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은 참으로 길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비리 사건에 이어 강정구 교수와 천정배 장관을 둘러싼 검찰과 한나라당의 파문으로 가슴은 이미 한 겨울을 맞았다.유난히 긴 가을에 단풍조차 머뭇거리는데, 이 땅은 참으로 색깔 있는 나라다. 독재자의 직계가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겠다고 온 나라를 붉게 수놓고 있으니 말이다. 참민주주의 진영과 노동계의 비리가 드러나니 자유민주주의이고, 독재 권력의 비호에서 자라나 이제 그 관행을 제재 받으니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고 하는 세상이다.
대한민국 검찰과 사법부는 진정 독자적이고 성숙한 결정을 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할 만한 자격이 있는가? 과거 대한민국의 검찰과 사법부는 독재 권력의 과잉보호 아래 자라난 한정치산자였다. 거울에 반사되어 독재자의 행위를 따라했을 뿐이다. 수백 건에 달하는 조작과 마녀 재판이 그 증거이다. 지금 또 다른 마녀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은 과연 얼마나 이 땅의 자유를 옹호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그들과 현행법은 ‘통일전쟁’ 발언을 이해할 능력이 없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현행법에 따르면, 북녘은 오로지 ‘경찰권 행사가 불가능한 조직범죄의 영역’일 뿐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오직 ‘조폭들의 준동’이거나 ‘공산주의 괴뢰들에 의한 침략전쟁’ 이상이 될 수 없다. 양측의 국가 정상이 회담을 하는 현재에도 이 논리가 유용한 것은 이해하기에 불가능하지만 현실이다.
‘자유민주주의’ 법리에 따르면, 독자적인 판단이 가능한 자에게만 대리인 없는 법률행위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검찰의 독립을 가로막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아직 또 다른 대리인을 필요로 한다. 한나라당이 힘을 잃은 과거의 대리인이라면, 열린우리당은 현재의 대리인이다. 과거의 대리인은 한정치산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지만, 현 대리인은 검찰을 조금은 성장시키려 한다. 그러나 대리인 자격을 영원히 포기하려 하지는 않는다.
천 장관이 행사한 수사지휘권 발동의 성격이 그것을 증명한다. 천 장관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다. 그 지시는 손호철 교수가 지적(한국일보 10월 17일자)한 것처럼, 수사하되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위험이 없으니 불구속 수사하라는 “비겁하다면 비겁한 절충적인 지시”였던 것이다.
이토록 답답한 세상이 왜 뒤집어지지 않을까? 지구가 둥글기 때문인가? 그러나 지구는 돌며, 자전뿐 아니라 공전도 하여 다시 봄을 맞을 것이다. 그 봄은 올해의 봄이 아니다. 봄을 준비하는 사람들만이 겨울을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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