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유예, 버스노동자 현장 막막

[기고] 어용지도부와 9.11야합 한국노총에 전면투쟁 나서겠다

우리 버스노동자들은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어용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과 그 산하 서울시버스노동조합 및 단위사업장지부 아래에서 고통의 세월을 살아왔다. 간악한 버스자본에 의한 교활하고 고질적인 임금착취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버스노동자들의 열망과 투쟁은 어용노조의 대명사인 전자노련의 방조 하에 예외 없이 정직이나 해고로 내몰리며 각종 노동탄압을 받아왔다.

한국노총 전자노련 서울시버스어용노조는 늘 버스노동자들을 기만하여 왔다. 해마다 임단투에서 파업 투쟁을 예고했으나 총파업 투쟁은 한 번도 없었다. 늘 새벽에 극적 타결이라는 수순으로 파업쇼를 벌여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꺾어 왔다. 올해는 그동안의 밀실교섭과 직권조인, 지연교섭과 파업쇼에 더해 단체교섭권을 포기한 노동위원회 중재쇼까지 벌임으로써, 서울시버스어용노조는 스스로 노동조합임을 포기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버스노동자들은 곧 다가올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여 탄압과 핍박을 무릅쓰고 사측과 어용노조에 맞서 싸우며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게 되었다. 수개월의 사전준비를 거쳐 2006년 7월 5일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한국노총 전자노련 서울시버스노동조합 각 지부에 속한 버스노동자들이 어용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민주노조의 길을 가기 위하여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여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를 공식 발족한 것이다.

버스 현장은 어느 타 현장보다 단결이 안 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장에서 단결과 단체행동이라는 것은 힘있는 자의 몫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금까지 잘 이용하여 노동조합은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아니라 사측의 노무부서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잘 알고 있는 버스현장의 활동가들이 복수노조시대를 대비하여 이제는 버스현장의 노동조합도 바꿔야 우리 노동자가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버스현장에서는 유니온샾 제도를 적용받아 입사와 동시에 자동적으로 한국노총 조합원이 되어 노조에 가입을 하고, 사측의 눈치에다가 지부장의 눈치를 살피며 살얼음판을 걷듯이 '오늘도 무사히'를 되뇌이며 열악한 근무환경과 승객과의 마찰, 시간과의 싸움, 나날이 늘어가는 첨단 기기들의 조작과, 교통여건의 악조건 속에서 편안할 날 없는 일상을 보내야 했다.

시민의 손과 발이 되어 편안함과 안전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우리 버스노동자들의 인고의 생활을 저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잘 하면 잘 한 것은 묻혀지고 못하는 만큼은 우리에게 그대로 돌아온다는 것은 우리 버스노동자들이라면 한 번쯤은 당하고 느껴봤을 것이다.

서울 시내를 운행 중인 시내버스 회사는 약 68개 회사가 있는데 이중 단 한 개 회사도 민주노총소속의 민주버스노동조합에 가입된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버스회사가 서울시버스노동조합소속으로써 기업별노조이면서 산별의 성격을 띠고는 있지만 지부도 별도로 조합설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부장에게도 막강한 힘과 권한이 주어져 지부장의 힘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막강하다.

이러한 지부장의 막강한 힘을 책망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막강한 힘을 우리 버스노동자들을 위해서 써달라는 것이다. 그 힘 있는 두 주먹을 노동자 민중을 위해서 힘 있게 뻗을 때 노동자 민중은 진정한 힘으로 믿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버스자본에 대항하여 버스노동자의 이익과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써야할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박해하는데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어용 한국노총은 9.11 미국무역센터 희생자 추모식이 진행되는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여 자본가와 밀실 야합을 자행하였다. 이 9.11야합은 노동기본권을 유린하는 반노동자적 폭거이다. 여기에 어용노총인 한국노총 지도부는 민주노총을 배제한 가운데 사용자 단체인 경총과 노동자에게 고통만 안겨준 노동부와 합의하였다.

노동기본권을 유린하는 9.11야합으로 노무현정권의 노동탄압적 성격은 더욱 분명해졌다.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은 아이엘오(ILO) 총회장을 박차고 나오는 따위의 깜짝쇼를 연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노사정위원회와 노동부 주변을 맴돌면서 노동기본권을 유린하였다. 경총으로 대표되는 자본과 정권은 한국노총의 기회주의를 활용하여 노사관계 선진화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합의를 했지만 결국은 알맹이는 전혀 없는 9.11 밀실야합이 되고 말았다

우리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는 노조를 민주화시키고 독선적인 지부운영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복수노조 시대가 하루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노동계는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손발을 놓고 있었단 말인가? 그때 가면 또 유예하면 되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단 말인가?

노사정위원회 합의안인 복수노조 전면 허용,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3년 유예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그동안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를 위해서 일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버스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가 막막할 따름이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덧붙여 "현재 부당해고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되어 있는데 이제는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를 하더라도 아무 형사상의 문제가 없고 해고의 유연성을 확보하는데 획기적인 진전을 했다고 자화자찬을 했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버스 현장에서는 조금만 잘못을 하면 징계위원회에 회부 당하기 일쑤이고 금전적인 불이익과 정신적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였는데 이제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탄압이 자행될 것이 뻔한 마당에 이번 유예안은 그동안에 사업하기 좋은 여건과 관리하기 좋은 사람으로 제도적 보안을 한 다음에 복수노조를 허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제 이 고래 힘줄 같은 어용지도부를 깨부수기 위해 9.11 밀실야합을 자행한 한국노총과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고자 한다. 허울뿐인 선진적 노사관계가 아니라 진정으로 진보적인 노사관계를 위하여, 그리고 노사관계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자. 9.11야합의 수괴 이상수 노동부장관 퇴진과 경총해체 그리고 어용 한국노총 해체투쟁으로 나아가자!
덧붙이는 말

이기웅 님은 버스복수노조준비위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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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민추

    노민추 동지들은 우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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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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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수노조 안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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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고.보.자. 개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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