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균] (사)참세상 이사장

‘좋은 FTA’와 ‘나쁜 FTA’를 구분하지 말라

[기고] 한미FTA, 왜 저지해야 하는가?

이제까지 미국이 타국과 맺은 FTA 중 최강의 FTA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FTA를 체결하기 위해 노무현 정권은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고 공언하는 가운데 참으로 일사분란하고 신속하게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FTA의 체결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종속적 경제동맹 및 이에 기반한 종속적 정치군사적 동맹을 완성시킬 것이며, 이 동맹체제의 완성은 미국계 초국적자본과 이들과 융합되어 있는 한국의 독점자본에겐 많은 이익을, 이 땅의 노동자-민중에게는 역사상 유례없는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한국경제의 미국경제로의 실질적인 통합을 가져올 한미FTA의 체결은 그간의 개방으로 이미 미국계 중심의 초국적 자본과 융합되어 있는 4대재벌과 수출산업들에게 더 많은 시장을 마련해 주고, 개방의 충격에서 경쟁력을 키우게 될 소수의 특정 기업들에게도 이윤 증대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임에 틀림없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미FTA의 체결이 한국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 및 국부의 증대에, 그러므로 피해층을 만들어 내긴 하겠지만 크게 보면 국민 전체의 이익에 일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주장은 4대 재벌과 경쟁력을 키울 특정 소수 자본들의 이익을 ‘국익’으로 간주하고,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절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하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해선 다음의 점들이 지적될 수 있다.

1) 그간의 개방으로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미국계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는 이미 증대해 왔지만, 한미FTA의 체결은 그 지배를 결정적으로 강화하고 확고부동한 것으로 만들 것이다. 외국계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력 증대는 이들 자본에게 막대한 투자수익과 투기이득을 안겨주며, 이는 국부가 증대할 지라도 증대된 국부의 외국으로의 항상적인 더 많은 유출을 가져오지 않을 수 없다.

2) 한미FTA의 체결은 그간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해온 한국경제 전반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을 완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한미FTA의 체결은 한국자본주의의, (외국계 초국적 자본과 거대기관투자가가 중심을 이루는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주주자본주의체제로의 전환을 최종적으로 완성시킬 것이다. 그런데 개방에 따른 자본들 간의 경쟁의 격화와 더불어 주주이익에 기여하기 위한 ‘상시적인 기업지배구조개선’은 정리해고와 불안정노동의 일상화와 같은 노동에 대한 공격 및 비정규직 노동자와 빈공층-실업층의 양산을 항상적인 것으로 만들 것이다.

3) 한미FTA의 체결은 공기업의 수익성 위주의 운영 및 공공서비스 부문의 사유화, 해외매각 등을 결정적으로 촉진할 것이다. 공공서비스 부문의 해체를 가져올 이런 과정은 결국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의 강화에 기반하거나 그 강화를 결과할 것이며, 다수국민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혜택을 축소시키고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드는 기제가 될 것이다.

4) 한미FTA의 체결은 전면적 개방으로 경쟁력을 잃은 많은 중소자본과 영세자본들을 도태시킬 것이며, 이는 다시 수많은 노동자들을 실업자로, 빈곤층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5) 한국의 농업은 이미 빈사직전의 상태로까지 내몰려 있지만 한미FTA의 체결은 한국농업과 농민층을 최종적으로 ‘확인사살’할 것이다. 한국농업의 붕괴는 한국의 농업시장을 미국계 초국적 농식품복합체의 이윤사냥터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농민층의 몰락은 도시 빈민층을 증대시켜 노동자를 더 한층 불안정 노동자로 내몰고,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저임금과 노동강도의 더 한층의 강화를 강요할 것이다. 게다가 쌀농사의 포기는 심대한 환경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6) 한미FTA의 체결은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사회적-민주적 규제를 결정적으로 약화시켜 시장이윤논리에 따른 국토의 난개발을 증대시킬 것이며, 이 역시 커다란 환경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7) 한미FTA의 체결은 한국의 문화산업 전반 및 방송-미디어 등에 대한 미국계 문화자본 및 방송-미디어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시켜 미국계 문화자본 및 방송-미디어 자본에게 막대한 새로운 이윤창출의 장을 제공해 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미FTA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계 초국적 자본과 이들 초국적 자본과 융합되어 있는 내국독점자본의 노동자-민중 및 절대다수의 국민들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한 전면적인 공격의 성격을 지닌다. 한미FTA의 체결은 한국의 국가와 정치를 한층 더 이들 자본의 볼모로 만들고, 경제적 양극화 및 사회 해체와 사회 황폐화를 가속화시킴으로써 한국 민주주의를 빈사의 상태로 내몰 것이다. 나아가 한미FTA의 체결은 신자유주의적 개방과 개발에 따른 환경재앙을 심화시키고, 한국의 방송-미디어 등을 미국적 가치관과 상업문화를 전파하는 기제로 확고히 전락시킬 것이다.

다른 한편, 한미FTA의 체결은 한국이 미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립성을 지닌 아시아경제권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막고, 아시아경제권을 미국권과 중국권으로 분열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한미FTA 체결에 기초한 다른 나라들과의 FTA 체결은 이들 나라에 대한 미국계 초국적 자본의 착취와 수탈 및 ‘미제국’의 실질적 확장에 기여하는 대가로 이들 나라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미국계 초국적 자본과 융합된) 한국독점자본의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는 기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FTA란 미국에게는 경제적, 정치적, 군사안보적 관점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국가들의 경제를 미국경제에 통합시키고, 이를 토대로 이들 국가들과 확고한 정치군사적 동맹체제를 구축하는 데에 의의를 지닌다. 그러므로 ‘의약품 가격 인하조치 중단’,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쇠고기 수입재개’, ‘스크린쿼터 축소’ 등과 같은 조치들만이 아니라, 사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및 평택미군기지 확장 허용’이 미국과 FTA를 맺을 수 있는 보다 중요한 선결조건이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허용은 한국군을 아시아 전체를 겨냥하는 주한미군의 하위동맹군으로 확고하게 편입시키고, 주한미군 기지를 ‘중국 포위’와 ‘북한에 대한 예방적 선제공격’을 위한 전초기지로 만든다.

이 과정은 남북한 평화체제의 구축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훼손하는 동시에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항하는 중국-(러시아-)북한과의 새로운 군사동맹 관계 수립을 재촉할 것이다. 한국의 미국으로의 실질적인 합병은 북한의 중국으로의 실질적인 합병을 재촉함으로써 남북한 분단체제의 극복과 자주적 평화통일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이처럼 한미FTA는 한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의 미국으로의 실질적인 합병을 통해 득을 볼 내국독점자본과 숭미적 시장지상주의자들의 프로젝트이며, 노동자-민중에 대한 시장주의적 착취와 수탈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들의 최후의 공세이자 탈미의 길로, 신자유주의 반대의 길로 나아가는 새로운 흐름에 대한 친미수구세력의 최후의 반격이다. 다른 한편, 미국에게 FTA란 이윤율의 저하가 가져온 구조적 과잉축적위기에 대한 미국 독점자본의 새로운 반동적 공세이자, 그것도 ‘전쟁의 상시화 등을 동반하는 가장 반동적인 공세이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계 초국적 금융자본에게는 새로운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지만 금융적 착취와 수탈에 미국경제가 갈수록 더욱 더 의존하는 것은 미국자본주의의 허약성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할 따름이며, 그런 반동적 공세가 강화될수록 미제국주의에 대한 전 세계 인민의 분노와 저항 역시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자유‘무역이란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리고 그 무역으로 어느 나라 자본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득을 보든 결국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한 자본프로젝트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좋은 FTA’와 ‘나쁜 FTA’ 등을 구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특정 국가의 자본의 관점이지 노동자-민중의 관점이 될 수 없다. 나아가 우리는 정부가 한미FTA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이미 진척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개방과 개혁을 완결시키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한미FTA 저지투쟁은 ‘한미FTA 협상 중단’을 일차적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개방과 개혁을 저지하고 자본운동에 대한 민주적-사회적 규제의 강화와 독점자본의 사회화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투쟁으로, 국경을 넘어서는 세계 노동자-민중의 이익을 옹호하는 새로운 대안적 세계화 건설을 위한 투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미FTA 저지투쟁을 통해 신자유주의 공세로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의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 나가자! 그리고 이 연대적 힘을 강화시켜 갈수록 반동화되는 자본의 공세를 이겨내고,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자!
덧붙이는 말

김세균 님은 한미FTA저지교수학술단체공대위 공동위원장 일하고 있으며, 이 글은 4월 27일 범국민운동본부 뉴스레터 '한미FTA 거짓말' 제1호에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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