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이 결국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서 한낱 희망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당분간 한반도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는 시기의 문제였지 과거 북의 행태를 돌이켜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북은 외교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긴장을 고조시켜 돌파구를 찾곤 했다. 1994년의 영변 원자로 원료봉 추출, 1998년의 다단계 추진체의 발사 등의 전례를 보면 이번 미사일 발사도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전술로 이해할 수도 있다. 즉 지금까지 미국의 봉쇄정책에 맞서온 북으로서는 벼랑끝 전술 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기적으로 중국의 비공식적 6자회담 제안, 미국의 독립기념일, 디스커버리호 발사 그리고 한국 정부의 독도 주변 해류조사로 일본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절묘한 시점에서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루어졌다.
아직까지 배경과 구체적인 정황이 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포동2호를 포함한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1998년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미국과 일본 정부에 북측이 사전 통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북이 양자 접촉 의지를 수차례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를 거절했고, 6자회담을 들어 지속적인 대북 압박을 펼쳐온 것이 결국 미사일 시험발사를 부른 셈이다.
북의 의도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역시 대미 압박 수단이라 할 수 있다. 6자회담이 제안된 상황에서 북미간 양자 접촉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일견 타당해 보인다. 미국이 아무런 명분없이 북한과 양자 대화를 갖는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에게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하여금 대화 창구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이 대화에 쉽게 나선다는 것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또한 미사일 문제는 일본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슈를 다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미사일 시험발사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켜 6자회담 무용론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현실적으로 타당성은 낮은 편이다.
북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긴장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 한국과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어 더 강한 대북 제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며, 북은 핵 활동 재개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긴급 협의에 착수한 것도 고강도 대북 제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을 통해 긴장국면 단축을 위한 노력도 동시에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성과는 역시 한국과 중국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은 6자회담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대북 책임전가를 강화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의 MD 개발에 탄력을 주고,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도 명분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결책은 역시 미국의 의지에 달려있다. 우선, 다시 선제공격론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다음으로 북을 무시하고 '결정적인 실수'를 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이 있겠는데, 이 방안도 크게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실수’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가 미국이 북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지속적인 대북제재도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북이 넘어서는 안될 금지선을 정하고 진지하게 양자 및 다자 협상에 임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미국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허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서도 미국이 북을 상대로 본격적인 협상을 전개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대북 강경정책으로 인해 동북아시아 내에서 미국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북의 미사일 시험발사 행동에 대해 잘못된 선택이라는 점을 경고하되, 압박을 통해 굴복시키겠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한국 정부는 일단 협상국면을 만드는 외교적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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