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칼럼 게시판 :: 베네주엘라, 카라카스 제6차 WSF 현장에서 - [포토뉴스] 국가 소유 5성 특급 호텔에서 반미,반제 벽화까지

2005년 1월 24일부터 29일까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6차 ‘다중심적’ 세계사회포럼(이번 세계사회포럼은 말리 바마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와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동시다발 개최된다)이자 미주사회포럼이 개최 중이다. 필자는 갑작스럽게 참여하게 되어 26일 밤에 도착, 사회포럼 중반부터 참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지와 지원 속에서 개최되는 이번 사회포럼은 최근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선출된 에바 모랄레스 등 남미 대륙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좌파 정권에 대한 평가와 전망, 남미 독립운동의 영웅 시몬 볼리바르의 사상에 의거한 ‘민중적’ 대륙통합, 반제국주의와 반신자유주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와 WTO, 전쟁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루고 있다.

카라카스 사회포럼은 힐튼호텔과 그 주위 공터, 공원, 극장, 베네수엘라 볼리바리아 국립대학 캠퍼스, 군부대 (아이리니컬하게도 반전총회가 군부대에서 개최됐다) 등 정부가 제공해준 여러 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여느 사회포럼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워크샵과 회의, 토론회, 문화공연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카라카스의 거리, 산을 뒤덮고 있는 빈민촌. 카라카스는 언덕과 산으로 둘려 싸여 있다.

하필이면 사회포럼이 시작하기 2주 전, 공항과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의 교각에 균열이 생겨 도로가 폐쇄됐다. 사회포럼 참가자들은 3시간 걸리는 산길을 통해 공항을 왕래해야 했다.

힐튼호텔 로비에 모여 있는 참가자들. 국제 참가자들의 ‘아지트’는 희한하게도 힐튼호텔. 상당수 외국인들은 호화로운 별 5개짜리 힐튼호텔에 숙박하면서 호텔 연회장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의아한 나머지 여기저기 물어보니, 카라카스 힐튼호텔 주식 70%를 베네수엘라 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이번 사회포럼에 ‘내줬다’고 한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활동가도 있고, 치안상태가 좋지 않은 카라카스에서 여기 말고 어디서 개최하겠냐는 활동가도 있다. 호텔 안에 베네수엘라인은 거의 없었다.

좌판을 차리고 러시아혁명 관련 각종 책을 팔고 있다.

호텔 대연회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유럽과 남미 정부에의 좌파 참여'

몇 개 행사는 텐트에서 개최되기도 한다. 미주 사회운동 회의와 비아깜페시나 토론회의 모습.

'아동의 세계사회포럼' 플랭카드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어린이 참가자들의 모습이다. 한 학교에서는 아동포럼이 개최되고 있다. 남미 전역에서 많은 어린이가 폭력과 노동착취, 마약과 성매매, 빈곤에 노출되어 있다. 행사장 한 구석에는 '헤리 포터와 미국의 환상'이란 행사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회포럼과 항상 병행 개최되는 청년캠프. 힐튼호텔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어느 곳 어느 행사와 마찬가지로 행사장 주변에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각종 먹거리, 즉석에서 만든 팔찌와 목고리, 체게바라와 차베즈 티셔츠, 복제 CD와 DVD, 손바닥 절반만한 베네수엘라 볼리바리아 헌법, 건전지를 넣고 단추를 누르면 녹음된 연설이 나오는 차베즈 인형...

차베즈 대통령은 3-4시간을 육박하는 긴 연설로 유명하다. 내용을 절대 반복하지 않으며, 선동성과 교육성을 고루 갖춰 몇 만 대중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1월 27일 저녁, 사회포럼의 일환으로 차베즈 대통령 연설이 있었다. 수만 여명 베네수엘라인들은 줄을 서서 3-4시간을 기다리고 3시간에 걸친 그의 연설을 들었다. 필자는 텔레비전 생중계로 그 날 행사를 봤다. 차베즈는 연설하는 도중에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그의 연설을 듣는 대중은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환호를 하기도 하고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