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라는 이름을 자랑스러워한다. 노동자는 세상을 만들고 움직인다. 성실하게 일하는 자들이 희망을 갖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노동자’라는 이름은 투쟁의 산물이다.
정권은 단지 성실하게 일만 하는 ‘근로자’라는 이름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에게 강요해왔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은 3월 10일 근로자의 날을 뒤집어 5월 1일 ‘노동자의 날’로 바꾸는 등 수동적인 ‘근로자’의 이름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 조직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라는 이름을 쟁취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과 부르주아 언론들은 ‘노동자’라는 이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일례로 선생님들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건설하겠다고 했을 때 ‘존엄하신 선생님’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난리를 치기도 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그들의 압력과 탄압을 넘어 스스로 노동자라는 사실을 확신하며 노동조합을 지키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찾았듯이 노동자들은 지난하게 투쟁해서 노동3권을 노동자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 힘에 근거해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했다. 그리고 경제적인 이익을 넘어서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발언하고 투쟁의 힘을 높여왔다.
이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노동자들을 부려먹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서 이런 힘을 빼앗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서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해서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파견이나 용역으로 노동자들을 일 시켜서 원청이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고 마음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노사관계로드맵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려고 한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에서는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니게 하는 방법도 개발한다. 많은 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니라고 규정해서 노동자의 권리에서 배제시키는 이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노동자들에게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내게 하고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건설운송노동자들, 화물연대 노동자들, 골프장 경기보조원 노동자들, 학습지 노동자들, 보험모집인 노동자들을 기업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사장님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 위함이니, 권리를 제한하는 방법치고는 유치하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들이 계속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내놓으라고 투쟁을 하니까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특수고용 특위를 만들어서 논의를 해왔다. 올해 6월까지 안을 내겠다고 하는데, ‘유사근로자’라는 이상한 개념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노동자가 아니라 노동자와 비슷할 뿐이므로 노동자들이 누릴 권리를 다 누릴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단결권이 아니라 단체를 만들 권리를 일부 인정해주고, 4대 보험도 일부만 적용해주겠다고 한다.
이것은 법리 논쟁이 아니다. 그들이 이런 안을 내놓는 것은 정말로 노동자인지 아닌지 헷갈려서가 아니다. 기업에서는 어떻게 해야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을지 연구하여 노동자들의 계약과 관리 통제 형식을 약간 변형시켜본 것이고,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이런 기업들의 술수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노동하는 특징을 보면, 이런저런 점에서 노동자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증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저들이 ‘유사근로자’라는 이상한 이름짓기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으려 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노동자’라는 자신의 이름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노동자들이 쟁취한 권리를 우리 스스로가 쟁취하는 길에 다시 나서야 한다. ‘노동자’라는 이름은 투쟁을 통해 권리를 만들어가는 자들의 것이다. 노동자는 단결과 투쟁으로써 자신이 노동자임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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