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지치고 멍든 가슴, 투쟁으로 치유하기 위해

'노동자 건강권 쟁취 전국순회투쟁'을 다녀와서

850만 비정규직의 시대!!

노무현 정권은 이것마저도 만족하지 못하고 일천 오백만 노동자 전체를 비정규직화하고자 한다. 최저임금으로 맘껏 부려먹고 병들고 다치면 헌신짝처럼 내버려도 또 그렇게 부려먹을 비정규직이 지천에 깔려있는 그런 무한 착취의 세계를 노무현 정권은 꿈꾸고 있다. 기계는 고장나면 고쳐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야 하지만 비정규직은 그런 수고조차 할 필요 없는 존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IMF이후 정리해고로 현장의 노동자는 줄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에 가슴 졸이던 우리 노동자들, 그나마 자리 보존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떠나간 동료들의 몫까지 일해야만 했다. 갈수록 배가되는 노동강도 속에서 어깨가, 허리가 무너져 내려도 아픈 티를 내면 현장 밖으로 밀려날 것이 두려워 무너지는 몸을 부여잡고 죽음의 고역 같은 노동을 감내해야 했다.

정리해고, 아웃소싱, 도급, 비정규직화 등의 구조조정으로 현장이 무너지면서 노동자의 건강도 무참히 깨져나갔다.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용인할 수없어 금속산업연맹을 중심으로 2002년 이후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을 전개했고 아픈 노동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집단 요양투쟁은 현장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고 승리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이 승리의 성과를 우리 동지들이 함께하기 전에 자본은 자신들의 착취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이 투쟁의 위험성을 먼저 직감했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대응체계를 구축해 20대 기업의 100억원의 거출로 언론과 정부기관에 대한 로비가 진행되었다. 언론은 가짜 산재 환자를 등장시켜 산재보험이 새고 있다는 내용을 집중보도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그에 걸맞게 ‘근골격계 업무관련성 처리 지침’ ‘요양관리업무 처리규정’ ‘과격집단민원에 대한 대응지침’등 초법적인 대응지침들을 내놓고 산재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해 대응하고 산재불승인, 강제 요양 종결을 남발시키는 상황을 연출했다.

저들은 구조조정으로 무너진 현장을 집단산재요양투쟁이 복구시켜낼 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 투쟁이 구조조정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주면서 동시에 한꺼번에 조직력을 복구시키게 할 수 있는 엄청난 투쟁의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자본과 정권은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하이텍 집단 산재투쟁은 진행되었다. 더군다나 4년간 민주노조를 사수하고자 투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 정신질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자본과, 정권이 산업재해를 어찌 인정할 수 있었겠는가? 아니, 집단 정신질환을 발생시킨 장본인들에게 우리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던 우리의 요구가 얼마나 우스운가? 하이텍 조합원 13명의 전원 산재 불승인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우리는 이 산재불승인이 노동자를 이중 삼중으로 착취하고자 자행되는 구조조정, 노동자를 무권리 상태로 만들고자 자행하는 노동탄압의 이 엄혹한 정세와 너무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분명히 알았다.

그리고 노동자 민중에게 전면적인 공격을 진행하는 노무현 정권과 그 산하기관에 노동자의 건강권을 구걸하지 어리석음을 범치 않을 것을, 아니 그 노무현 정권을 그대로 두고 하이텍 조합원들의 산재승인은 물론 노동자 건강권은 결단코 쟁취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바로 그 노무현 정권을 향한 노동자의 힘찬 투쟁으로 정세를 뒤바꾸는 투쟁에 복무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적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민중이 살아 꿈틀대는 곳이면 방패로 찍고 물대포를 쏘고 그것도 모자라 경찰특공대를 파견하고 헬기를 날리면서 섬멸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고립 분산적 투쟁은 노동자 민중을 적들에게 내어주는 배신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전국 순회투쟁을 결의하게 되었다. 우리의 단 하나의 사소한 요구마저도 폭력을 동원하여 막지 않으면 안되는 노무현 반동정권을 향하여 함께 투쟁할 것을 호소하고 조직하기 위해.

투쟁하는 곳, 동지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함께 투쟁할 것을 호소했다

노동자의 가슴에 피멍들게 한 장본인들을 응징하고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우리는 동지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런데 어이없는 것은 그 어느 곳이든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전투경찰이었다. 그들은 적들을 응징하는 우리의 투쟁만을 가로막은 것이 아니라 투쟁하는 우리 동지들과의 만남마저도 가로막았다. 적들은 투쟁하는 동지들과 우리가 만나는 것, 그리고 함께 투쟁함으로써 하나 되는 것이 자신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우리 동지들 어느 곳 하나 목숨 내놓고 투쟁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시각은 각자의 투쟁에 머물러 있었다. 적들이 우리를 고립 분산시키고 각개 격파하는 것으로 아작 내고 있는데도 너무 힘든 각각의 투쟁 현실은 아직 우리 고민을 단사투쟁에만 머무르게 했다.

정리해고 된 동지들의 복직과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노동부를 상대로 투쟁을 계획하던 하이닉스 동지들, 최소한의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고자 노동조합을 만들고 조합원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CCTV 설치 감시, 공격적 직장폐쇄 등 회사 측의 악랄한 노조탄압에 맞서 투쟁하던 서울 화인테크 동지들, 노동조합을 사수하기 위해 계절의 변화를 거듭하며 투쟁을 지속하던 KCC, 성원 상떼힐, 대성MPC 지회 동지들, 노동자의 목숨을 송두리째 앗아갈 투기자본의 전횡에 맞서 투쟁하던 현대금속지회 동지들, 용역 깡패에 둘러싸여 철야 농성장을 지키면서 깊은 밤 마다않고 순회 투쟁단을 뜨겁게 맞아주었던 대우차 비정규직 지회 동지들, 자식처럼 키운 나락을 한데 쌓아올리고 쌀 개방 반대를 목 놓아 외치던 우리 어버이 농민 동지들,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지역 총파업을 호소하던 정관지역 지회 동지들, 폐업에 맞서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투쟁하던 국일 여객 동지들...

모두가 목숨을 내놓고 투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투쟁에 머물러 있는 각각의 투쟁은 어느 하나 승리하는 투쟁으로 쉽사리 마무될 수 없었다. 투쟁을 시작하기만 하면 주목받는 사업장은 적들의 침탈로 짓밟혀나갔고 남겨진 사업장은 장기투쟁으로 악전고투 해야만 했다. 투쟁하는 동지들을 다 모아도 적은 역량, 그나마 채 모이지도 못하고 진행되는 투쟁은 이 엄혹한 정세 속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파탄’이라는 희생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자본시장 전면 개방의 시대, 그것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을 그대로 두고서 우리는 아주 사소한 생존권의 요구마저도 관철시켜나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언제까지 이런 고립분산을 지속할 것인가?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 더 이상은 고립분산투쟁으로 밀리고 깨져서는 안된다. 살기위해 자신의 몸에 불을 댕기고 농약을 마시고, 또 적들에게 저항하다 방패에 찍히고 맞아 죽어야 하루하루를 넘기는 이 시대에 더 이상 밀린다는 것은 우리 민중에게 죽음과 절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래서 국회 앞으로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돌아서, 전국을 돌아서 결국 동지들이 모여든 국회 앞으로 왔다. 비정규직 보호입법, 산재보험 개혁 입법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지들이 모든 투쟁의 사안을 가지고 투쟁하러 모인 곳이기에 함께 단일한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일념으로 국회 앞 천막촌에 입성했다.

바로 농민의 생존권은 아랑곳 않고 쌀 시장 개방을 밀어붙인 장본인, 일하다가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치료받을 권리마저 박탈하겠다고 그렇게 근로복지공단을, 산재보험을 알아서 바꾸어내라고 지시하고 있는 장본인, 비정규직 850만도 모자라 전체를 비정규직으로 하고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마저도 싹쓸이 할 것을 꿈꾸며 비정규직 개악 법안을 관철시키고 노사관계 로드맵을 완성시키고 말겠다는 장본인, 바로 그 노무현 정권을 향한 단일한 전선을 구축하고 투쟁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동지들이 모인 이 국회 앞으로 온 것이다.

일천오백만 노동자와 삼백오십만 농민은 제 나라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고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사라져 줘야하는 적으로 간주하는 노무현 정권!! 살인정권을 용서하지 말자!! 민중에 대한 살인을 자행하는 노무현 정권을 그대로 두고 우리는 단하나의 사소한 권리조차 쟁취할 수 없다. 우리는 그 투쟁의 단일전선을 구축하고 현 정세를 정면돌파 해야만 한다.

동지들 비록 벼랑 끝이지만 아직 발끝을 디디고 반격할 수 있는 단 한차례의 기회라도 남아있다면 우리 동지들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투쟁해야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리의 투쟁이 어디로 향해야하는가는 분명하다. 노무현 정권을 뒤집어엎을 공동의 요구, 단일한 전선으로 노동자, 농민, 우리 민중의 피멍든 가슴을 치유할 반격을 이뤄내자!!
동지들! 노무현 정권의 심장부를 향해 반격, 총반격 투쟁이다!!

살인정권 갈아엎고 비정규직 철폐하자!!
살인정권 갈아엎고 쌀 개방을 저지하자!!
살인정권 갈아엎고 생존권을 쟁취하자!!
살인정권 갈아엎고 우리민중 한을 풀자!!
덧붙이는 말

김혜진 님은 금속노조 서울지부 하이텍알씨디코리아지회 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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