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HIV/AIDS 감염인'의 이름으로 부시방한과 APEC 회의를 반대한다!!

11월12일에서 19일까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회의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제아래 부산에서 개최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들은 18-19일에 개최되는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모일 것이다. 연일 신문기사의 주요 면을 차지하는 내용들은 단연 APEC과 관련한 기사들이다. APEC이 한국경제 성장에 큰 이바지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도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킬 중요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고 있고 부산시도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하며 2700억 원의 혈세를 아낌없이 투자했다. 하지만 APEC의 이면을 보면 빈곤과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할 뿐 HIV/AIDS 감염인과 동성애자, 여성,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익을 전혀 대변하고 있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기구에 선봉에 선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조지 부시다.

Bush Lies! People Die!

Bush Lies! People Die! 2004년에 개최된 태국 국제 에이즈 컨퍼런스에서 HIV 감염인들이 부시의 에이즈 긴급구호 계획을 반대하며 외쳤던 구호다. 부시는 에이즈 예방을 위해 ABC (Abstinence : 회피 Being Faithful: 충실, Condom Use : 콘돔사용)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순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파트너에게 충실함. 그리고 콘돔사용도 권장한다는 내용이다. 얼핏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ABC 정책은 낙태를 인정하지 않는 곳, 콘돔이 아닌 순결을 통해 에이즈를 예방하는 곳, 저개발국이 생산하거나 수입할 수 있는 카피 약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곳 등 부시의 입맛에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두고 있다.

또한 콘돔사용에 대한 강조도 동성애자, 이주노동자 등 고위험군으로 정한 이들에게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시 행정부의 에이즈 기금 1/3은 절제 프로그램 홍보에 사용하고 있다. 일례로 긴급구호 계획의 이디오피아 파트너는 초보수적인 이디오피아 정교회이고, 2004년 태국 컨퍼런스에서 우간다 대통령은 콘돔사용을 비난하였다가 거센 항의와 비난을 면치 못했다. 부시는 에이즈로 인한 빈곤퇴치에 앞장서고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자신에 입맛에 맞지 않거나 정작 지원이 필요로 한 곳에는 전혀 지원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총알 한 발에는 6달러! 주사는 3달러!

전 세계 4000만 명의 HIV 감염자 중 600만 명에게 에이즈 치료제가 필요하지만 560만명이 약을 먹지 못하고 있다.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APEC에 참여하는 몇몇 나라에서의 에이즈 확산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치료제가 없어 감염인들이 그냥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초국적 제약회사들의 특허권으로 인해 자신의 생계비보다 몇 배 혹은 몇 십배 비싼 약값을 지불할 수 없어 구경조차 못한 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칠레에서 개최된 APEC회의는 '에이즈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이 모두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위선이다. 2005년 부산 APEC회의의 핵심 7대 과제 중 하나는 의약품을 다루는 다국적기업들의 이윤만 챙겨주는 '지적재산권 단속 강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APEC이 제안하는 보건정상회의에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목록이 가득하다. 부시는 집권기간 300억 달러를 에이즈 확산 방지와 치료에 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집행된 돈은 2억 달러에 불과하다. 오히려 미국은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2700만 미국인의 의료비용만큼을 이라크 전쟁 비용에 쏟아 부었다.

10만 명의 이라크 민중이 학살당했고 더 많은 학살을 위해 올해만 82조원의 추가 전비를 승인받았다. 그 바람에 뉴올리언스의 가난한 흑인들은 떼죽음을 당해야 했고 전 세계 감염인들은 부시의 거짓말에 두 번 죽고 있다. 한국 정부도 매한가지다. 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한 전 지구적 연대에는 아주 인색한 반면 이라크인의 주권과 생명을 빼앗는 파병 비용에는 수천억 원을 쏟아 부었다. 에이즈 환자 치료를 위한 글로벌 펀드에는 단지 3억 원만 지원했을 뿐이다. 3억 원이란 금액은 미국의 일개 자선단체들이 기부한 정도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는 수 만명을 죽이는데 돈을 쓸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 약을 못 먹고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데 수천억 원을 써야 한다.

동성애자 인권을 유린하는 부시방한을 반대한다.

지난 200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의 주요 쟁점은 이라크 전쟁, 경제 그리고 '도덕적 가치'였다. '도덕적 가치'라는 모호한 단어는 동성결혼, 낙태, 줄기세포 연구, 안락사 같은 미국 사회의 첨예한 논쟁거리들을 포함하고 있다. 부시는 대선 전부터 '동성결혼, 낙태 등 주요쟁점에 대한 반대'를 확고히 하였으며 그것은 부시재선에 큰 역할을 했다. 더 나아가 집권 2기 내 미국 50개주에서 동성 결혼을 금지하도록 연방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시건, 오하이오, 텍사스 등 19개州에서 동성 결혼 금지를 위한 州헌법 개정안이 통과된 상태다. 그동안 동성 간 세속 결합이 허용되었던 오리건 주의 경우 1년 전 결혼 허가를 받은 3000쌍 커플을 무효화하였고, 뉴멕시코주의 경우는 결혼을 이성간 결합으로 규정한 법안을 가결한 상태이다.

또한 부시는 성교육와 관련한 정책에 있어서도 매우 보수적이다. 텍사스, 알리바마, 사우스 캐롤라이나, 미시시피, 아리조나의 경우 학교에서 동성애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유타주의 경우 동성애와 관련된 정책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反동성애 정책을 펴는 이는 부시만이 아니다. 일본판 네오콘이라 불리는 극우주의자 고이즈미는 지난 해 이란 동성애자의 망명신청을 거부했다. 이란이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이 밝혀졌을 때 사형에 처해지는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잔인한 조치였다. 오스트레일리아 하워드 총리도 동성결혼과 동성 간 커플이 아이를 입양하는 것 자체를 공공연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침묵, 방관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APEC 기간 상호 간 경제협력을 위해 부산에 모인다는 것이고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를 지지, 지원한다는 점이다

진정한 '하나의 공동체'를 위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부시의 방한을 그 누구도 반기지 않고 있다. 반환경, 반여성, 반인권의 상징으로서의 부시. 그가 추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기업들의 배만 불리우고 민중의 삶은 철저히 외면하는 정책이다. 더 많은 HIV/AIDS 감염인들은 의약품에 대한 접근이 박탈당한 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지속되는 한 그것과 맞물려 돌아가는 신보수주의 정책은 더 강화될 것이다. 가족과 전통에 대한 가치의 강조로 그에 반하는 동성애자들은 더욱 음지로 몰리게 될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하나의 공동체' 그 거창한 구호 이면에는 파탄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민중의 삶만이 덩그러니 남겨있다.

가장 가난한 땅에서 HIV/AIDS는 넘쳐나고 있지만 부시를 비롯해 APEC에 참석하는 정상들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전쟁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붇고 있고 그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부시는 이라크 수렁에 빠진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려하지만 방문하는 국가마다 민중들의 반대행동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4년 칠레에서 개최된 APEC 회의 때 부시는 자신을 테러리스트라고 외치는 7만 민중과 마주쳐야 했다.

한국에서도 부시는 환대받지 못할 것이다. APEC에 참석하는 부시방한을 반대하기 위해 노동자, 농민, 여성, 환경운동가, 인권운동가 등 다양한 운동 세력들이 부산에 모일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동성애자, HIV/AIDS 감염인들도 부시의 위선적인 AIDS 정책과 反동성애 정책을 폭로하고 부시의 방한을 절대 반기고 있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알려낼 것이다. 그것은 더 나은 세계와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하나의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출발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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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 , 에이즈 , 동성애자 , hivaids , 감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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