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무관세에 근접하는 국가로 변화"

DDA 협상 어디까지 왔으며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DDA 협상 어디까지 왔나

2001년 개시된 DDA협상은 이제 4년차이다. 그러나 칸쿤각료회의 결렬을 비롯하여 협상진전은 빠르지 않았다. 2004년 7월 일반이사회의 기본골격 타결은 협상진전을 위한 반전의 기회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쟁점을 향후 협상과제로 넘김으로서 협상의 난항을 예고하였다.

그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홍콩에서 DDA 3번째 각료회의가 시작되었다. 그간의 협상의 난항을 반영하여 홍콩각료회의선언 초안은 3대 시장접근 협상의 핵심쟁점에 대한 합의도출은 이미 포기한 상태이다. 그러나 현재의 초안 수준의 합의가 도출된다면 그들은 나름대로 성공을 자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각료회의가 목적하는 바는 3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그간 협상의 진척사항을 최대한 총화‧고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업협상의 경우 국내보조‧관세감축의 구간설정, 감축의 폭 등에 대한 쟁점을 명확히 하여 그보다 추상적인 논란이나 이견을 협상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비농산품협상의 경우 아직 합의되지 않은 관세감축공식인 스위스공식에 힘을 실어, 그 외의 공식이나 논점은 배제하고, 스위스공식에 따른 선진국과 개도국의 조정계수 문제로 쟁점을 이전하자는 것이다.

둘째, 향후 협상일정과 시한을 설정하여 협상이 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홍콩각료회의 선언 초안은 각각의 협상의 세부기한 수립과 함께, 2006년을 DDA 협상타결시한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리한 일정을 제시하는 것은 협상 지속의 원동력을 유지하고, 쟁점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시한을 무기로 압력의 강도를 한층 높이기 위한 것이다.

셋째, 협상의 우회적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비농산품과 서비스협상의 경우 개도국이 농업협상과 연계하고 있어 진척이 많지 않다. 이렇게 늘어지는 두 협상을 가속하기 위해 새로운 협상방식이 구체화되고 있다. 서비스협상의 경우 양자간 협상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참여의지가 없으면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홍콩각료회의 초안은 소수국가가 주도할 수 있는 다수간협상방식(plulilateral negotiation)을 공식화하여 돌파구를 열 것을 모색하고 있다. 비농산물협상의 경우 그간 비공식적으로만 진행되던 분야별 무세화협상을 2004.7월 기본골격에 이어 이번 각료회의에서도 강조‧공식화하여 난항인 관세감축협상의 우회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홍콩각료회의에서 무리한 합의도출을 시도한다면 지난 각료회의 같은 결렬 위험이 있으므로, 홍콩각료회의 초안은 각각의 협상의제에 관한 부속서에 협상위원회 의장의 개인의견이라는 방식으로 이상의 목표달성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정부의 무역증진권한(의회가 대통령에게 협상추진권한과 특례를 부여한 권한)은 2007년 중반에 기한을 다한다.

이 경우 미국대통령은 무역증진권한 연장을 위해 의회와 협상을 벌여야 하는 큰 부담을 안아야 한다. 때문에 미국은 2006년 중 협상타결을 위해 최대한의 압박을 가할 것이고, 홍콩초안정도의 합의는 그 압박을 위한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다. 홍콩선언이 채택된다면 아마도 2006년 협상은 상호 압박과 비난의 수위가 한층 높아지는 혼탁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DDA에 대한 입장과 전략은 무엇인가.

WTO 협상에서 한국은 모범생이다. 공식적으로 한국정부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이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에 이득을 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firm belief)을 가지고 있고, 자유 무역‧투자정책으로 한국경제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특화할 것으로 믿고 있다(무역정책검토보고서, WT/TPR/G/137, WT/TPR/S/137).

이러한 정부의 입장 속에는 식량주권과 농업회생, 문화다양성, 공공서비스, 고용과 노동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보호, 환경, 개도국발전 등에 대한 개념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민족기업, 자유민주주의 개념도 없다. 정부의 입장은 한마디로 자유무역이 우리의 살길이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결코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비농산품협상에서 최대한의 관세감축을 실현하여 최대한 수출이익을 확대하는 것이 협상 목표이다. 따라서 정부는 협상에 임해 선진국과 공조하여 관세감축의 최대 확대, 개도국 신축성 축소 등을 주장하며 개도국을 압박하고 있다. 관세의 대폭감축추진은 국내적으로 중소기업 도산과 고용감소 문제가 있으나 수출이익을 위해서 정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첨병인 미국도 완전고용의 실현, 노동권 보호, 소기업의 기회보장 등을 협상목표로 삼고 있으나, 우리정부의 협상목표에는 중소기업, 고용, 노동권 개념자체가 없기에 고민도 없다.

서비스협상에서 정부는 “DDA 협상을 통해 서비스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입장이다. 즉, 비록 우리의 서비스업 경쟁력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하지만, DDA 협상을 서비스업의 시장화의 계기로 삼아 최대한 개방할 수 있는 분야는 모두 개방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진국과 같이 상대국에 적극적 양허를 촉구하고 포괄적인 양허계획안을 제출하며 협상에 모범적으로 참여해 왔다. 정부는 공공서비스, 문화정체성, 국가의 규제권, 민생서비스 등에 대한 우려가 없기에, 분야를 불문하고 국내적 반발이 많지 않은 분야는 개방하고 반발이 있는 분야 역시 돌파가능하면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농업협상에서는 관세감축의 폭을 낮추고 민감품목‧특별품목의 범위를 확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 농업을 사수한다는 관점에서 취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정부는 시장중심의 농업무역체제를 지향하나, 한국의 경우 현실적으로 농업관세감축과 보조금삭감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다(WT/TPR/G/137). 일차적인 목표는 농업의 시장화이고, 이차적인 목표는 민감‧특별품목의 확대이고, 삼차적인 목표는 개도국지위 확보이다.

정부가 비농산품과 서비스협상에서 선진국과 동일한 관점과 전략을 취하고, 개도국 발전(development)의제에 관하여 “개도국의 시장개방이 개도국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에, 농업협상에서 개도국지위 확보는 정부말대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종합하면, 수출(대기업)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개방이 살길이기에 가능하면 모든 것을 개방하고, 국내반발을 최소화 하기위해 협상은 최대한 조용히 추진하며, 반발이 있는 경우 WTO라는 대외적 환경에 의지하여 돌파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전략이다. 이러한 관점과 주장이 용인되는 것은 ‘극단적’ 수출중심주의, 대기업중심주의, 시장지상주의가 우리사회에 과도한 세력을 잡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DDA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우르과이라운드 시 반대의 목소리는 농업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농업에 못지않게 유통시장 개방에 따라 영세유통업자 역시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으며, 임수산업자 등의 피해는 알려지지도 않은 채 넘어갔다.

우르과이라운드에 따른 공산품 관세인하의 경우 양허관세(협상에서 양허하여 그 이상으로 관세를 올릴 수 없는 관세율 상한)가 실행관세(실제 부과되고 있는 관세율)에 비해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실제로 관세를 감축한 품목은 많지 않았고, 그에 따라 제조업이 입은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았다.

DDA농업협상이 우리 농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 시장접근협상의 경우 20/30%이하의 관세는 20/65% 인하, 20/30%-40/60%의 관세는 30/75%인하, 40/60%-60/90%의 관세는 35/85%인하, 60/90%초과 관세는 42/90% 인하로 쟁점이 좁혀지고 있다. 고관세구조인 우리의 농업은 어떠한 경우라도 광범위하고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DDA타결은 농업의 종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DDA 비농산품 협상이 타결된다면 우르과이라운드와 다르게 관세감축의 여파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협상추이대로 간다면 우리는 양허관세를 평균 60%인하하여야 한다. 이는 단순하게 계산하면 평균 8%가량인 실행관세가 평균 5%가량으로 실제 인하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르과이라운드의 경우 양허관세가 높아 양허관세의 인하는 실행관세의 인하로 직결되지 않았으나, DDA의 경우 양허관세 인하가 실행관세를 실제로 인하시키고, 대부분의 상품은 그 인하된 관세 이상으로 더 이상 인상할 수 없는 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

큰 감축율이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중소기업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농산물 협상의 관세감축공식이 스위스공식(고율관세의 고율감축)으로 공식화 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관세율이 높은 내수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의 관세인하의 폭은 더욱 높을 것이고, 조만간 협상이 공식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관세화협상에 따라 경쟁력이 부족한 품목의 무관세화가 진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정도의 관세감축이 급격한 제조업의 구조조정을 야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한계중소기업의 연차적 퇴출과 그에 따른 고용감소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DDA 협상 이후 10차 무역협상이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도 무관세에 근접하는 국가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르과이라운드 서비스협상의 경우 정부는 총 155개 서비스업종 중 78개 업종을 양허하였다. DDA 제1차양허는 26개 업종을 새로 양허하고 이미 양허한 업종의 양허의 폭을 상당히 확대하는 상대적으로 파격적인 양허를 하였다(협상이 타결되기 까지는 법적구속력은 없다). 더불어 정부는 제2차 양허안을 통해 서비스업 인력이동 확대, 경제적수요심사(양허의 조건이 되는 규제 등) 규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일반이사회 기본골격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교육시장 개방을 제외하고는 두드러지지 않으나 산업폐수‧쓰레기, 철도운송, 일부 에너지관련업 등을 양허안에 포함함으로서 공공서비스를 옥죄이고 있다. 향후 양허에서 정부는 시청각 서비스(영화상영, 방송 등), 우편, 보건․의료, 뉴스제공업 등을 적극적으로 양허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서비스협상이 가속할 경우 공공서비스가 양허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의지가 관철된다면 공공서비스 체제의 붕괴는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더불어 정부가 외국 백화점과 쇼핑센터, 프렌차이징유통, 음료제공업, 관광업, 부동산업, 일부 개인사업 등 민생관련 서비스업의 양허안을 제출한 상태이기에, 영세유통업자의 추가적인 피해와 기타 민생서비스업자의 피해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진영과 민중사회진영의 충돌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데올로기화되어 막강한 힘을 보유한 WTO는 신자유주의의 국제적 실현도구로서 국내 신자유주의자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인권, 환경, 민주주의 등 본질적 가치를 부정하고 오로지 국제적 대자본(다국적 산업 및 금융자본)의 이해에 복무하고 있기에 저항의 잠재력 역시 높다.

다양한 과제가 민중사회진영에게 있다. 공공서비스 양허철회 등 협상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투쟁도 필요하겠으나, WTO가 야기한 드러나지 않은 피해영역의 발굴을 통해 연대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비밀리에 비민주적으로 진행하는 협상에 대응하여 투명성과 민주성을 쟁취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WTO에 의해 피해를 보는 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시스템의 수립을 통해 최소한의 안정망을 구축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그 외에도 권력의 지역화, 대안적 국제연대 추진 등 많은 과제가 민중사회진영에게 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말

서준섭 님은 민주노동당 외교통상 정책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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