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안을 두고 언론과 여러 단체간 소란스러운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와중에 개정안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상임위를 떠나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것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기술적 보호조치를 강제하도록 한 조항(개정안 제104조), 문화관광부장관 등이 저작권침해 등의 복제물 등을 발견한 때에는 이를 수거하여 폐기할 수 있도록 한 조항(개정안 제133조), 영리목적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비친고죄조항(개정안 제140조)이다.
개정안의 위 조항에 대하여 여러 의견이 오고 갔는데, 반대하는 여러 논거에 보태고 싶은 것은, 개정안 제104조와 제133조의 기본권침해 우려이다.
개정안 제133조는 ‘<문화관광부장관, 문화관광부장관으로부터 위탁 받은 단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저작권 등을 침해하는 복제물>과 <저작물 등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하게 하기 위하여 제작된 기기·장치 및 프로그램>을 <발견>한 때에는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저작권자가 그 침해자에 대하여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형사상 고소나, 저작물 복제 자체와 복제물 배포 금지를 요구하는 재판이다. 본격적인 재판을 하기 전에 급박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임시적인 조치를 구하는 가처분을 하는데, 가처분은 현재로서 가장 신속한 권리구제 방법이기도 하다. 아마도 개정안 제133조는 통상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걸리는 가처분조차도 저작권자를 보호하기에는 너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인 듯 하다.
내가 만든 표현물을 복제물이라고 <수거>와 <폐기>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나에게 변명의 기회는 주어야 한다. 이것이 공정한 재판의 원칙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문화관광부장관, 단체, 구청장 등>이 복제물을 <발견>한 때에 <수거>, <폐기>할 수 있다고 하여, 변명의 기회와 재판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상위법인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개정안에 의하면 헌법상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저작물 등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하게 하기 위하여 제작된 기기·장치 및 프로그램>은 다른 목적으로 제작되었을 개연성을 가진다. 법원의 판단 없이, 변명의 기회도 없이,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저작권 침해목적이라고 <발견>되어 <문화관광부장관, 단체, 구청장 등>의 판단으로 <수거>, <폐기>된다면, 개정안은 재산권(헌법 제23조)까지 침해하는 것이 된다. 개정안은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했다.
개정안 제104조는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대통령령이 정한 바에 따라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이 불법적으로 복제·전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술적 보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한다. 위반 시 징역형도 가능하다.
위 조항은 특히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그 핵심은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의 개념에 메신저, 이메일이 포함되는가 포함되지 않는가 이었다. 문언적으로 본다면 충분히 포함된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뿐이 아니다. 자신의 저작물을 업로드하고 복제가 가능하도록 한 저작자의 홈페이지는 어떨까.
자신의 저작물을 스스로 업로드 하는 것도 복제·전송의 개념에 포함되므로, 충분히 대상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들이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서로간의 작품을 교환하는 온라인 공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홈페이지나 커뮤니티에 대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불법적 복제·전송을 방지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하여야 하는데, 어떻게 불법적 저작물인지를 판단할 것인가.
결국 업로드, 다운로드 기능이 있는 대부분의 온라인 서비스가 이를 금지하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홈페이지나 소규모 커뮤니티를 통하여 저작물을 공표하였던 저작권자는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를 침해 받는 것이고, 독자는 알권리(헌법 제21조)를 침해 받는 것이다.
기술이 너무나 발달하여 불법 복제물인지를 정교하게 판단하여 차단하는 기능이 생긴다고 하여도 문제는 여전하다. 서로간에 오고 간 통신을 모두 검열한다는 것인데, 이는 통신의 자유(헌법 제18조)에 명백하게 반한다. 통신의 자유라 함은 개인이 그 의사나 정보를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등의 수단에 의하여 전달 또는 교환하는 경우에 그 내용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되지 아니할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개정안 발의자는 기술적 보호조치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을 강제하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나 법은 명확하여야 한다. 나의 어떤 행위가 위법인지에 대하여 하나의 의미로 해석할 수 없다면, 그 법률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다. 디지털 저작권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에서 규정할 것이라면, 법안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범위를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기술적 보호조치라는 포괄적 용어로 대통령령에서 정할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조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이는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개정안이 개인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나 정보교류를 제한할 내용이 전혀 없다는 법안 제안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본권침해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법 해석의 기본원칙은 문언적 해석이기 때문이다.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기관은 법의 문구에 따라 저작권위반인지 여부를 우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법은 불안을 준다. 이러한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는 개정안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발의된 개정안을 명확한 문구로 수정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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