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정규직은 내일의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싸움이 곧 정규직의 싸움"

사학법 개정 외에도 국립대 법인화 반대, 교수노조 합법화와 비정규직 악법 반대를 외친 교수단체 천막농성을 접으며 뒷맛이 한없이 씁쓸했다.

교수단체들은 사학법 개정이 비록 바라던 만큼의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후속 법령에 기대하면서 일정한 성과를 자축했다. 전교조도 천막을 걷었다. 자축의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 앞 노동자들의 단식과 농성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직 악법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천막을 걷고 사라지는 전교조와 교수단체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등 뒤에 꽂히는 것만 같았다.

사학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은 물론 역사적 사건으로서 당연히 축하할 만한 일이다. 수 십 년을 싸워온 성과물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교수도 교사도 노동자임을 외치며 농성을 함께 해온 뜻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수단체와 전교조의 싸움은 이제 비정규직 법안 문제에 집중하여 진정한 노동자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소극적 자세는 더더욱 안타깝다. 아직 싸움은 계속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단결이 부족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본의 흐름을 볼 때 신자유주의는 비정규직 확대를 통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이제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 전체의 문제이자 본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을 정확히 봐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지금까지의 화두였다. 그러나 세계화는 이미 무서운 속도로 진전되었고, 그에 대한 투쟁도 세계화되었다. 자본의 세계화는 이제 국가들 간의 갈등으로까지 확산되어 곳곳에서 커다란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때문에 자본의 이윤 창출은 다시금 국내 영역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핵심이 바로 비정규직의 양산이다. 비정규직화를 통해 노동착취와 이윤창출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은 수요를 창출하지 않으면 스스로 몰락할 수밖에 없는 자기모순의 존재이다. 따라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되 그 처우는 개선하여 상품 수요를 진작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비정규직 법안이 바로 그 제도화이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보호법안은 비정규직화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며 이윤 창출을 위한 구매력 제고에 다름 아니다.

오늘의 정규직은 내일의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싸움이 곧 정규직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싸움은 모든 노동자들의 총체적인 거부여야 한다. 전술의 문제는 일단 접어 두자. 비정규직의 철폐! 자본의 흐름으로 보아 필연적인 비정규직화에 맞서는 것은 이것 외에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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