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청와대에 반기 들다

[기고] 농진청지부, 중앙부처 최초 구조조정과 노조무력화에 맞선 대리전

김인식 농촌진흥청장(전 청와대 농어촌비서관)의 노조와의 합의사항 파기 및 ‘연구,지도관 승진’ 밀실강행에 맞선 농진청지부의 투쟁은 표면적으로 ‘연구,지도직의 단일직급제와 승진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표출되었지만, 현재 공무원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

노무현 정부는 신공공관리론에 입각한 공직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급속히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산출량/투입량) 개념을 적용하여, 투입량(인건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공직사회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초민족적 자본과 소수의 대자본의 이해만을 보장하고 민중의 삶이 피폐화된 사회구조 속에서 더욱 확대,강화되어야 할 공무원조직의 공적 기능을 축소,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25일 농촌진흥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공무원들

이러한 정부의 공직사회 재편방향 하에서 공무원의 신분이 특수권력관계(절대적 신분보장)에서 고용계약관계(직권면직제도 도입 등 신분보장 약화)로 변화함에 따라 정부도 최대한 권리를 제약하는 악법의 형태로나마 공무원 노동조합법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특별악법 전면개정을 요구하며 설립신고를 거부하자, 2006년 총액인건비제의 전면시행을 필두로 한 공직사회 구조조정의 걸림돌인 공무원노조 무력화를 위해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특별악법 체제 내로 들어오도록 탄압을 본격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 정부의 농업포기 정책과 공무원조직의 신자유주의적 재편 속에서 농촌진흥청의 구조조정 또한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왔다. 첫째 조직성격 자체의 변화로서 현재 대부분의 국가연구기관들이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연구기관의 전례와 같이 출연연구기관(민간연구기관)으로 전환하는 전 단계로 볼 수 있으며, 둘째 임금유연화 및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개별화(노동조합 무력화)를 목표로 현행 성과상여금을 성과급체계를 거쳐 성과연봉제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김인식 청장은 지난 5월 9일, 취임 후 3달 남짓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암시하며 중앙책임운영기관 전환 및 연구관 일몰제(퇴출제) 등이 포함된 ‘농촌진흥기관 혁신방안 대국민선언’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번 농진청의 ‘반개혁적 승진강행’을 보면, 명백히 노조 무력화를 목표로 한 의도된 행위였음이 드러난다.

농촌진흥청(연구,지도직 관련기관)은 연구,지도관/연구,지도사의 2계급 체제로 인한 승진제도의 폐해와 왜곡된 조직문화를 개혁하기 위해 ‘단일직급제’(관,사 통합)를 추진해왔다. 2003년 청장 이하 전 소속 기관장과 직협 회장들이 서명한 ‘농촌진흥청 개혁 공동합의문’에서 단일직급제 추진을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혁합의를 지키지 않아 2004년 승진심사 거부각서를 제출(709명, 직협회원 94.78%)하는 등 투쟁을 거쳐, 단일직급제를 청의 공식입장으로 확정, 추진해왔다. 그리고 청과 노조의 합의기구인 ‘농촌진흥사업 개혁추진위원회’(훈령)에서 ‘승진 문제는 노조(직협)과 합의하에 추진한다’고 합의하였다.

그러나 청 당국의 형식적인 단일직급제 추진 의지표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추진이 늦어지자, 노동조합에서는 2006년 3월 20일 총투표를 통해 ‘2006년 승진유보(77.4%) 및 청의 승진강행시 전면투쟁’을 결정하고, 청에 2006년 단일직급제 제도화를 위해 청의 모든 역량을 기울일 것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노조의 결정을 모두 확인하고 있던 김인식 청장은 본청 과장급도 모르게 청장과 일부 국장들의 밀실결정으로 승진을 강행하였다. 그것도 노조에서 마지막까지 청의 단일직급제 추진 로드맵에 따라 올 6월 ‘단일직급제 법령개정안’을 중앙인사위원회에 제출한 이후에 승진을 시행하도록 승진시기를 2-3개월 유보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승진을 강행하였다. 그리고 김인식 청장은 노조를 투쟁으로 몰아간 이후에도 무리한 공권력 투입 등 전혀 사태해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승진강행’이 노조무력화를 위한 의도된 계획이었음을 확신하게 하고 있다.

이미 이번 투쟁은 농촌진흥청을 넘어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대응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비화되었다. 정부의 승리로 중앙행정기관본부 무력화 및 공무원노조에 타격을 입힐 것인가? 우리의 승리로 노조를 사수하고 향후 몰아칠 구조조정 저지, 생존권 사수 투쟁에 기틀을 다질 것인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현재 정부정책을 정면으로 막아 낼 만큼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조건에서 개별전선에서의 승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농촌진흥청지부의 투쟁은 개별사업장의 문제로 사고해서는 안 되며, 공무원노조 전체의 승리로 가기 위해 총력투쟁이 절실히 요구된다
덧붙이는 말

이현대 님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중앙행정기관본부 농촌진흥청지부 사무국장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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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새4

    승진 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더군다나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진흥청의 작태에 맞서 꼬옥 승리하기시 바랍니다.

  • 참새4

    승진 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더군다나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진흥청의 작태에 맞서 꼬옥 승리하기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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