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북지원 중단은 스스로 족쇄 채우는 셈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한미FTA - 선택과 집중의 정치경제

새로운 국면의 전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이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대북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결의안에 대하여 미국과 일본은 군사적 행동을 합법화하는 유엔헌장 제 7장이 빠진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중국 러시아를 대북 비난대열에 동참시킴으로서 북을 고립시켰다는 점에서 대체로 만족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은 북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함으로서 향후 한반도 정세를 예측불허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사회의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나 원인에 대해서는 심층적인 분석이 없고, 외신에 의존하여 현상에 대해서만 왜곡, 확대하고 있다. 미 정부의 입장을 사실화하고 정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냉철한 현실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국민의 의식수준을 못 따라가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14일 한미FTA 2차 본 협상에서 미국이 의약품 선별 등재(포지티브 리스트)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장 중도퇴장이라는 초강수를 동원함으로써 마무리를 지었다. 즉 협상을 거부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약가정책은 한미 FTA 협상 개시의 선결조건 중 하나였고 웬디 커틀러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선결조건 위반임을 항의하며 가차 없이 협상을 거부한 것이다. 커틀러의 입장에서는 한국은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진정한 속셈은 무엇일까? 미국이 더 큰 실리를 챙기기 위한 의도적 행동이라는 분석과 함께 한미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분석이 있다. 즉, 미국이 의약품 선별 등재를 용인하는 대신 특허권 강화를 보장받는 식으로 의약품 이슈를 지적재산권과 묶어 ‘패키지 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북제재를 풀기 위한 거래 조건으로서 미 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빅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미FTA 3차 본 협상이 9월 4일 미국에서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개최되는데, 장소선정에 있어 한미정상회담을 고려하다보니 확정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북 미사일 발사 문제와 한미FTA 2차 본 협상이 절묘하게 맞물리고 있다. 그렇다면 3차 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이 연동해서 9월에 진행되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고, 한미FTA 협상의 미타결 쟁점들을 양국 정상이 만나 북한문제와 거래하려는 움직임은 없는지 지속적인 경계를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즐겨 쓰던 ‘선택과 집중’의 문제가 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논란

북한은 외교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긴장을 고조시켜 돌파구를 찾곤 했다. 1994년의 영변 원자로 원료봉 추출, 1998년의 다단계 추진체의 발사 등의 전례를 보면 이번 미사일 발사도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전술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지금까지 북한의 벼랑끝 전술 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대미․대일 유화정책에 대한 북한 지도부와 군부의 부정적 인식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9.19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대북 금융제재, 북한 인권 및 탈북자 문제, 마약․가짜 우표․가짜 의약품 등 ‘북핵 문제’에서 ‘북한 문제’로 방향을 바꿔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였다. 게다가 MD체계 구축, 북한의 양자 대화 제의에 대한 거부 등도 북한으로 하여금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게 하였다. 일본 역시 대북 적대정책과 경제제재 강화, 납치 문제의 확대 재생산, 총련계 단체에 대한 탄압 및 규제 확대 등도 한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기적으로 중국의 비공식적 6자회담 제안, 미국의 독립기념일, 디스커버리호 발사 그리고 한국정부의 독도 주변 해류조사로 인한 일본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절묘한 시점에서의 미사일 발사는 흥미로운 일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지난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괌 인근해역에서 미국의 주도로 진행된 ‘용감한 방패 2006’라 불리는 대규모 군사 훈련이다. 이와 함께 6월 25일부터 7월 28일까지 하와이 인근에서 미 해군 주최로 아시아 태평양 연안 8개국의 함정 등이 참가해 공동으로 실시되고 있는 ‘림팩 2006’ 훈련이 주목된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대미 압박 수단이라는 것이다. 6자회담이 제안된 상황에서 북미간 양자 접촉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일견 타당해 보인다. 미국이 아무런 명분없이 북한과 양자 대화를 갖는다는 것은 부시 행정부에게 패배를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으로 하여금 대화 창구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이 대화에 쉽게 나선다는 것이 불확실하지만 명분만 주어진다면 북한이 먼저 6자회담에 나오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

또한 미사일 문제는 일본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슈를 다자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 내부용의 의미도 있다. 어려움에 처한 북한 주민들의 일치단결과 정권 강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미사일을 국제사회에 상품으로 보여주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군사용이냐 정치용이냐 하는 구분의 의미가 없다. 이러한 의도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구분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없다.

국제사회의 반응과 북한의 대응

1. 유엔안보리 결의 1695호

유엔안보리 대북 비난결의문은 당초 예상보다 신속히, 그리고 높은 수위로 통과되었다. 1998년 인공위성 발사당시에는 발사 2주가 지난 후 그것도 결의안이 아니라, 의장성명에 그친 데 비해 이번에는 발사 열흘 만에 그것도 예상으로 깨고 만장일치로 비난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중국과 러시아가 당초 의장 성명 발표로 그치자는 자기들의 주장을 철회하고 비난결의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유엔 안보리 비난 결의안에는 미사일 발사 행위 비난 및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 준수 촉구, 미사일 관련 제품 또는 부품 및 기술의 북한 이전 중단요구, 미사일 관련 제품 및 부품 또는 기술의 북한에서의 구매 중단 요구, 6자회담 무조건 복귀 촉구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결의안의 특징은 유엔 헌장 제7조를 원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결정(decide)이란 표현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결정’(decide)이란 표현은 국제법상 구속력을 갖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번 결의안은 구속력이 매우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단지 ‘비난하고 촉구한다’는 정도, ‘요구한다’는 정도에 그쳤다. 그래서 제재결의안이 아닌 비난결의안에 가까운 것이다.

한편 이번 안보리 결의문에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 즉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만 언급했을 뿐, 북측이 왜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2005년 9월 이래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로 북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그에 대한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북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안보리 결의안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현실의 국제정치는 정의나 도덕적 원칙이 철저히 무시된 채 오로지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이라는 국제기구 역시 이러한 힘의 논리에서 예외일 수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던 인도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실험과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해서는 유엔과 국제사회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결의안은 북의 미사일 발사를 국제평화의 위협으로 규정함으로서 대북 제재의 길을 터주었다. 그 결과 미국의 일방주의적 대북 압박정책을 국제법적으로 합리화시고 말았다. 비록 유엔헌장 7조를 원용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이번 결의안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면서 대북 금융제재와 해상봉쇄(PSI)를 더욱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대북 제재를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렇게 이번 결의안은 형평성 문제에서도 그렇고 힘의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언제나 그렇듯이 비대칭적이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결의문에서 밝힌 대북 제재 내용은 크게 2가지인데, 하나는 북측을 상대로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지키고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또 하나는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측의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 내용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새삼스러울 게 없는 요구사항인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이러한 ‘금지사항’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메시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결의안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대북 압박정책을 합리화시켜 줌으로서 대화와 협상 가능성을 협소화시키고 압력과 대결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2. 북한의 대응

북은 대북 결의안 통과 직후 외무성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대북 결의안을 전면 부정하였다. 나아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자위적 전쟁억지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임을 선언했다. 한마디로 북은 정면대결을 선포한 것이다.

북측은 외무성대변인 성명에서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이 파괴되었으며, 국제법에도 저촉되지 않은 미사일 발사를 문제삼는 것은 강도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결의’가 제2의 조선전쟁도발을 위한 전주곡”으로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하였다.

외무성이 언급한 후속조치는 첫째, ‘다른 형태’ 즉 미사일 발사가 아니며, 둘째, 미사일 ‘보다 강경한’ 것이며, 셋째, ‘물리적 행동조치’, 군사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미국과 일본이 추가 도발하면 미사일 발사가 아닌 미사일보다 강력한 전면적인 군사행동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북은 지금까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원칙 하에 행동해 왔기 때문에 미국의 강경책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강경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측면에서 향후 정세는 예측불허의 전면대결 양상으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대북 제재수단이 남아있는 한 대북 제재를 강화함으로서 북의 굴복을 받아내기 위한 대북 강경압박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맞서 북은 적극적이며 주동적인 군사적 공세를 통해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대항할 것이다.

최근의 두 가지 사례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하나는 지난 7월 11일 평양에서 북측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중국측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의 회담이다. 이 회담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인정한 바와 같이, 실패로 드러났다. 또 하나는 지난 7월 11일부터 부산에서 개최된 남북 장관급 회담이다. 남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사일 문제의 돌파구를 뚫으려 하였으나, 남측의 노력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이 회담은 남측의 의도와는 상반되게 ‘미사일 회담’이 아닌 ‘쌀 회담’이 되고 말았다.

이 두 사건에는 2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한 가지는 시기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는 한·중 양측이 일정 정도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공통점을 갖고 있는 두 사건에서 북측은 동일한 태도를 표명했다. 양국의 중재를 모두 거부한 것이다.

이렇게 북이 한·중 두 나라의 중재를 모두 거부한 것은 미국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을 상대로 압박을 강화하든지 아니면 자신들과 직접 대화를 하든지 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정상회담과 한미FTA

1. 9월 한미정상회담의 배경

한미FTA가 한미정상회담에서 처음 언급된 것은 2005년 11월 경주 정상회담에서였다. 반기문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 FTA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무역 및 투자상대국으로서 경제통상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또한 FTA 체결이 양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앞으로 이 문제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당시 상황은 미국이 위폐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점점 북미 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9월에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한다. 한미FTA 3차 본 협상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번 정상회담은 올해 초부터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과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속적으로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9월 정상회담은 2005년 11월 경주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현안들에 대한 보다 구체적 이행방안을 도출하는 회담의 성격이 짙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북핵 및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비롯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와 주한미군기지 이전문제, 한미FTA 협상문제 그리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미사일 문제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두 가지 주목할 점을 보면 첫째, 금년 초부터 협의를 해왔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 분위기가 미국의 북한문제로 북한을 압박하면서 한미간의 갈등이 첨예화되어 이를 해소할 방법을 양국이 모색하던 시기였다. 둘째, 이와 연동되어 한미FTA 및 전략적 유연성 문제 그리고 이전부터 진행되어 오던 한미FTA 4대 선결조건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대두되던 시기라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서 이러한 제반 사안에 대하여 단계적인 수순을 밟아 이를 해결해야할 입장에 놓여있었고, 그러한 측면에서 한미정상회담의 시기를 놓고 지난 4-5개월 동안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한미FTA 저지와 북한 미사일 문제가 시작되면서 3차 본 협상이 열리는 9월에 정상회담을 결정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9월 정상회담이 중요한 것은 미사일 및 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문제’가 핵심의제가 될 것이고, 이 문제가 한미FTA와 뒤엉키면서 노무현 정부에게는 하나의 시험대가 된다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이 부시 행정부가 제출한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것이다. 여기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금년 초부터 우려했던 안보와 경제에 대한 양자택일의 문제로 귀착될 경우이다. 그 동안 노무현 정부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여 어느 한쪽으로 선택하여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여있다.

2. 북한문제와 한미FTA를 교환한다?

현재 한국으로서는 북한 미사일 문제를 중심으로 한 북한문제, 한미FTA에 대한 국내의 저항, 평택문제,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어느 하나 유리한 것이 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북미관계를 해결하거나 중재할 지렛대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으로서는 어느 문제를 봐도 불리한 것이 없다. 한마디로 ‘꽃놀이 패’를 들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와 관련하여 지난 2차례의 본 협상을 통해서 확인된 쟁점 부분은 미국이 초기에 ‘관심 없다 에서 관심 있다’로 바뀐 교육, ‘양보 못하는 절대조건’인 쌀을 비롯한 농업문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개성공단 문제 그리고 의약품, 지재권 등이 핵심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한미정상회담의 진행 방향과 내용에 대해서 몇 가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으로서 북미간 양자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황이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한반도 문제 및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 입장이 보장 받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긴밀한 공조체제 유지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예상되는 결과의 모양새는 언제나 그랬듯이 한미 정상이 ‘북한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 수사적 선언적 차원에서 합의하는 것이다. 또 한번 함박웃음으로 가득 찬 양 국가 정상들의 얼굴이 TV화면을 가득 채울 것이다.

실무 차원의 협상에서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결과는 걱정스럽지만 조금 단순해 보인다. 현재 북한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대북 금융제재 해제와 북미간 양자 대화를 들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요구조건과 의약품․교육․농업 문제를 비롯한 한미FTA를 맞교환하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이 두 가지 조건 중 손익계산에 의해서 한 가지를 수용할 수도 있고, 두 가지 조건 모두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를 수용한다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이기 때문에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북미간 양자 대화를 위한 노력’에 한미 양국이 합의하고 노무현 정부가 그 대가로서 한미FTA 쟁점 분야 중 의약품 등 일부를 넘겨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결과는 흔히 북한문제와 한미FTA의 ‘빅딜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빅딜을 하기 위해서는 등가 교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노무현 정부가 내놓을 만한 카드가 거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빅딜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상황에 따라서 ‘스몰딜’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일방적인 게임이 될 수도 있다.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개성공단 문제와 대북 금융제재 문제 등을 묶어서 한꺼번에 맞교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북한 미사일 문제 이전 만해도 개성공단이 효과적인 카드이자 교환대상이 되었지만 지금의 노무현 정권으로서는 선택지가 매우 적은 편이다. 물론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미동맹 강화차원에서 미국의 MD, PSI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는 카드는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카드는 노무현 정부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재앙으로 안내하는 악마의 유혹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대내적으로 위기에 처한 노무현 정부의 탈출구임에는 틀림없다. 부시 행정부의 결단이 노무현 정부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과연 9월 정상회담을 통해서 부시가 노무현 일병을 구할 것인지 흥미진진하다.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

북한의 유엔 결의안에 대한 반발로 인해 향후 대북제재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경제제재와 함께 군사적 압박공세를 더욱 강화된다면 우선은 금융제재와 해상봉쇄(PSI)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한국 등 국제사회를 대북 제재대열에 끌어들이기 위한 집요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단계적인 제재강화를 통해 북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약화시켜, 붕괴를 실현하는 것이다. ‘경제제재를 통한 북한의 고립화’ 이것이 미국의 최우선적인 전술이 될 것이며, 이에 기초해서 단계적으로 ‘군사적 압력과 제재’(전쟁)를 실현시켜 나가기 위한 치밀한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에 의해 미국의 의도는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의 노력이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이다. 양 국가는 지속적으로 북미 양측에 대한 설득노력에 전념해야 할 것이며, 이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지지가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남한의 북한에 대한 대북지원 중단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있다.

지금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할 중요한 국면이다. 중국과 한국 정부는 일단 협상국면을 만드는 외교적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도 북 미사일을 계기로 MD가속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압박을 통해 굴복시키겠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의 거래나 교환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노무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는 말

배성인 님은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로 교수학술공대위 집행위원 및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위원 일을 하고 있다. 본문은 토론회 발제문을 요약 정리한 글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배성인(편집위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학생

    발제문도 보고 싶다는 거..... 저작권 때문에 그런가요?^^: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