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근] 제주주민자치연대

무엇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인가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 … '

'제주'는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임을 갖게 한다. 국토 최남단에다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 여기다 개발 광풍에 속살을 자본에게 내맡기고 있긴 하나 여전히 뭍사람들에게는 낯설기만한 생태환경과 역사문화는 제주의 가치를 빛내고 있다.

제주에 대한 뭍사람들의 동경심은 수치화되기도 한다. 지난달 한국관광공사 설문조사 결과 국민 6300명 중 방문 희망 여행지로 제주(30.2%)를 가장 높게 꼽았고 북한(29.0%) 강원(13.8%) 순이었다.

잠시나마 일상을 훌훌 털고 가보고 싶은 곳 제주

지금 제주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일명 '홍가포르 프로젝트'인 제주특별자치도가 그것이다.

지난 10월14일 이해찬 국무총리가 주재한 장관회의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입법예고를 거쳐 이르면 11월에 국회에 상정된다. 그러나 특별한 자치 실험은 그 과정에서부터 이미 실패했다.

11월11일 서울, 제주공청회에서는 아예 시민사회단체 참여가 사실상 봉쇄됐다. 서울 공청회에서는 시군폐지를 반대를 주장하며 비싼 제주~서울 항공료까지 지불하며 서울까지 찾아갔던 제주도민들은 아예 입장조차 하지 못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들은 사전에 모의한데로 우호적인 관변단체와 동원된 제주도청 소속 공무원들만 입장시켰다. 그들만의 공청회였고 코미디 같이 실패한 자치실험의 한 장면이었다.

공청회 현장에서는 아예 반대 발언자는 공무원들에 의해 끌려나왔다. 임산부를 막으려다 결국 119로 후송돼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게 하는 상상할 수 없는 일도 저질렀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때 보다 못한 짓을 노무현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라는 간판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미 절차에서 실패한 제주특별자치도 그 속 내용은 어떨까? 정부는 앞으로 제주는 외교, 국방을 제외한 전 분야 걸쳐 파격적인 자치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주민소환제, 교육자치, 자치경찰제, 지방채 발행. 완전자율화를 비롯해 중앙사무가 지방이양사무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교육, 의료, 관광 등 핵심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 제주를 홍콩,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에 대해 '자치분권 정책의 백미'라며 자회자찬까지 늘어놓았다.

외교. 국방 빼고 자치 그 속뜻은?

그러나 그 기본계획안을 직접 확인해 본다면 동의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전략의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회의가 들 수 밖에 없다. 언뜻 자치와 분권이 중심인 것 같지만 정부 스스로도 밝혔듯이 속내는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11일 전국 180여개 단체와 전국130여개 시민, 민중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도 성명을 내며 “제주도와 도민을 규제완화의 실험대상으로 삼으려는가?"라며 규탄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의 본질은 다른데 있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단계적 규제완화를 통한 자유시장경제모델 구축을 위해 소위 ‘네거티브 시스템’에 입각해 필수규제를 제외한 규제 전면 착수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그러니 이는 자치라는 관점보다는 산업경제적 측면, 특히 자본만을 위한 특례로 변질될 것은 자명하다. 교육과 의료산업화 정책에서도 문제가 됐듯이 누구를 위한 특별한 자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쉽게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포함된 내용들은 공공성을 포기하는 대신 기업과 자본을 위한 정책들에 불과하다.

민간사업자에게 토지수용권도 부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민간사업자에 대한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방안의 경우 부동산 정책에 있어 토지이용의 공공성 확대와 무분별한 개발 억제, 투기근절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토지비축제도 활용의 경우 먹는샘물 판매수익금, 복권금 재원에서 일정부문 토지비축특별회계로 할당한다는 계획이나 이 역시 공공재로 축적한 공적재원을 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유입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고용규제를 경제자유구역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것은 비정규직 확대를 비롯해 노동기본권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 이 밖에 내국인면세점 이용 규제 완화 역시 지역의 관련 중소영세상공인과의 갈등소지가 있는 사안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모든 분야의 규제를 제거하라

특히 소위 '네거티브 시스템'은 제주는 물론 향후 제주를 거점으로 해서 전국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만큼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핵심산업으로 추진되는 교육, 의료 분야의 경우 일단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것 같지만 2단계에서는 모두 규제를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학교 설립의 경우 자율권 확대라는 명분으로 각종 규제가 철폐되면서 그야말로 운동장 없이 건물만 존재하는 학교가 생겨날 가능성이 생겨났다. 정부는 이번에 350여건의 권한이양과 핵심산업 중심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한 후 2단계로 2007년까지 네거티브 시스템을 시행하기 위한 추진절차 및 일정을 특별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즉 필수규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정부 규제를 전면 철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곧 자본을 위한 특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특별한 자치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 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전략에 대해 언론이나 대다수는 환영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하나둘씩 껍질을 벗겨내면서 제주에서만이 아닌 전국의 시민사회-민중단체가 들고 일어설 기세다.

이미 지역에서는 24개 단체가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한 달 넘게 천막농성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교육, 의료 등 분야별로도 전국 각지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 등 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전국 시민사회단체와 민중진영 할 것 없이 현재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정부정책과 전면으로 모순되는 것들이며 결국 사회정책의 후퇴를 촉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전략은 정부 내용이 확정되면서 누구를 위한 전략인지 분명해 지면서 그 싸움이 오히려 본격화되고 있다. 그 싸움이 종착역은 푸른밤 별 빛 아래에서도 자존을 위해 순응하지 않고 모질게 살아왔던 제주 사람들의 거친 숨결과 이와 함께 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손에 달려 있는 듯 하다.
덧붙이는 말

글을 보내주신 김상근님은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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