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혁명과 국가이익의 세계재편전략

피를 흘리지 않고 시민혁명을 이룩한 것을 비유해 흔히 ‘벨벳혁명(velvet revolution)’이라고 일컫는다. 1989년 11월 체코슬로바키아의 시민혁명 이후 그 지도자였던 하벨(Vclav Havel)이 말한 데에서 유래하여, 이후 동유럽 대부분의 반공산주의 시민혁명에 적용된 말이다.

이제 벨벳 혁명은 소련의 해체 이후 성립된 독립국가연합(CIS)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3년 그루지야의 장미혁명,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레몬 혁명’이 그것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진영에서는 벨벳 혁명이 민주주의 혁명이라고 선전해 왔다. 소련 붕괴 직후 동유럽을 휩쓴 민주화 도미노를 벨벳 혁명으로 찬양했듯이, 독립국가연합의 변화도 민중의 민주화 의지가 혁명의 원천임을 과시하고 치하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적 입장에서 세계를 주시하는 사람들은 이미 벨벳 혁명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자본주의 재편전략임을 통찰해 왔다. 그중 주목할 만한 입장은 ‘색깔 혁명’으로 통칭되는 독립국가연합 회원국들의 잇따른 민중혁명이 러시아 변방을 장악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포석의 산물이라는 관점이다. 영국 더 타임스의 저명한 논평가 사이먼 젠킨스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키르기스스탄의 색깔 혁명을 “시어빠진 레몬”(Sour lemons)으로 비유한 바 있다.

그렇지만 세계 재편의 정치 전략 속에는 반드시 경제적 이익이 숨어 있다. 현대 사회에서 세계전략 또한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독립국가연합국들의 색깔 혁명도 국제정치경제적 이익이 치열하게 각축하는 장에 다름 아니다.


색깔 혁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독립국가연합국들의 지정학적 요인과 그것을 둘러싼 경제적 이익을 파악해야 한다. 이 국가들은 카스피 해를 둘러싼 중앙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며, 카스피 해는 약 2천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특히 기존의 송유관뿐만 아니라 금년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총 연장 1천 750킬로미터의 BTC 송유관이 문제의 핵심이다.

기존의 송유관은 카스피 해를 중심으로 북쪽 경로와 남쪽 경로로 나누어진다. 북쪽 경로는 카자흐스탄에서 시작하여 러시아를 거쳐 벨로루시와 우크라이나를 거치거나 러시아와 흑해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진다. 남쪽 경로는 투르크메니스탄과 러시아 체첸 및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와 흑해를 거쳐 유럽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8년간의 논란 끝에 2002년 미국의 주도로 착공된 새로운 송유관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그루지야의 트빌리시를 거쳐 터키의 세이한까지 원유를 수송한다. 특히 이 새 송유관은 러시아 영토를 거치지 않고 카스피 해 원유를 공급하기 때문에,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유력 석유회사들도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색깔 혁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는 기존의 송유관과 밀접히 관련된 지역으로 미국과 서유럽의 경제적 이익이 러시아와 첨예하게 대립한 지역이다. 체첸 역시 이 송유관과 얽혀 있으며, 이것이 바로 러시아가 체첸을 독립시키지 않고 끝까지 장악하려는 이유가 된다.

반면 최근에 문제가 된 키르기스스탄은 카스피 해에서 떨어져 있어 송유관 문제와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일부 비판적 견해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만 해석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러한 해석도 무시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도 새로운 송유관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새로운 송유관을 둘러싸고 미국과 러시아는 첨예하게 대립해 왔고, 그 대립은 급기야 무력시위로까지 이어졌는데, 그 가운데 키르기스스탄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키르키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약 3천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아제리바이잔에서도 미군기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도 키르키스스탄의 칸트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파키스탄과 ‘테러 및 마약 소탕합동전’을 계획하고 타지키스탄에 군대를 주둔시키려고 기지를 건설 중이다.

물론 키르기스 사태는 배경과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 때와 같이 외세 개입 흔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생각해 볼 때 아직은 분명하지 않지만,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거시적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서는 미국과 영국 등이 반정부세력에 막대한 자금과 선전선동 노하우를 지원했으며, 폴란드 등의 시민운동그룹이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것도 서방의 개입과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도 분명히 존재한다. 새 송유관과 관련된 키르기스스탄의 중요성을 볼 때 이 나라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직접적인 개입이 아니라 평화적인 민중봉기와 같은 우회적 방법을 사용하는가? 그것은 옛 동유럽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독립국가연합은 이른바 러시아의 영향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적 이익에서도 러시아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지역이라 섣부른 군사적 개입이 몰고 올 파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침 이 국가들은 오랜 독재정치에 시달려 왔다는 공통점이 있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민주화 세력들을 지원하면서 친미로 유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존재한다.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파급효과가 강한 색깔을 상징으로 선전하는 것이다. 부시 미대통령이 살육의 이라크전을 두고 “퍼플(보라색) 혁명”이라고 지칭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색은 눈을 첨예하게 자극하여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시각 현상에 약한 것이 사람이고 강력한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것이 또한 대중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대로 믿는 것은 역사의 왜곡으로 이어지기 쉽다. 강렬한 색 속에 숨은 암흑도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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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처녀

    독도문제에 대한 남북공조선언을 보면서 아연실색했다구요?
    한목소리를 내면 안되기 때문이라고요?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로 결집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구요?

    당신은 일본제국주의와 싸웠던 항일혁명사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그들은 상상의 공동체에서 계급적 개념도 없이 미친짓을 한 것인가요?

    '참세상'이라는 새 언론에 기대하는 바가 컸는데
    아마도
    반민족좌파진영의 목소리를 모아보자는 의도인 것 같군요

    장귀연 작가에게 한 마디만 물읍시다
    그래서 뭐 어쩌자구요?
    일본 제국주의의 독도침탈야욕에 맞서 싸우려는 남북노동계급의 연대를,
    유럽제국주의전쟁에 동원된 유럽노동운동의 역사와 동일시하는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하자고 할 것입니까?

    누가 이런 글을 섬세하다고 하는지...
    민중의 이익을 섬세하게 관찰하기는커녕
    유럽의 역사를 한반도 문제에 끼워 맞추는 관념성에서 섬세함이라니...
    자기관념에 빠져서 아노미에 빠진 글이 섬세하다니....

    평생 아노미에만 빠져 사세요

    개념없는 지식인들의 넋두리를 들으면
    한숨밖에 안 나온다

  • 한마디만 더

    글구.....
    백수인거 자랑마쇼
    하여간 먹물들이란.....

  • 계급좌파

    말 잘했습니다, 민족좌파인것처럼 보이는 양반. 진정 이런 글이 '관념적'이라고 생각한다면 '관념적'인 맆흘질보다는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담은 글을 제출하는 것이 더 타당할 듯 싶은데요.

    메이데이는 노동자 국제주의의 축제이자 투쟁의 장입니다. 전세계 노동자계급이 하나로 단결하여 전세계의 총자본과의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란 말입니다. 그런 자리에 '우리 민족의 이름으로' 일본 너희를 그냥 두지 않겠다는 선언이 어디 가당키나 하단 말입니까?

    일본 제국주의의 독도침탈야욕, 좋습니다. 그런데 거기에다 '우리 민족의 이름으로 너희를 그냥 두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노동계급의 연대인지 저는 잘 모르겠군요. 차라리 일본 제국주의에 함께 연대하여 저항할 것을 일본 노동자들에게 호소하는 선언이었으면 모르겠습니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관념적이라고 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독도문제가 지금 정국에서 '민중의 이익'인가요? 진짜로 자신이 민중의 이익을 '섬세하게 관찰'했다고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얌전히 '민중의 소리'로 꺼져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그게 어떻게 '섬세한 관찰'이 되는지 얘길 하던가...

    민중언론 참세상에서까지 이렇게 찌질한 맆흘을 보게 될지는 몰랐네요. 참 답답합니다.

  • 노동자

    일제하 공산주의자들의 투쟁이 민족해방을 요구하는 성격을 가졌던 것은 진정으로 노동자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에서 였습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해방 정국에서 우파들과 대립할 필요가 없었겠죠.
    봄처녀님의 주장대로라면, 아마 해방정국에서 우파들과도 민족적으로 연합하지 못한 북조선 공산당의 김일성 장군님도 오류를 범한 것이 될 것같군요. 하지만 그들 공산주의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장귀연님의 글에서 '계급적 개념도 없이 미친짓'이라는 식의 표현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 맹목을 인식하라는 겁니다.
    최근, 독도를 둘러싸고 한총련과 자유총연맹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구호로 집회를 하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습니다. 봄처녀님의 글을 보면서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그리고 '반민족좌파진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하는 것을 보니 '개념없는 지식인' 비판하실 만한 자격은 되는 것같군요. 개념 많아서 좋으시겠어요. 하지만 '개념'은 그런 식으로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 여름

    전세계 노동자들의 계급적 투쟁을 벌여 내야 할 노동절 집회에서 축구때나 부르는 아리랑이나 부르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이미 민주노동당의 독도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았었는데도 민주노총이 그보다 더한 언어적 수사를 남발하며 독도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보고 참 한심했습니다. 어떻게 남한 노동운동을 말아먹고 있는지 자신들은 모르나 봅니다. 암튼 장귀연님 글 보고 속이 다 시원 했습니다.

  • 반민족좌파진영(그런게 있다면) 중의 한명

    장귀연님이 글을 써주셔서 속이 시원했습니다.

    근데 봄처녀!
    당신의 생각이 맞다 칩시다. 그래도 남는 심각한 문제는 있습니다.
    현재 절실히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투쟁사업장이 수십 곳인데, 민주노총은 그들에게 제스춰가 아닌 실질적인 연대를 한 적이 있던가요. 오히려 사회적합의주의에 반대한 비정규노조들에게는 싸가지 없는 내논 자식 취급하지 않았던가요. 자신들이 대표하는 남한 노동자들과도 연대하지 못하면서 누구와 연대한다는 겁니까
    또 남한 노동자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세력에는 응징은 커녕 위협도 못하면서, 누구를 철저히 응징한다는 겁니까

    그리고 민주노총!
    그런 성명은 노동자들 이름팔아서 발표하지 말고, 걍 집행부가 그렇게 하겠다고 발표해라. 나도 남한의 노동자지만 난 그 성명내용에 동의한 적 없다. 왜 내이름 팔아서 니들 하고 싶은 거 하냐.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를 조국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나와 같은 땅에서 나고 비슷한 유전형질을 지닌 사람들을 민족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설사 꼭 그렇게 불러야 한다면, 나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고, 민족이란 이름으로 한데 뭉치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열심히 노동하며 투쟁할 뿐.




  • 현장활동가

    문예선봉활동가의 일부가 자기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불참(보이콧)한 것 그것이 사실 그자체 입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문선대를 적으로 삼아 문선활동을 봉쇄한것이 아니라 문선대의 일부가 사회적교섭을 반대하여 민주노총 지도부를 적으로 삼고 자신들의 정치적입장을 이유로 노동절문화제를 거부하여 불참(보이콧)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전혀 반대로 왜곡한 작가의 글을 보며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한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자기의 주장을 실었다해도 한쪽얘기만을 실어 객관성을 상실해버렸습니다. 이번 노동절 행사에는 참여한 문선대도 있고 불참한 문선대도 있습니다. 기사에서 불참한 사람들의 주장만 들어 있고 참여한 문선대의 얘기는 들어 있지 않은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주장이라해도 객관에 근거한 주장이 나왔을때 보편타당한 글이 되니까요.

    그날 참여한 문선대도 꼭두각시가 아닙니다. 십년이 넘게 활동한 사람부터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백이십여명이 넘는 동지들이 함께 했습니다.
    그들 모두가 사회적 합의주의에 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해서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노동절집회를 자신들의 기량을 무기삼아 불참을 선언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참석한 것입니다. 민주노총지도부보다는 그날 참여할 노동자들을 먼저 생각한것입니다.

    "뒤바뀐 연대와 적대"는 글을 쓴 "장귀연"작가와 그날 불참한 "문선대"들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적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아니라 자본과 정권이며 신자유주의를 내밀며 우리의 목줄을 죄어오는 미국과 일본입니다. 우리가 지금해야할 일은 현장을 조직해서 비정규직철폐투쟁에 앞장서야하는 것입니다.

    제발 자기 합리화에서 빠져나와 사태를 바로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만들어온 민주노조 역사의 과정에서 토론과 합의라는 우리식의 문화가 있습니다. 때로는 잘못된 기을 가기도 하지만 평가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입니다. 불참을 선언하거나 민주적의사를 가록막고 폭력으로 대의원대회를 망가뜨리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다시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간만에 진보넷의 글을 읽는데 어느것 하나 객관적인 글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 박현욱

    저는 민주노총 문화국의 부탁을 받고 수도권 지역에서 모인 율동패동지들의 논의를 통해 이번 율동 연출을 맡게 되었던 사람입니다.

    현장활동가 동지의 말씀 대로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 활동가 동지가 어느 분이신지 실명을 말씀해주시면 다음 기회라도 꼭 토론을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선 동지께서 지적하신 대로 이번 노동절 대회에 참여하신 문선대 동지들의 순수성이 왜곡 될 수 있도록 일이 진행 되었던 것은 동지의 표현대로 '불참'한 문화패 동지들도 많이 우려했던 지점이고 참세상의 기사에 그날 문선에 참여한 문선대 동지들의 의견이 다루어지지 않은 점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동지의 말씀대로 그날 참여한 문선대동지들이 꼭두각시가 아니라는 점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번에 입장을 발표하던 동지들도 현장일로 시간이 무리가 됨에도 불구하고 주 2회 이상씩 전체 회의를 하면서 신중을 기했으며 또한 입장 표명도 각 단위의 실명이 들어가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동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것은 전체 문화패의 생각이 아니라 그곳에 이름을 올린 문화패의 입장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지의 의견 중 일부가 동지의 생각과 모순되는 지점이 있는 듯 하여 말씀 드립니다.

    동지는 의견을 피력함에 있어서의 객관성을 중요시 하시는데 동지의 글 자체에서 오히려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지점이 있습니다. 자기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불참(보이콧)한 것이 사실의 그 자체라는 말씀도 거기에 해당됩니다.실제로 전체 회의에서 애초에 보이콧을 주장한 단위도 있었지만 토론을 통해서 설득이 되었으며 불참을 한 것이 아니라 못하게 된 것임이 사실입니다. 역시 님의 의견대로 노동절 대회는 민주노총 집행부의 것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것이기 때문에 불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가 된 것입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문선대를 애초에 적으로 삼았다고는 저도 생각지 않습니다. 적어도 문화담당자께서는 어려운 자리이지만 현장 문화패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셨고 그 역시 그간 없었던 발전적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만 문선활동을 봉쇄한 것은 맞습니다. 동지의 표현은 '문선활동을 봉쇄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셨지만 율동문선대는 가능한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모였으며 민주노총 문화담당자님과 금속 공공의 문화담당자 님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그분들이 요청하시고 이틀만에 수도권 지역의 율동패 활동가 동지들이 자신의 중요한 일정을 폐기하면서까지 18개의 패가 모여주었습니다. 동지의 말씀 대로 보이콧을 하려고 했다면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며 문화담당자님들을 만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를 통해 율동문선대장 부대장이 선임되고 토론 된 내용을 가지고 기획 연출단회의를 2회 참여했습니다. 동지의 말씀대로 토론과 참가를 전제로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씀드리면 "율동문선대가 내부논의를 거쳐 이런 문선활동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을 때 기획단 소속 문화담당자님은 "그렇다면 같이 못하니까 여기서 선을 긋고 갑시다. 우리 쪽 라인으로 문선대 조직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뜻이 관철되지 않자 보이콧 한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으시겠지만 그것은 그 입장표명에 참여한 문화단위들이 어떻게 토론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시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이십니다. 그래도 끝까지 토론하면서 마지막까지라도 혹시 기획단 동지들이 설득이 된다면 문선을 할 수 있으니 문선내용을 준비하고 연습하고 있자는 의견들이 많았으며 필요하다면 그 회의 과정의 회의록도 동지께 드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기에 기량을 무기삼아 불참을 선언했다라고 생각하시는 동지의 판단은 전혀 사실과 다르고 객관성을 결여한 내용입니다. 사실 혹시라도 문화패들의 연출안에 대한 내용과 토론이 늦어지면 노동절 대회 문화제를 준비하는 분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기획단에서 요청하시는 대로 철야를 끝내고 잠을 못자면서까지 무리해서 빠르게 논의를 진행시켰습니다. 70만 민주노총이 입장에 명시된 수도권지역의 문선대 동지들이 문선을 하지 않는다고 기량적으로 압박을 받을 거라고는 동지도 당연히 생각지 않을거라 여깁니다. 물론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동지의 말씀처럼 그것이 무기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동지의 말씀대로 때로는 잘못된 길을 가기도 하지만 평가하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입니다. 그렇기에 문화패 동지들은 그 잘못된 길을 가는 것에 대해 평가하고 동지가 소중히 여기시듯이 집회라는 대중공간에서 그것이 토론되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견지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길을 가는 것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이기 때문에 문화패 동지들은 각자 주머니를 털어서 입장을 만들고 동지들께 전달한 것입니다. 민주노총 지도부보단 그날 참여할 노동자들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노동자 대회에서 반드시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을 호소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잘 못된 길을 가도 아무도 평가하지도 않게 될 것이며 또한 전혀 토론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동지의 말씀 중에 민주적 의사를 가록막고 폭력으로 대의원대회를 망가뜨렸다고 하는 것도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대의원대회 장소에 있었으니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민주적 의사를 가로 막은 것은 그날 대의원 대회를 진행하시던 의장님이었습니다. 동지가 중요시 하시는 합의의 전제는 충분한 토론인데 토톤을 해야한다는 주장은 막혔습니다. 그리고 바로 의사결정으로만 가려 했습니다.

    동지의 말씀대로 우리의 적은 정권과 자본이기에 문화패들이 낸 입장에서 민주노총 지도부를 적으로 규정하거나 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단지 동지의 표현대로 잘못 된 것에 대한 평가일 뿐입니다.또한 현장을 조직해서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해야한다는 동지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그래서 5월 1일 노동자대회가 끝나고 '입장'을 냈던 문화패 동지들은 그냥 흩어지지 않고 아현동에 고공농성하고 있는 울산플랜트 동지들과 연대하기 위해 달려갔고 미천하나마 연대집회를 함께 하고 마무리 했으며 이후 실천적 연대를 결의하기도 했습니다.

    동지의 의견대로 문화패들이 낸 '입장'은 철저하게 정권과 자본에 대항해 싸워야 하며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총파업을 해야한다는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저 역시 개인적으로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합의에 찬성하는 동지들의 운동적 소신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그에 반대하는 동지들의 소신도 존중되어져야 하며 그것은 열린 공간에서 공론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말했습니다.

    어쨌든 현장활동가 동지가 제안하신 대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많이 토론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토론의 장에서 함께 만나길 바랍니다.



  • 맹꽁

    객관성을 주장하시면서 객관성을 상실한채 사실을 왜곡하시는 현장활동가 동지. 답답함에 한마디 올립니다.

    언제부터 우리의 민주노조 역사의 과정에서 토론과 합의라는 우리식의 문화가 생겼죠? 전노협시절부터 민주노총까지 오는 역사속에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민주노조가 설립되었답니까!? 누가 우리식의 문화가 토론과 합의라고 객관성을 부여해주었습니까!?

    당치도 않은 말빨로 사회적 합의를 포장하려 하지 마십시오.

    마지막 한수로써 물리적으로나마 그 대의원대회를 막아냈던 비정규직동지들과 활동가 동지들의 마음과 심중을 알고나 폭력을 운운하는 겁니까? 그 행동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지 생각좀 해보라구요?

    좋습니다. 그 행동은 역사속에서 평가받을것이며 옳은 일이었노라. 정당했노라 평가받을 것입니다.

    허나 지금 민주노총 지도부와 사회적 합의주의에 찬동하는 자들이 걷고있는 그 행보는 훗날. 아주 가까운 훗날 칼날같은 비판을 받을터이니 두고봅시다.

    지금 울산에서, 청주에서, 전국 여러곳에서 우리 동지들이 피흘리며 쓰러지고 있는데... 뭐하는 겁니까!?

    우리 민주노조 설립의 역사는 오로지 당찬 투쟁이었다고 저는 주!관!적!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노사정위. 사회적합의는 투쟁이 아닙니다.
    지금은 오직 노동자의 무기인 파업으로 투쟁해야 합니다!!

    투쟁입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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