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

교육당국, 학생을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인식해야

교육 주체인 학생 배제가 반발 불러

(사)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이 주최하는 자살 학생 추모제에 많은 학생들이 모일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고등학생들이 거리에 모인다는 사실 때문인지 언론에서도 연일 이 문제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반발 움직임만으로 2008년 대학 입시부터 적용되는 내신 위주의 대입 전형이 좋은 제도인지, 나쁜 제도인지 결론지을 수는 없다. 학생들 또한 내신 위주의 입시 제도를 반대하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태도에는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견해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도록 정부 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집단 이기주의에 따른 지나친 사익 추구가 아니라면 이러한 이익집단의 활동은 다원화 사회에서 민주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민주 정치 발전의 밑거름이다.

그러나 유독 학생들에게만 이러한 권리는 무시되어왔고, 지금도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 학생들의 생활을 규제하는 학교 내 생활지도규정을 결정하는데 조차 학생들의 참여는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배재 속에서 반발이 생겨났다. 2000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두발제한폐지 운동과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2008년 입시부터 적용될 새 입시 제도에 대한 고1 학생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은 결국 교육 당국이 학생들을 교육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고, 객체화, 대상화하여 다뤄왔기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고등학교 내에 설치된 학생회는 명목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다. 학생회 대의원회의에서 의결한 사항도 지도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의결 사항으로서의 효력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회 법제화 등의 제도적 보완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12월 대통령 후보였을 당시 교육 3주체(학생, 학부모, 교사) 법제화를 공약한 이래 아직까지도 그 실현이 요원한 상태이다.

이렇게 학교 정책 및 교육 정책 전반에서 학생의 의사 결정권이 배재된 상태에서는 학생들의 불만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 받는 자가 일치해야 하는 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 만큼은 다스림 받는 자는 분명 학생들인데, 다스리는 자는 교육 당국이고, 학교이고, 교사인 비민주적인 상황이 조성되어 있다. 학생들이 미성년자이고 아직은 더 배워야 하는 나이임을 모두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우리 교육의 현실은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참여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학생들끼리만 교육 문제를 결정하고, 생활 규정을 정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이나 뉴질랜드의 경우처럼 최소한의 참여 권한은 주어야 하며, 교육 당국, 학교 등 정책 결정자 또한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뉴질랜드에 있는 타마티어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 행정을 결정하는 학교 운영위원회의 위원 7명 중 1명을 반드시 학생 대표가 맡아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학생 중심적인 학교 운영이 되도록 하고 있다.

대대적인 반대 집회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은 후 교육인적자원부의 대처도 문제가 많다. 우리 헌법의 제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전문에서 4 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표현을 통해 저항권을 암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 교육청은 4일 "학생들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학교장 훈화와 지도를 강화하라"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지역 고등학교에 보내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참가 학생을 교칙에 따라 처벌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있다.

교칙은 헌법의 하위 법으로서 헌법의 규정에 위배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교육 제도를 비롯한 학생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제도들을 학생들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결정한 교육인적자원부는 헌법에 위배되는 교칙 조항을 근거로 학생들이 추모제 행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 가진 헌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마저 침해하는 처사이다.

입시제도도 학생들이 겪는 것이다. 학교 급식도 학생들이 먹는 것이고, 학교 교복도 학생들이 입는 것이다. 학교 폭력 문제도 학생들이 겪는 것이다. 학교 내부의 교칙과 생활 규정도 학생들이 지켜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여전히 교육 당국은 이 모든 제도들을 결정하고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해내고, 그것을 요구할 학교 내부와 사회에서의 창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학생을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 생각하는 교육 당국의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번 입시 문제를 비롯해서 생활 규정문제를 비롯한 학교 안에서 학생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까지도 학생들의 정당한 요구를 겸허하게 듣고, 학생을 대상이 아닌 파트너로서 인식하여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말

김원 님은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 출범 준비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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