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씨는 환경보전형농업 좌초 현실 인지하라"

KIEP 서진교의 '농업도 프로정신 가져야' 비판

국정브리핑은 8월 20일 “농업도 프로정신 가져야, 맛ㆍ품질도 경쟁력의 핵심” 제목의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글을 실었다. 한미FTA 체결이 우리 농업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제목 그대로 농민들 스스로 프로정신을 가지고, 안전성과 맛과 품질을 경쟁력에 핵심으로 가져가면 한미FTA도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 전제로 이미 국내 농산물 시장이 상당히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한미FTA로 인한 농산물 피해품목과 그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이 글은 한미FTA 쟁점의 테마별 소개 시리즈의 성격을 가지며, 이를 통해 막연한 불신과 과장된 반대론을 넘어 한미FTA를 합리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게재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정브리핑의 이 글은 진실을 은폐한 채, ‘좋은 것이 좋다는’ 동어반복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있다는 점이 크게 우려된다.

우선 여러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의 말해주듯이 한미FTA로 인한 농업부분의 피해액은 쌀을 제외할 경우라도 2조 원에서 최고 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 바 있다. 개별 품목과 생산자단체 등의 자체 연구에 기초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자료만 보더라도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의 관세를 80% 감축할 경우 농업부문 피해가 9000억 원에 이른다고 되어 있다. 이마저 제조ㆍ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어 농업부분 피해를 보전할 것이라는 억지(?) 속에 제시된 것이니 실제 피해는 더욱 클 것이 분명하다. 9000억 원은 전체 농업생산액 20조 원의 근 5%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오늘 우리 농업 현실은 9000억 원에서 8조 원 등의 천문학적 숫자놀음을 하며 유유자작 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농가인구, 경지면적, 재배면적의 지속적 감소 속에, 40대 이하가 젊은이가 농촌인구의 3.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부 규모화된 전업농이 형성되고 있다지만, 역시 후계농업인의 고려없이 당 세대의 경영에 그칠 농가가 대부분이다.

쌀, 보리, 서류를 제외하고 식량자급률 10%를 넘어서는 품목이 없다. 우리 농업이 이 지경이면 5% 또는 10%의 생산감축과 그 충격을 논할 때가 아니라, 전면적으로 우리 농업의 재생산 확보 방안 논의로 넘어가야 한다. 이미 우리 농업이 재생산기반을 거의 상실해 버렸다는 인지에서 한미FTA와 농업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서진교 연구위원의 지적대로 한미FTA 충격이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농업 여건에서 실낱같은 충격에도 우리 농업은 완전히 무너져 버릴 수 있다는 가정은 왜 하지 않는가. 차라리 우리 농업을 끝까지 고집할 이유가 있습니까 라는 항변이 옳지 않겠는가. 이에 천문학적 숫자 놀음이 자칫 우리의 감각을 둔화시키고, 농업현실을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갖게 한다.

서진교 연구위원은 밀ㆍ콩ㆍ옥수수 등은 이미 충분히 시장이 개방되어 수입개방의 효과가 거의 없을 것임을 전제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우산업이 걱정되지만 우리 소비자들이 한우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리고 안전성 문제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피해를 예상하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렌지 수입에 대해서는 제주 감귤농가의 구조조정과 유통물량 조정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미국산 사과 역시 우리 것과 품종이 틀려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한다. 도무지 문제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정작 협상 상대국은 미국의 쇠고기 부분 수출 증가분만 약 9,000억 원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구조조정은 그야말로 농업 축소의 이쁜 표현일 뿐이다.

서진교 연구위원은 가격을 대신해 품질경쟁력 안전성 문제로 치닫고 있는 우리농업 현실이 직면한 오늘의 문제를 올바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도 함께 인지하고 반성할 문제지만, WTO체제 출범 이후 한국농업의 대안으로 줄곧 소리쳐온 환경보전형농업이 오늘날 크게 좌초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연간 80%에 육박하는 환경보전형 농산물 생산량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소비증가는 불가 30%에 불과하다. 환경보전형 가공식품 원료는 80%가 수입농산물 차지이다. 곧 쌀 수확이 임박하고 있는데 저농약도, 무농약도 전환기유기도 아닌 유기농업쌀이 25,000톤 제고로 남을 처지이다. 이런 현실에서 품질, 안전성만으로 농업을 지킬 수 있다고 강변할 수 있는가.

백보 양보해 서진교 연구위원의 주장처럼 가격경쟁력을 대신해 안전성, 품질, 맛 등으로 한미FTA에 맞선다면 과연 우리 농업은 과연 지켜지겠는가. 가격을 넘는 안전성ㆍ품질ㆍ맛의 경쟁력은 세계화와 농산물 전면개방 시대에 그저 개인의 책임에만 맡길 수 없는 막중한 면이 있다. 바로 국민의 보건과 건강을 책임지는 국가의 책임의 요구이다.

농업의 체르노빌 사건으로 불리는 광우병 소로 국민이 불안이 가중되는 마당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오히려 강제하는 국가의 태도는 무엇인가. 작년 10월 러시아 과학자 일리나ㆍ에르마코바는 유전자조작콩 쥐 섭취 실험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정상 사료를 급이한 쥐의 사산율은 3% 미만이었는데 비해, 유전자조작 콩을 섭취한 쥐에서 출산한 생쥐의 사산율이 56%를 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유전자조작 농산물 안전성에 문제없음만을 반복하고 있다. 일리나ㆍ에르마코바의 실험 결과를 국가가 앞장서 국민에게 알리거나 혹은 그 대비책을 강구한 적이 있는가. 국가는 지금까지 아예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 이를 인지조차 못했을지도 모른다.

서진교 연구위원의 주장이 일말이라도 설득력을 갖으려면 위험천만한 수입농산물을 오히려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정부 당국의 처사에 대한 비판과 대응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미FTA는 농산물 가격협상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생태ㆍ환경ㆍ건강ㆍ생명과 관련한 다양한 협상이 함께한다. SPS협정, 지적재산권 협정 등도 이 같은 견지에서 살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의 협상 태도에서 이 부분에 과연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올 수 있을까.

사실 국민들은 한미FTA에 맹목적적 반대를 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계층간의 합의와 조정을 통한 중ㆍ장기적 대응 수립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 협상보다 먼저 대응수립이 요구된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만 한미FTA에 대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을 마련할 수 있다. 국토의 생태ㆍ환경 그리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온전히 지키며, 이를 통한 농업ㆍ농촌문제의 동시해결을 기대한다. 과연 현재의 한미FTA가 이 같은 전제를 담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이 쯤에서 중단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는 않을까.
덧붙이는 말

송동흠 님은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위원으로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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