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당원은 기성정당의 뿌리와 관련된 것

[정병기의 생각 ] 68혁명의 상상력이 필요한 때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 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라고 한 시인은 노래했다(최승호의 「공장지대」).

이 시를 읽으며 떠 오른 것은 유령당원이라는 무뇌아를 낳은 열린우리당이다. 「공장지대」에 등장하는 산모는 “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라고 자각하며 아이의 뇌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수리 털들을 하루 종일 뽑아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과연 그러한가?

더욱 난감한 일은 서민의 정치를 부르짖은 당에서 이런 일이 터졌다는 것이다. 서민이라면 기간당원이든 유령당원이든 무조건 반기는 ‘열린’ 마음인가? 대통령이 나서서 엄정한 조사를 지시했고 검찰의 조사도 굳은 결의를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신문 한 귀퉁이를 장식하고 엄정한 수사 지시에 만족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데서 그칠 일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과거 부패 권력과 간통한 것이 분명하다. 사태가 이처럼 명백한데도 검찰 조사로 밝혀질 때까지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미진한 조사로 인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대로 웅크리고 있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그들이 웅크린 곳은 분명 열린우리당이고 기성정당들이다. 한 유럽 친구에게 물어 보니, 이것은 정당 지도부 전체가 책임질 일이라며 참으로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했다. 언론조차 영웅만들기에 지쳐 이 큰일을 제대로 치를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정수리의 털들을 모두 뽑아내듯이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고 발본색원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어찌 한나라당이라고 그렇지 않을까? 여당에 대한 철저한 조사 의지를 듣자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표적 수사 수순 운운하는 것은 가히 점입가경이다. 한나라당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하면 더하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봉천동에서 시작된 유령당원 문제는 누가 보아도 한 지역이나 한 정당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이미 부산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도 유령당원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며, 의심의 대상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령당원은 기성정당의 뿌리와 관련된 것이다. 이는 기존의 정당 개혁이 토대와 관련된 근본적 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권력과 직접 관련된 상층 개혁에 한정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참에 기성정당들에 대한 포괄적인 수사와 감시를 펴는 것이 당연하다. 언론과 사회단체도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권력 재편을 위한 조직구조 개편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사를 올바로 반영하기 위한 조직구조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및 직업정치인들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을 추동했던 68혁명의 상상력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불가능하게 보일지라도 말이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 하나의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병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