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일] 에바다학교

‘잔류농약속성검사기’ 도입, 부식업체 달라지더라

[기고] 에바다학교, 음식 안전하니 학교가는 즐거움도 커

최근 전국적으로 학교 급식과 관련한 식중독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신문과 방송이 연일 대서특필을 하고, 온 국민들이 경악과 분노에 치를 떨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언제 적부터 있었던 내용인데 아직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똑 같은 작태들이 반복되느냐는 겁니다. 그것도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먹는 걸 갖고 장난질 하고 말입니다.

급식업체는 돈 벌기에 급급하고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은 뒷전인 상황에서 학교는 학교대로 책임지지 않는 방법 찾기에만 골몰하는 형국입니다. 결국 감나무 아래서 홍시 떨어지기를 바라고 입 벌리고 있는 것보다 더 가능성이 없는 악덕업자들의 양심변화만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교장은 위탁이 좋으냐? 직영이 좋으냐? 위탁은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으며, 직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냐를 따지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사고가 났을 때 책임도 피할 수 있고 여행경비니 뭐니 하면서 온갖 명복으로 뒷돈이나 받아 챙길 수 있을까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모두는 아니겠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입니다.

어린 학생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급식문제를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너무나 닮았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대기업의 속성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대기업들이 급식에 손을 대면서 거대한 자금력을 동원하여 중소업체들을 조직적으로 고사시켰던 겁니다. 대기업 자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급식에까지 대기업들이 군침 흘리고 달려들면서 지역의 중소업체들을 다 죽이는 것은 해도 너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추석이나 설이 가까워오면 생선까지 법을 어기면서 사재기 하는데 이들에게 도덕이나 양심이 어디 있겠습니까? 일단 대기업이 거대한 자본력으로 독점하게 되면 이들이 어린 학생들의 건강 따윈 애초에 안중에 없이 횡포를 부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대기업에서 중소업체로 하청을 줄 때 가격을 어느 정도 선으로 해야 질 좋은 급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까지 최대한 빼먹을 수 있는가만 고민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하청을 주면 그 하청업체는 최악의 가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먹거리의 안전은 안중에 없이 오로지 이익창출을 위해 쥐어짠 것을 다시 쥐어짜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이러니 어떻게 우리 학생들에게 질 높은 영양가는 차치하고 부패하고 썩지 않은 음식이라도 바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일지 모르지만 우리 학생들은 또 한 번 추악하고 저질스런 어른들의 농간에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상당수 학교가 업체로부터 갖은 명목으로 돈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대기업은 거대한 자본력으로 중소업체들을 도태시키고 독점체제만 갖추면 그때부터 흔히 하는 말과 같이 손도 안 대고 코푸는 겁니다. 중소업체와 어린 학생들의 고혈이 짜서 생긴 돈이 자동으로 들어오니까요. 저는 이 상황에서 학교가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잘못된 과정이 있더라도 최종적으로 학교가 안전한 먹거리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업체들의 문제들을 걸러낼 수가 있고 결국 학생들의 건강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나 정부가 대기업들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보다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 줘야 합니다.

며칠 전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급식법의 경우 어차피 7·8월이 방학이어서 9월에나 처리할 문제"라며 "급식법이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6월 30일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사립학교법과 급식법을 연계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9월에나 처리하면 된다고 했는데 9월에도 사학법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어떡할 건데? 그 땐 이렇게 이야기 하겠지요. "급식법의 경우 어차피 10월은 개천절에 추석황금연휴이고 12월부터 2월까지 방학이니까 내년 3월에나 처리할 문제..."라고 말입니다.

식중독으로 전국의 어린 생명들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이나 이재오의 눈에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에 한낱 걸리적 거리고 보기 싫은 강아지(개새끼)로 보이지 않고서야 그 많은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과 국민들의 핏발서린 분노의 목소리가 한낱 개짓는 소리로 들릴 수가 있느냐 라는 겁니다.

저는 이것을 보면서 솔직히 이런 제안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방학 때까지 그리고 9월이 됐던 언제가 됐던 급식법이 시행될 때까지 식중독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이 먹었던 똑 같은 음식을 한나라당과 이재오 그리고 급식법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 너희들이 (미안한 표현입니다만) 쳐먹어라. 식중독 한 번 걸렸다고 안 먹으면 안 되고 식중독이 걸렸던 말던 법이 시행되기까지 매일 먹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내 쌍수들어 당신들 편들어 주겠다 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급식관련 식중독 사건을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첫째, 식중독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음식물에 잔류농약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가 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함에도 오히려 당장에 그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식중독 문제에만 매달리는 모습은 참 안타깝습니다.

농산물 생산자 관리 및 유통 관리를 일부 기관에서 진행 중이지만, 학교 급식의 경우는 대부분 중소 규모의 식품유통 업체 등이 농민과 직접 계약을 하는 방식이 많아 잔류농약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잔류농약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급식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잔류농약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렇게 함으로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생산자 및 유통자의 입장에서도 농약 사용 및 관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가 되고, 이는 곧 전국민적인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에바다학교에서 학교로는 전국최초이자 유일하게 자체적으로 잔류농약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잔류농약 속성검사기>라는 휴대용 기계를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검사는 영양사, 조리사 선생님들 뿐 아니라 학생대표와 학부모님들도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휴대용이고 조작이 간편하여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검사방법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는 잔류농약을 검사하게 되면 약 20일 전후하여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나 잔류농약속성검사기로 하면 10분 안에 결과가 수치와 그래프로 인쇄되어 나옵니다. 기계는 휴대용이며 누구나 쉽게 검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우리 에바다학교에서 이 잔류농약속성검사기를 도입하여 사용하면서 제일 먼저 변화된 것은 부식업체에서 가지고 오는 농산물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농산물을 가지고 어면 업자가 보는 앞에서 검사기로 검사하여 수치를 보여주고 잔류농약이 검출되거나 기준치를 넘어서면 바로 반품을 시킵니다.

이 기계를 도입하여 사용하고부터 안전한 먹거리에서 오는 신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의 정서적 효과도 생각 외로 큽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안전하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좀 과장된 표현이라 할지 모르지만 학교 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혹시 이런 것을 경험해 보신 분이 계신다면 이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둘째, 식중독은 잔류농약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그러나 잔류농약을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식중독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겁니다. 직영을 하는 경우는 학교에 이 기계를 비치하고 위탁일 경우 업체에 잔류농약속성검사기 같은 것을 비치하도록 하여 매일매일 학교에서 파견하는 영양사나 학부모, 학생대표 등을 파견하여 잔류농약을 검사하도록 한다면 식중독 문제는 애초에 자리 잡을 틈이 없게 될 겁니다.

참고로 이 잔류농약속성검사기의 가격은 약 300만 원인데 전국적으로 각 학교별로 이 기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의 경우 약 170억~200억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습니다. 중고등학교까지 지원을 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이정도의 예산이 없어서 못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문제는 의지가 있느냐 여부일 겁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악덕 급식업자들의 어린 생명을 담보로 한 추악한 짓들을 바라만 보면서 그들의 양심이 변화되기만을 기다려야 합니까? 이런 전국적인 최악의 급식사태를 바라보면서 대안으로서 우리 에바다학교를 방송3사가 집중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주 23일(금) 17시 SBS TV 뉴스에,
KBS TV는 28일(수) 아침 8시 뉴스타임에,
MBC TV는 29일(목) 밤 11시 5분에 <뉴스 후>에,
SBS TV <뉴스추적>은 7월 5일(수) 밤 11시 5분에 급식의 모범사례로 에바다학교를 방송합니다.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의외로 컸습니다. 학교 예산이 빠듯한 상황이지만 학생들의 건강이 담보되지 못한다면 어떤 교육도 그만큼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으며 우리 생활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인 먹는 것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육체의 건강 뿐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에도 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하여 도입한 것인데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지난 7년간의 기나긴 에바다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전국의 양심들이 연대하여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완전 정상화를 기적적으로 이루어냈습니다.

아무리 기득권의 권력이 집요하게 탄압을 한다 하더라도 옳은 명분을 가진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면 언젠가는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 에바다를 통해 증명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서 함께 투쟁해 주신 여러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에바다가 진정한 발전과 건강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감시, 견제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도 모든 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에바다학교로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말

권오일 님은 에바다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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