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노동에서 본 여성노동자의 현실

[빛나는 여성노동을 위하여](2) - 이중의 굴레 속에 허덕이는 '여성노동자'

불안정노동의 시대

노동의 불안정화, 노동의 유연화, 비정규직화... 몇 년 사이 신자유주의가 우리의 삶을 잠식하고부터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불안정노동이란 말 그대로 안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즉,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해고와 일상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아웃소싱이나 비정규직화가 불안정노동이란 말이고, 이와 같은 고용불안의 문제 뿐 아니라 그로 인한 빈곤의 야기가 불안정노동의 문제다. 그리고 노동기본권이 지켜지지 않아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이 불안정노동의 핵심적인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안정노동의 시대에 여성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여성 노동의 현실 - 고용불안과 빈곤을 중심으로

이전에 비해 여성노동자의 고용은 확대되었다. 노동시장의 진입 자체가 힘들었던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고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의 경우는 저임금과 불안정고용을 특징으로 하는 임시직‧일용직‧시간제 등 비정규직 고용형태 및 영세 자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여성노동자는 가정과 직장을 양립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출혈 판매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러 통계를 통하여 이미 확인이 되었듯이 여성고용의 확대는 결국 불안정노동층으로 여성노동자들이 진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와 자본은 여성노동정책을 통하여 불안정노동층을 손쉽게 양산하였다. 결과적으로 여성노동자는 우선 해고되었고, 정리해고 후에는 이전보다 열악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였다. 신자유주의 개혁정책으로 줄어든 가계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여성노동자는 노동시장으로 진출하여야 하지만, 가사노동에 대한 일차적 책임자인 여성노동자는 임시직, 시간제, 비공식부문 등의 불안정노동층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또한, 노동법에서 정규직조차 누릴 수 없게 된 여성노동자에 대한 권리(보호조치)의 삭제는 저임금, 노동 강도의 강화, 노동의 불안정화를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에 대한 축소로 인해 여성노동자는 끊임없이 노동하면서도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체로 저임금 노동에 몰리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서 2001년 하반기 여성 취업자가 전년도에 비해 33.2% 증가했고 기혼여성 취업자는 43.9%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 취업 상황을 보면 단순노무직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 중에서도 건설 노무자, 청소원으로의 취업이 가장 높았다. 여전히 여성 취업자의 47.2%가 남녀 전체 임금의 하위 25%수준인 월 70만원미만의 임금을 받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70만원 미만의 비중이 높아져 최근의 고용증가가 저임금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여성 노동자들이 저임금 직종에 취업하도록 강제당하고 있는 것은 남성-생계부양자, 여성-가정주부라는 성별분업체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혼의 증가와 고령화로 인하여 여성가구주 가구는 계속 증가해 왔는데 비해 여성의 노동시장, 가족 내 성역할, 사회보장체계에서 경제적 자원배분에서의 소외는 여전하기 때문에 여성의 빈곤은 계속된다. 2003년에만 보더라도 여성가구주 가구의 비중은 19.1%로 5가구 중에 1가구는 여성가구주 가구로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3년에 48.3%로 OECD 동평균인 64%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여성노동자의 불안정노동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현실은 빈곤의 시대, 불안정노동의 시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더욱 더 이중의 굴레 속에 허덕이고 있다. 여성의 불안정하고 빈곤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도 비정규직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성노동자를 인식하는데 이루어 져야 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고용의 안전판이 되면 안 되는 것처럼, 여성노동자가 남성노동자의 고용의 안전판이 되서는 안 된다.


또한 빈곤의 문제에 있어서도 여성 빈곤을 부축이는 복지체계에 대한 비판과 이에 대한 시정이 있어야 한다.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해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남성을 가장으로 하는 틀 거리가 남아있는 한 여성의 빈곤은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은 계속해서 성별 분업체계에 의해 불안정노동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고,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 입각하여 사실상 생계를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체계에 있어서도 여전히 소외될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첫 걸음은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는데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노동을 하면서도 노동자로 불려지지 못하는 여성을 ‘여성’노동자로 인식하는데 있다. 지난 5년간의 비정규직 투쟁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시혜의 시선이 아닌 하나의 주체로 인식하게 하는데 주력을 했던 것처럼, 반쪽짜리 존재가 아닌 2등 시민이 아닌 하나의 존재로 인식하는 가운데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허덕이는 여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창간특별기획 : 빛나는 여성노동을 위하여]

1회: [르포] 요람에서 무덤까지 빈곤하라
2회: [기고] 불안정노동의 맥락에서 바라본 여성노동
3회: 노동이지만 노동이 아닌 것들-재생산 노동, 모성, 가족임금모델
4회: 3C노동을 아십니까?
5회: 아파도 아플 수 없는 여성들
6회: 노동운동에서도 소외된 여성노동
7회: 여성 노동운동의 전망과 과제(좌담)
덧붙이는 말

정지현 님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여성노동권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태그

여성노동 , 빈곤 , 불안정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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