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신은 있지도 않은 대량 살상무기를 없애겠다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따라 국민의 반대여론을 물리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2004년 3월 12일 임기만료를 불과 두 달 앞둔 거대 야당에 의하여 얼토당토않은 탄핵을 맞았을 때 국민은 당신을 위해 촛불을 밝혔습니다. 당신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였습니까? 사람들은 삼보일배하며 당신에게 국토가 더는 아프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하였으나 새만금 간척 사업을 결정하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당신은 무엇을 하였습니까?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사회 양극화가 깊어질 때 당신은 가난한 국민을 위해 내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리란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다시 농민의 절규와 분노가 쌓여 가고, 많은 국민의 우려에도 ‘범의 아가리에 날고기 넣듯’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하늘이 두 쪽 나도 잡겠다’던 부동산 가격은 당신을 비웃기나 하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그럼 사교육비는 어떤가요. 사교육비가 가계의 큰 부담이 되고 ‘아이들 좀 제발 그만 괴롭히는’ 세상은 결코 이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청년 실업은 어떤가요. 이 십대 태반이 백수인 ‘이태백’이라는 한탄 어린 말과 15세가 되면 벌써 세상이 캄캄하다는 ‘십오야’라는 말까지 나도는 세상을 알기나 하는지 궁금합니다.
서민들이 한 채도 갖지 못한 집을 어떤 분은 집을 100채도 넘게 가졌다고 합니다. 수출기업은 수입이 늘어나도 청년실업을 위해 일자리를 더 만들지는 않습니다. 국내의 내수경기는 죽었다고 해도 골프 관광을 위해 연휴에는 비행기 좌석이 동나고 있습니다. 일부 계층은 유럽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고급 대형 외제차를 굴리며 사치는 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무엇을 하였습니까?
이제 당신의 진정성을 믿지 않습니다. 오기와 독선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선각자적 희생정신을 요구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지 오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당신의 마지막 눈물 한 방울입니다. 정치적 계산에 의한 하야는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국민은 당신에게 요구합니다. 이 모든 실정의 책임을 지고 게도 구럭도 다 잃기 전에 결단을 내리기를 빕니다. 당신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구합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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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님은 울산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