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필] 문화연대

한미FTA, 평택, 로드맵을 관통하는 전사회적 공동투쟁을 제안한다!

[기고]한미FTA 4차 협상과 하반기 투쟁

한미FTA 4차 협상이 목전에 와 있다.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을 향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번 4차 협상은 지난 7월 협상에 이어 한국에서 진행되는 두 번째 협상이다. 지난과정을 돌이켜보면 적어도 협상기간 전후에는 한국사회의 눈과 귀가 모두 한미FTA협상에 쏠려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상황이 다르다. 바로 ‘북핵’ 때문이다.

작전통제권 환수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을 때 노무현대통령은 한미FTA로 인해 시끄러운 것보다는 낫다는 속내를 드러낸바 있다. 한미FTA가 쟁점화 되고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질수록 정부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공론조사방식을 적용한 SBS의 토론결과는 그 사실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물론 ‘북핵’은 작전통제권 환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고 그 해법도 훨씬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칠수 밖에 없지만, 한미FTA를 추진하고자 하는 노무현 정권에게는 작전통제권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새로운 이슈이다. 실제 4차 협상이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은 요즘 예전 같으면 한미 FTA관련 기사들이 앞다투어 보도됐을텐데 언론의 관심은 온통 ‘북핵’에 쏠려있다.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관심도 한미FTA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노무현은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적 쟁점화는 언론이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언론이 만들어내는 쟁점은 한순간 타고나면 그만이다. 지난 7월 KBS와 MBC를 통해 두편의 프로그램이 보도되면서 한미FTA에 대한 비판여론이 하늘을 찌를듯 치솟았지만 이후 반대운동이 소강국면에 접어들면서 그 여론은 바로 뒤집혔다. 쟁점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투쟁을 통해 사회적 쟁점을 형성할 때 ‘한순간 반짝하는 불꽃’이 아닌 ‘변혁을 위한 불씨’가 될 수 있다. 4차 협상 저지투쟁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난 투쟁을 되돌아봄으로써 4차 협상 저지투쟁과 이후 하반기 투쟁의 방향을 가늠해보자.

한미FTA, 로드맵, 그리고 평택

FTA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최신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70년대 이후 자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옷을 갈아입었다. 국제적으로는 GATT에 이어 WTO, BIT, FTA 등의 시스템이 작동하며 개별국가의 신자유주의화를 강제하고 있고, 개별국가 차원에서는 긴축정책과 감세, 민영화와 규제완화, 노동자에 대한 공격 등 신자유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기제들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미국의 제국주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여 더욱 빠른 속도로 확대, 강화되고 있다. 결국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세계적 시스템-군사력(전쟁)-개별국가의 정책이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며 거대한 공룡으로 변모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경제자유구역법, 제주특별자치도법, 외국교육기관특별법 등 다양한 법/제도를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의 확대,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노사관계로드맵과 비정규직 개악안을 통해서는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고 자본에 대한 노동자의 예속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한미FTA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미명하에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실제 미무역대표부의 『무역장벽보고서』와 3차까지 진행된 한미FTA 협상에서는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 공기업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투자장벽으로 보는 미국식 관점은 별도의 제도화를 통하지 않더라고 투자자-국가간 제소를 통해 한국의 노동환경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한미FTA는 지금의 로드맵-비정규직 개악안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가지고 노동환경을 후퇴시키며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빠른 속도로 확산시킬 것이다.

여기해 더해지는 문제가 바로 ‘평택’이다. 앞서 살펴본바와 같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일국적인 문제가 아니며 ‘정책’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더불어 강력한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동반하여 그 효과를 배가시키고 있다. 평택미군기지확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정점에 서 있는 미국이 전략적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효율적인 폭력’을 휘두르고자 하는 세계지배전략의 재배치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로드맵-평택미군기지확장은 개별적인 현상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해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일관된 흐름을 강화하는 것으로, 과잉축적모순을 탈피하여 이윤율을 높이려는 총자본의 해법이다. 따라서 자본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은 위의 세가지 사안을 별개로 인식해서는 안되며 총자본에 저항하는 계급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전사회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회상1 - 평택, 그리고 한미FTA

‘평택미군기지확장 반대와 한미FTA 협상 저지를 위한’ 17일간의 <전국행진>이 마무리되었다. ‘투쟁을 전국화한다’를 슬로건을 걸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안타깝게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행진 전 평택 범대위와 한미FTA저지 범국본 양측은 <전국행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양측 모두 평택문제와 한미FTA 문제가 다르지 않고 두 투쟁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동의한다면서도, 평택 범대위는 <전국행진>단이 평택 범대위의 행진단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미FTA저지 범국본은 평택문제를 함께 묶는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평택 범대위에서는 <전국행진>사업을 범대위의 사업으로 결정했으나 그것은 다분히 형식적인 면에 그쳤고, 한미FTA저지 범국본은 범국본의 사업으로 진행하지는 않되 ‘최대한 결합한다’고 결정했지만 형식적인 결합조차 실천하지 못했다. 전략적유연성과 한미FTA의 은밀한(!) 관계를 모두들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나 ‘현실적’으로 양자를 연결하는 유기적인 투쟁은 조직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평택미군기지확정 저지투쟁은 <전국행진>과 9.24 평화대행진을 마지막으로 이렇다 할 흐름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회상2 - 로드맵-비정규, 그리고 한미FTA

평택문제와 마찬가지다. 누구도 로드맵, 비정규직 문제가 한미FTA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아가 한미FTA를 통해 비정규직이 확산되고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부분이 ‘원론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한미 FTA저지 투쟁에 있어 노동운동단위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무기력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운동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로드맵, 비정규직 개악안 등 굵직한 사안이, 각 단위별로는 포항건설노조, 하이닉스, KTX, 코오롱 투쟁, 공무원노조 탄압, 성과급 문제, 산별전환 등 당면 현안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평택미군기지확장 저지투쟁과 마찬가지로 로드맵, 비정규 개악안, 당면 현안들이 한미FTA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는 ‘원론적’으로는 동의하나 ‘현실적’으로 이들을 연결하는 유기적인 투쟁은 조직되지 못했다.

4차 협상 저지투쟁과 11월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달력사업’을 넘어서는 강력한 투쟁의 의지가 확인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지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4차 협상 저지투쟁, 북핵, 그리고 하반기 투쟁

어느새 4차 협상이 코앞이다. 그러나 지금의 화두는 ‘북핵’이다. ‘북핵’은 평택문제 뿐 아니라 한미FTA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핵’을 만들었다는데 한국사회에서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운동에 대한 인식지형이 어떻게 변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미FTA에 대한 영향도 추진세력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세력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덕수 전부총리,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등 한미FTA 추진세력들도 북핵이 개성공단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것이라면서 엄살을 부리고 있지만 개성공단 문제는 북핵정국 이전부터 미국의 입장이 너무 확고하여 한국정부의 입장이 상당히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안보심리를 자극하여 미국에의 의존도를 높이거나 최소한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경향성이 증가함으로써 한미FTA체결을 위한 한국내 조건이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으로 인해 언론/여론의 한미FTA에 대한 관심도 현저히 줄어든 상태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바와 같이 사회적 쟁점화는 언론이 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투쟁을 통해 사회적 쟁점을 만들어 가야한다. 4차 협상 저지투쟁을 사회적 쟁점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미FTA 협상 개시 직후 부시는 “한미FTA는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경제적, 정치적, 전략적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며, “한미FTA는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개입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노무현대통령 또한 여당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북한문제로 한미관계에 틈이 많이 벌어졌는데 이걸 메우려면 결국 경제분야 밖에 없다”며 한미FTA를 통해 한미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도를 피력한 바 있다.

양국 정상들의 발언과 모두에 기술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한미FTA는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라 한반도를 발판으로 동북아지역에서 정치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의 일환이자, 투기자본의 무한권리 확보, 공기업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 총자본의 이윤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결국 한미FTA는 미제국주의와 총자본에 의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정점인 셈이다.

한편 이번 4차 협상은 한미FTA 협상 전 과정에 있어서 추진세력에게나 반대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이 여러번 강조했듯이 연내타결을 위해서는 4차 협상에서 남아있는 쟁점에 대한 의견접근을 보고 12월에 진행될 5차 협상에서 세부 조율을 거쳐 타결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반면 반대운동 세력에게는 이번 협상이 한국에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한미FTA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회상 1,2’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평택미군기지확장을 저지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개악안을 저지하기 위해서,
노사관계 로드맵을 분쇄하기 위해서,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
끝내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를 건설하기 위해서,
지금 바로 전사회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4차 협상 저지투쟁은 전사회적 투쟁의 시작이자 그 성패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4차 협상 저지 투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월간 '현장에서미래를' 2006년 11월호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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