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대추리는 새 이웃을 원한다

미군기지 대신 평화문화공동체로 만들어가야

  2평화대행진, 대추리 주민들의 모습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투쟁이 그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3일 건설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를 통한 수용재결에 이은 12월 22일의 공탁을 통해 강제수용의 마지막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 절차는 행정대집행 즉 강제집행을 의미한다. 또한 여전히 온갖 불의한 수단으로 마을공동체 해체를 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1월 13일이면 500일을 맞게 되는 촛불행사와 새해 1월 3일부터 12일간의 일정으로 진행 중인 전국 트랙터 평화순례로 항전하고 있다.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토지수용 절차는 지난해 2월의 물건조사로부터 시작됐다. 그 뒤 감정평가와 이의신청, 그리고 협의매수 등의 절차가 이어졌다. 국방부의 협의매수는 지난해 8월 31일에 완료되었는데 매수율은 60%대에 그쳤다. 국방부는 9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수용절차를 시작했음을 알렸다. 그 절차란 중토위에 재결을 신청한 것을 의미한다. 공토법에 따른 이른바 재결 심의는 미군기지 확장을 비롯한 개발 목적의 사업을 위한 토지 수용의 적법성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11월 23일의 수용재결과 12월 22일의 공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중토위와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기관들은 대추리와 도두2리를 비롯한 13개 수용예정지역 농민들의 조직적인 오랜 저항과 투쟁이 마치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무척 신경을 썼다. 특히 공식 서류와 보도자료 등에는 ‘보상가 차이’ 때문에 협의매수가 지연되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명시하는 등 허무맹랑한 왜곡을 일삼았다. 협의매수를 마친 뒤로도 미군기지 확장을 마을 내부에서부터 지원하고 있는, 국방부에 의해 타락한 일부 주민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국방부가 늘어놓은 사탕발림의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와 새해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수용재결과 공탁 이후 수용예정지역의 모든 농토와 가옥이 국방부의 소유물이 된 사정 때문이다. 농민들은 땅 없는 농민들이고 주민들은 집 없는 주민들이다. 대추리에는 최근 빈집들이 부쩍 늘었다. 빈집들은 인상적이다. 이주자들은 주민들의 눈을 피해 도망치듯 짐을 싸고 고물상들이 창틀과 대문을 뜯어낸다. 여기에 단전 단수가 이어져 집은 하루아침에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방치된다. 이렇게 떠난 집에는 국방부가 출입금지 경고장을 붙인다. 협의매수를 끝내고 집을 비운 가구들이 대추리에만 스무 집을 넘겼다. 대추리 140여 가구 가운데 협의매수자 즉 언젠가는 그렇게 떠날 가구가 절반을 넘는다.


“논은 농사를 짓는 곳이다. 그래서 당연히 농사를 지어야 한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 당연히 사람이 살아야 한다.” 당연한 이 주장을 실천하는 일, 마을을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모든 일은 대추리 도두리에서는 온통 법의 거미줄에 걸릴 일들이다. 법이 곧 폭력이라는 점, 법이 끊임없이 파괴를 정당화한다는 점을 이 곳 주민들은 마침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에 맞서는 길에 우회로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된 것 같다.


대추리에는 이미 평화운동의 잔물결이 일고 있다. 빈집을 평화문화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운동의 흐름이다. 평화바람을 비롯한 활동가 단체와 개인들은 주민들의 후원 아래, 대추리에 들어와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빈집을 수리해 평화문화공간으로 만드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 ‘평택지킴이네 집’이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묵을 수 있는 잠자리와 모임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오는 11일 대추리에서는 그와 관련한 기자회견도 열린다.


이 곳 농민들의 구호는 “올해에도 농사짓자”다. 국방부의 목표는 농사를 못 짓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방부가 강탈해간 논에 곧 천막을 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대추리를 평화촌으로 만들자는 이러한 흐름은 전쟁위기의 고조에 반대하고 미군기지로부터 생명의 논을 지키려는 팽성 주민들의 염원을 반영한 운동이다. 미군기지 확장을 막아내고 대추리를 활기 넘치는 생산공동체로 만들어가자. 대추리의 빈집을 채우고 주민들과 함께 농사짓자. 농사를 지을 줄 모르면 집 앞의 텃밭이라도 일구자. 지금 일고 있는 잔물결이 하나의 긍정적인 큰 물결로 흐르도록 물길을 터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말

글을 보내주신 문만식 님은 평화바람 단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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