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맑스의 <공산당 선언> 마지막 구절을 실천하고 있다: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전세계다." 한달째 차가운 복도에 침낭을 깔고 하루 세끼 차가운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이철 사장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우리는 나날이 투사가 되어가고 있다." 농성 한달째 한 평범한, 투쟁 참여자에게서 나온 말이다.
비정규직 여성들로서 이들의 투쟁은 "밥, 꽃, 양"이 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이들의 투쟁은 우리에게 다시금 일러준다. '우리'가 자본의 회유와 협박질과 유혹을 뿌리칠수록 '우리'는 더 강해지며 더 전복적이 된다는 점을.
처음부터 쉽사리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투쟁을 시작한 이들은, 승객들에게 "밥"을 해주는 고된 노동 속에서, "KTX의 꽃"이라는 사탕발림이 오로지 비정규직의 초과착취적 현실을 은폐하기 위한 텅빈 말이라는 점을 온몸으로 경험함시롱, 그리하여 값싸게 사용당한 후 "희생양"되는, 자본한테만 좋은 길을 가기를 결연히 거부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과 더불어서 3월 초에 이틀간 있었던 총파업이 한달간 계속되었다면? 그것이야말로 혁명적 몸짓이자,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길로 연결될 파국이었으리라. 그렇지만 우리는 투쟁이 몰고올 어떤 파국에 두려워 떨며 뒷걸음질치고 비겁하게 타협할 뿐이다.
"이제 나는 사용자의 눈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나의 경험과 나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어느 KTX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의지가 집단화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리하여 지금 여기의 초과착취적 현실이 마비되고 중단되어 어둠이 찾아오며 그 어둠뒤에 어떤 일이 올지도 모르면서 그 어둠을 (KTX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처럼 결연하게) 맞이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비겁하고 우리는 두려워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한줌의 것을 위하여, 우리를 종속하는 현실에 알아서 먼저 투항하며, 그 한줌을 지키고자 더 많은 것을 내어주고 알아서 잃어뻐리며, 급기야는 그 한줌마저도 빼앗긴다. 우리는 비관주의자이며 겁쟁이고 비겁하다.
75년 YH 여성노조가 결성되고 79년 8월 무단폐업에 항의하는 200명의 YH 여성 노동자들의 무참한 희생과 김경숙씨의 죽음이 유신체제를 종식시키는 결정적로 촉발제가 되었다. (고김경숙씨는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야 민노당 1호 명예당원으로 추서되었다. 그리고 당시 YH 노조 지부장이었던 최순영씨는 민노당 비례대표 의원이 되었다)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폭력진압 대신 들어선 것은 싸늘한 집단적 외면과 무능력한 연대 의사뿐이다. 그렇지만, KTX 비정규직 여성들의 투쟁은 (여성)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역사를 맹글어낼 것이다. 이들의 투쟁에서 나는, 이 억압적 현실에 종속되어 있으면서 이에 겁나게 타협하고 순응함시롱 그 종속을 강화하는 나같은 이들은 볼 수 없는 어떤 어둠의 저편으로 주저함없이 뛰어드는 어떤 강렬한 낙관주의를 본다.
'우리는 끝장날지도 모르지만, 이 모든 파국뒤에도 세상이, 삶이 계속될 것이라는, 그러므로 우리는 정말이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잃을 것이라곤 쇠사슬뿐이다!'라는 강렬한 낙관주의.
대립을 하더라도, 그 대립이 어떤 파국을 불러올까바, 알아서 양보하고 알아서 물러서려는 우왕좌왕 우물쭈물 머뭇머뭇에는 이런 강렬한 낙관주의란 없다. 이런 작태에 깊숙이 뿌리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비겁함, 즉 '세상이 원래 그렇지'하는 비관주의와 그 너머를 상상하지 못할 뿐더러 '그 너머'라는 게 있어서도 안된다고 굳게 믿는, 그런 비겁함뿐이지 않을까.
우리가 비겁하게 거부하지 못하는 이 세계는 무엇일까.
KTX 비정규직 여성들의 투쟁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쩔쩔맴시롱 비겁하게 매달리는 이 세상은, 이 세상은 팔 것이라곤 몸 밖에 없고 종속될 자유밖에 없으며 잃을 것이라곤 쇠사슬밖에 없다고.
KTX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투쟁 속에 있는 혁명적 불씨를 들불로 번지게 할 방법들은 무엇일까? 우리의 일하는 손을 집단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막는 것은 무엇일까?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시작되었고, 곧 국회 본회의에 비정규법안이 상정될 것이며, FTA 협상 움직임은 가속될 것이다.
우리의 모든 비겁함, 협상이니 절충이니 하는 것들을, 우리의 일하는 손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그 모든 것들, 우리의 순치된 욕망을 집어던지고, 단 열흘만이라도 어지럽게 달리는 이 현실을 중단시켜보자. 우리의 집단적 중단이 불러올 어떤 어둠, 어떤 결과들에 두려워하지 말고.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