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1] "인물교체, 상식회복은 혁신이 아니다"

내가 이정훈-이해관 후보를 지지하는 5가지 이유

참세상은 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 집중취재의 일환으로 세 선본에 정책과 관련한 기고를 요청하였다. 지난 위원장-사무총장 후보의 인터뷰와 사무총장 후보의 서면질의에 이어 ‘지지 후보 발언과 타 후보 정책 비판’을 기고 주제로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1)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지지하는 내용, (2)타 후보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발전적인 비판, (3)정파 활동에 대한 발전적인 비판을 담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기호1번 지지자로는 김진경 서울대병원노조 위원장이, 기호2번 지지자로는 김유철 기아자동차노동조합 판매지부 경남지회장이, 기호3번 지지자로는 김동성 공공연맹 발전노조 조합원이 각각 글을 보내왔다. 민주노총 선거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 편집자 주



내가 두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지 않다. 이정훈 위원장 후보의 경우 이 어려운 시기, 적자 사업장에서 4조 3교대 근무형태 변경을 쟁취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 게 고작이고, 이해관 사무총장 후보의 경우 서울대병원 파업 때 몇 차례 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이다.

그저 막연하게 기존의 상층 중심의 관료적이고 계파적인 노동운동에 대한 분노와 비판의식에서 기호 1번 진영을 지지했을 뿐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지부노조사무실을 선거캠프로 제공하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눈 지금은 확신에 찬 지지자가 되었다. 그 이유 5가지를 적어보겠다.

1. 성찰의 근원성

지금 노동운동의 위기는 사람을 바꾼다거나(기호 2번) 혹은 상식을 회복한다거나(기호 3번) 해서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10년 동안 ‘위기’에 대한 논의는 이어졌고, 갖가지 ‘혁신 방안’이 백가지 꽃처럼 선을 보였지만, 현실의 노동운동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저 사람들이 일을 잘못 했으니, 우리한테 맡겨! 그럼 돼!”하는 속편한 선전만이 난무했다.

이정훈-이해관 후보는 이 지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문제를 강승규 수석의 개인비리로 규정하며 인물교체 정도를 혁신방안으로 제시하는 조준호 후보나, 상식이 통하는 민주노총을 좌파적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김창근 후보 진영과는 달리 이정훈-이해관 후보 진영은 위기를 ‘구조와 기풍의 문제’로 제기했다. 운동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어찌 사람과 상식만의 탓이겠는가!

그들은 지난 10년 민주노조운동이 전 노동자 계급의 투쟁의 구심이 아니라 일부 대기업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운동으로 퇴행한 데서 일차적인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그렇게 된 데는 매우 구조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고 짚는다.

예컨대 민주노총 내에 조직화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진 여성연맹의 경우를 살펴보자. 최저임금이 곧 자신들의 임금이나 다름없는 비정규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모인 단체다. 이 노조의 조합비는 1인당 3000원인데 그 중 1000원을 민주노총 의무금으로 올려야 한다. 그래서 여성연맹은 조합원을 계속 늘려가지만 민주노총 의무금을 조합원 수만큼 내지 못해 민주노총 대의원은 1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돈의 크기만 따진다면 민주노총은 돈 많은 대기업 노동자의 실리를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하지 않겠는가! ‘1원 1표’는 사회운동의 원리가 아니라 주식회사의 원리 아닌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도전하지 않는 혁신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정훈-이해관 후보 진영은 이를 위해 민주노총의 의결단위, 집행단위에 비정규, 중소영세, 여성 등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단지 자리 몇 개 할당 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의원 할증제도와 같은 구조적 혁신이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비록 칠십만의 조직이라도 ‘천만 노동자의 대표’라고 자임할 수 있다!

대기업에 편중된 의결구조는 운동의 기풍도 혼탁하게 했다. 일부 돈 많은 대기업 노조의 표에 의존해서 한 자리 해보겠다는 노동 관료들이 나타났는데 예컨대 KT노조의 경우 비정규파업 찬반투표와 노조위원장 선거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위원장 투표는 97% 넘게 참여한 반면, 거의 같은 시기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는 1%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런 실천적 책임은 지지 않고 의결권만 행사는 이러한 노조에 대해 징계조차 논의 못하는 게 지금의 민주노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KT노조를 운동적 기준이 아니라 표와 돈으로 바라보는 노동관료들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2.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더 싸우고 싶었다!

요즘 노조간부들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현장 동력이 없다’고 푸념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때문에 원칙을 버리고 타협적으로 가야하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로 상층에서 원칙만 외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있는 현장의 동력이라도 최대한 소중하게 살리려는 꾸준한 노력이 절실하다.

이른바 ‘서울대병원 노조사태’는 지금 우리의 대안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합의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더 싸우고 싶었고 실제로도 더 싸웠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반조직행위라는 온갖 비난과 왕따였다. 심지어 민주노총 관계자들을 투쟁집회의 연사로 모시기조차 힘들었다.

이정훈-이해관 후보는 얘기하고 있다. “지금 현장의 눈물과 한숨이 부족한 게 아니다. 현장의 동력이 부족한 것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도부가 작은 투쟁에 직접 결합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면서 승리의 성과를 내온다면 운동의 대중동력이 살아날 수 있다.” 이제 민주노총의 활동의 중심은 대폭 현장으로 낮추어야 한다. 지역의 연대투쟁을 만들어내고 그 기풍을 높이는 데 당분간 민주노총의 힘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의 동력을 전제로 한다면 대안은 투항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상층에서 원칙을 주장하는 정파 혹은 지도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연대전선 구축에 모든 역량을 투여하는 집행부를 만드는 것이다. 이정훈-이해관 후보는 그러한 아래로부터의 관점과 대안을 중심으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그들을 지지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3. 발상의 발랄함

임원직선제! 2번은 시기상조, 3번은 지지이다. 그러나 그들의 찬성, 반대는 모두 관료적 발상을 넘어서고 있지 못한 관료적 반대, 관료적 찬성일 뿐이다. 1번 진영은 단지 위원장 뽑는 방법을 바꾸자는 게 아니다. 이를 통해 노동계급의 민주노총으로 거듭 나자는 것이다. 예컨대 민주노총 위원장을 직선으로 뽑는 과정에서 TV 토론을 통해 노동운동의 방향에 대한 공개적 토론을 한다면 지금과 같이 패거리 선거문화, 뒷담화 위주의 저열한 비판문화는 싹 사라지지 않겠는가!

더욱이 직선제를 계기로 각 공단마다 노동계급의 대표를 뽑는 데 참여하라는 캠페인을 벌인다면 노조원도 확대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운동의 계급적 대표성도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60만 조합원의 대표가 아니라 1200만 노동계급의 대표가 선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발랄한 상상력이야 말로 지금 관료화된 민주노총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36세 단위 현장의 위원장이 굵직한 노동관료로서의 경력을 자랑하는 다른 후보자들에 맞서 민주노총 위원장에 도전할 수 있는 그 발상의 발랄함. 정작 표를 찍어 줘야할 대의원들에게 민주노총이 이렇게 된 책임은 당신들에게도 있다며 솔직하게 문제제기하는 것이 내가 이정훈-이해관 후보를 지지하는 세 번째 이유이다.

4. 공세적 방향성

잘못된 질문은 잘못된 답을 만든다. 언제부터인지 운동이 자신감을 상실하면서 질문 자체가 ‘이 신자유주의 양극화에서 어떻게 살아날 것인가?’라는 식으로 수세적으로 바뀌었다. 잘못된 질문으로 인한 잘못된 답이 지금의 대안 논쟁이다. 독일식 산별모델이니, 스웨덴식 사회적합의주의 따위가 그런 연장에 있는 것들이며 그것이 운동에 반영된 요구가 ‘비정규법안 개악저지’, ‘로드맵 분쇄’ 등의 방어적 슬로건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공세적 방향으로 운동이 나아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양극화 속에 하층으로의 추락을 저지하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부자는 돈이 넘치고 노동은 빈곤으로 추락하는 양극화 현실을 그 역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변혁적인 노동운동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이정훈-이해관 후보는 2006~2008년 연이은 정치 격변기를 노동운동이 공세적으로 전환하는 시기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활동 중심은 현장으로 더 낮추되 방향은 경제적이고, 실리적인 것을 넘어 정치적인 방향을 분명히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당장 대단한 정치 파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 분명한 지향성을 얘기하는 것이다.

지금의 수세적 노동운동은 더 이상 대중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작은 출발일지라도 공세적 방향을 갖고 투쟁해 나아갈 때 힘이 모아질 수 있다. 연속된 패배 속에서 수세적 질문으로 일관하고 있는 지금의 노동운동에 공세적 방향성을 고민하는 이정훈-이해관 후보를 지지한다.

5. 치열한 자기 결단
내가 이정훈-이해관 후보를 가장 결정적으로 지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얘기하는 ‘몽골기병론’이다. 서울대병원 노조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정훈 위원장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민주노총은 지도부가 핸들을 좌로 튼다고 왼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미 대중적으로 민주노총은 투쟁의지를 의심 받고 있다. 이를 대안의 문제로 관료들이 호도할 뿐이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지도부는 몽골기병 같이 지도부이다. 단위 현장의 작은 투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줄 아는, 투쟁이 있는 곳에 직접, 가볍게 출전할 수 있는 몽골기병 같은 위원장이다.

1년에 3~4명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고 새로 뽑히는 일이 2년만 반복되어도 현장에서 민주노총 보는 눈 달라진다. 그런 신뢰가 살아난다면 지금 울분에 차 잇지만 자신감을 잃어 투쟁으로 떨쳐나서지 못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떨쳐 일어서지 않겠는가!

지금은 행동하는 순교자가 필요하지, 설법 좋은 지도자가 필요한 게 아니지 않는가!” 치열한 자기 결단! 내가 그들을 지지하는 마지막이자 결정적 이유이다.
덧붙이는 말

김진경 님은 서울대병원노조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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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 노동자

    좋은글 좋았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아니지만 저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희망이 되는 후보인것 같습니다.

  • 노동자

    맞는 말씀입니다..저는 비록 투표권은 없지만.그래도 민노총조합원이자..
    목숨보다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현장활동가 입니다..우리 한번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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