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교사 2만 명 시대, 교무실 풍경

[공공연대 10대요구 연속글쓰기](2-3) - 공공부문 노동유연화 및 구조조정 중단

우리학교에는 두 종류의 비정규직 교사가 있다. ##과 %%이다.

##은 연봉이 1천만 원이 되지 않는다. 물론 4대보험도 없다.
%%은 연봉이 3천만 원에 육박하고, 시내에 주거공간도 제공된다.

##은 시험감독도 해야하고, 체력검사나 체질검사 기타 등등의 잡무에 동원된다.
%%은 시험감독도 없고, 체력검사나 체질검사 등 모든 잡무는 없다.

##은 교장, 교감 앞에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 앞에서는 교장, 교감이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은 생계를 목적으로 학교에 나왔다.
%%은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

##은 배실배실 잘 웃고 다니며, 상냥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지만,
%%은 누구한테도 손바닥 보이며, ‘하이’ 하면 그만이다.

##은 시간강사다.
%%은 원어민교사다.


난 절대 ‘하이’ 안 하고 목례한다. 학생들이야 타문화권 체험이라는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난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학생과 함께 할 수 없다. 방학 중 근무시간(당직근무)에 %%선생이 나타나더니, 나가지 않는다. 인터넷을 하는지 근무시간 종료로 나가야 하는데, 안 되겠다. 처음으로 한마디 하려고 했다.

when you leave? I have to go to home soon no.no.no.no just now! 맞나? 하여튼 머릿속에 영단어를 배치시키고 예상 질문에 빠르게 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말하려고 일어나는데, 핸드폰을 받더니 끊지를 않는 것이다. 젠장.

마침 수위실에 숙직하시는 분께 형광등 끄는 것과 난방기 전원 끄는 것, 시건장치 등을 부탁드렸다. 아저씨(사실 할아버지시다. 외부 용역업체에서 오신 분인데, 고용조건에 대해서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추측하는 것이 맞다.)는 희미한 웃음을 지우시더니 나중에 또 올라와서 그리할 테니 바쁘시니까 빨리 퇴근하라고 하신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에서부터 영어마을을 만들자, 외국학교를 만들자. 아예 내국인을 위한 외국인학교를 만들자 까지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 사회 교과서에도 물론 세계화에 대한 독립된 단원이 있다. 교과서에서 세계화는 사람들의 생활과 활동 범위가 사회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 지구로 확대되는 과정이고, 그 배경에 교통과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WTO과 국제협력이라는 소단원이 이어 나온다. 두 소단원은 적대적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교과서에서는 보완적 관계인양 나온다.

그리고 2006년 한미 FTA가 시나브로 다가온다

세계화 개방화를 부르짖는 놈들이 많은 돈을 들여 원어민교사를 들여왔다. 한편 저소득층 자녀 급식지원비는 계속 삭감되었다. 어렵사리 자존심 뭉개며 제출한 중식비지원서가 반려되기도 했다. 제 식솔들이 비정규직이든 아님 말거나. 관심없겠지. 산동네 위치한 우리학교 아이들 중 영어로 먹고살 수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될까?

소사 아저씨의 추억

학교에 비정규직이 넘쳐난다. 기간제 교사, 시간강사는 2만명시대를 열어간다. 급식실 아주머니들은 최저생계비를 살짝 넘는 돈을 받는다. 방학 땐 이마저도 없다. 소사 아저씨는 사라졌고 수위실에는 용역업체 파견 나오신 아저씨가 계신다. 그리고 원어민교사까지 무엇이 더 급하고 무엇이 더 소중한지 쇼당을 걸어도 소용없는 놈들이다.

비풍초똥팔삼에서 비는 원어민교사다. 그리고 나머지는 10손가락으로 모두 움켜주고 버려서는 안 된다. 국가에서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나가야 한다.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다

올해 초 전교조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4.6%가 비정규직이 바람직하지 못한 차별로 인식하고 있으며 81.3%가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했다. 76.3%는 비정규직이 많다고 알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증가 원인으로 `기업에서 쉽게 해고할 수 있기 때문'(38.9%) 혹은 `임금을 적게 줘도 되니까'(31.9%)라고 답했다.

칠레에서는

교육차별에 맞서 고등학생 60만 명이 동맹휴업과 시위에 나섰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학교간 차별 금지, 대중교통료 인하, 대학입시 전형료(38달러) 폐지 등이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베르나르도 페라다(15)는 “화장실은 더럽고, 탈의실에서는 샤워조차 할 수 없어요. 정부는 우릴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라고 불평했다.

탈의실도 샤워장도 없는 대한민국 학교, 세계최장시간 학습노동에 성적 고민 자살이 흐디 흔하고, 자살 충동을 느껴본 학생이 3분지 1인 대한민국 학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가 쌍절곤으로 유리창을 깨고 외친 대사가 생각난다.

“대한민국 학교 **라그래”

공공부문 대정부 10대요구 해설 2-3. 공공부문 노동유연화 및 구조조정 중단

○ 신자유주의 공공부문 평가시스템 도입철회
- 교원평가 폐기
- 기업형 BSC 도입, 목표관리제․팀제도입 반대

○ 신자유주의 공공부문 성과주의 예산시스템 도입철회
- 행정부문 총액인건비제 도입 철회
- 일방적인 성과급 지급반대
- 공공부문 성과주의 예산(사업별 예산)편성 지침 철회

<해설>

o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자본(경영)합리화와 사유화의 2가지 과정으로 진행됨. 이른바 상시적(소프트웨어적) 구조조정이라 불리는 공공부문의 자본합리화과정은 성과주의 예산과 평가․경쟁시스템의 강화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구조조정의 완성도는 높아짐.

o 성과주의 예산시스템은 예산유보정책․정부보조금차등지원정책 등을 통해 공기업간 ․ 지자체간 상대적 예산절감 ․ 성과향상을 위한 자발적 경쟁을 강제하고, 이는 각 조직수준에서 자본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도록 유도함.

o 성과주의 예산시스템의 정상적 가동과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노동유연화와 비용절감을 위한 조직내부차원에서의 성과주의 평가․경쟁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함.
즉, 각 조직은 기업형 팀제도입 ․ BSC 등 성과지표개발 ․ 팀수준 목표관리 등을 통한 팀 차원 성과경쟁과 능력주의 승진시스템 ․ 성과연봉제 ․ 퇴출시스템 등을 통한 개인차원 성과경쟁을 강화함으로써 반복적이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더 큰 비용절감 ․ 더 높은 성과향상을 달성해야만 정부의 예산통제시스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됨.

o 노무현 정부는 6월 정부조직개편안 발표를 통해 공공부문 전체의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함과 동시에, 공공부문에 사업별 예산제도(행정부문 총액인건비제 포함)도입․BSC시스템구축․기업형 팀제 전면도입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현실화하고자 함.

o 공공부문은 공공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고, 공공서비스의 생산과 공급은 “수익성”을 기준으로 조절될 수 없고 공공적 필요를 기준으로 조절되어야 함. 마찬가지로 사기업이 경영과정에서 추구하는 “예산절감․성과향상을 통한 기업이윤달성․효율성제고”는 공공부문이 추구할 가치기준이 될 수 없음.

o 성과주의 예산시스템과 평가경쟁시스템이 공공부문으로 전면 도입되면, 공공부문에서 무분별한 공기업간․지자체간 예산절감경쟁만 강화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한 축으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하락과 고용불안, 형식적인 성과지표달성을 위한 과잉경쟁이 야기되고, 한 축으로는 정부의 예산축소지침달성을 위한 공공기관의 조직축소․이윤확대경쟁 심화로 공공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국민부담비용인상 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음.

o 따라서 성과주의 예산제도 및 평가경쟁시스템의 공공부문 도입은 중단되어야만 함.

공공연대 10대 대정부 요구안 관련 연속 글쓰기를 게재하며

공공부문노조연대회의(공공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수노조, 전국대학노조)는 6월 20일부터 ‘10대 대정부요구안’을 걸고 총력투쟁에 돌입했다. 공공연대는 사회공공성 강화, 한미FTA 협상 저지, 공공부문 노동3권 쟁취를 목표로 국토종단 전국대행진, 공공노동자 결의대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연대가 내세우는 10대 대정부 요구안은

1. 사회공공성 강화 및 한미FTA 협상 중단
1-1. 행정 · 의료 · 교육 · 공공서비스 사유화, 개방화 중단
1-2. 빈부격차 해소 · 사회보장 확대
1-3. 공공부문 민간위탁과 외주용역화 중단
1-4. 공공부문 인력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공공서비스 확대
1-5. 국민연금 ·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

2. 공공부문 노동자의 완전한 기본권 보장
2-1. 공무원노조 탄압 중단, ILO 권고 이행 및 공공노동자 노동3권 보장
2-2. 교수노조 합법화
2-3. 공공부문 노동유연화 및 구조조정 중단
2-4.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 및 정규직화
2-5. 필수공익사업장 직권중재 제도 폐지
등이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공공연대의 10대 요구사항에 기초해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알려내고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공공부문 현장활동가의 글쓰기를 마련했다. 10대 요구사항과 관련한 투쟁사례나 현장 경험, 또는 요구내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말

최정민 님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연구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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