 앞 다투어 기사화했다. 하지만 언론은 화재가 나기 전에 정신지체여성 A씨가 문자로 경찰에 구조요청을 했고, A씨를 경찰서에 데려왔으나 A씨가 쉼터가기를 거부하여 성매매 현장으로 다시 보냈다는 것에 대한 경찰의 실수를 질책하는 기사들로 일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장애여성도 성매매 현장에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기사들을 보면 장애여성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또한 경찰의 장애를 바라보는 무지함에 대한 지적보다 경찰의 근무태만과 포주와의 결탁에 대한 질책만이 있을 뿐이었다. 장애여성이 성매매현장에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2003년 성남 성매매 집결지에서 두 명의 장애여성이 구출되었고, 그 때 잠깐 세상이 놀라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린 잘 알고 있다. 성매매 현장에 있는 장애여성들은 정신지체여성뿐만 아니라 지체장애여성도 있다는 것을...

장애를 가진 여성이기 때문에,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배제되고, 노동현장에서도 소외되는 장애여성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포주들이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성매매 현장에 있게 된다.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소통의 방법을 찾지 않는 이 사회와 견고한 남성 성문화는 장애남성과 또 다른 입장으로 장애여성도 성적대상화하기 때문에, 그들은 성매매 현장에 놓여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있다. 성매매 현장 활동가들이 의아해 하는 것이 현장에서 구조해주겠다는 제안에도 장애여성들이 선뜻 탈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애여성이 그곳을 떠나 쉼터를 간다 하더라도 성매매 장애여성 전문 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편의시설과 장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장애여성이 비장애여성 기준의 쉼터에서 사회화되기는 어려운 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여성들이 성매매 현장을 일시적으로 떠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또 성매매현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갈 곳 없는 장애여성들은 포주들에게 돈을 빼앗기고, 갖은 폭력을 당하면서 까지 ‘내가 착한 사람이라 널 데리고 있는 것이니 감사하라’는 포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곳을 벗어날 수 없다. 또 정신지체 여성에게는 이모, 언니라는 관계를 만들어 관계에 충실한 장애를 이용해 장애여성을 착취하는 포주들도 있다. 이러한 것을 비장애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장애여성에게는 절박한 현실이 있기에 장애여성들은 드러나지 않게 성매매현장에 있다.

안타까운 점은 ‘왜 장애여성이 성매매 현장에 있는가’에 대해 어느 언론도, 사회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모두 하나 같이 경찰을 질타하는데 장애여성을 이용할 뿐이었다. 경찰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것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장애여성의 현실과 삶에 대한 이해 없는 언론이나 사회는 ‘과연 경찰과 다를 것인가’ 하면 그다지 다르지 않다. 장애여성도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성문화의 희생자이고, 차별의 희생자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면 경찰처럼 장애여성을 성매매 현장으로 보내게 될 것이며 현재도 성매매 현장에 놓여있는 장애여성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장애여성의 심각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 그녀들은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이기에 그녀들이 성매매 현장에 있는가? 과연 나의 삶과 그녀들의 삶은 상관없는 문제인가?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앞으로도 A씨와 같은 장애여성들이 더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뒤늦게 놀라워하거나, 별 다른 사람으로 볼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같은 여성이고, 사람이라는 것을 공감하기를 바란다. 다시는 이런 피해 장애여성들이 생기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 우린 뭘 해야 하는가...
덧붙이는 말

박영희 님은 장애여성공감 상임대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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