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수많은 평택과 어깨를 걸자

[기고] ‘모든 외국 군사기지 철폐를 위한 국제회의’에 참가하며

3월 5일~9일에 남미 에콰도르에서 '모든 외국 군사기지 철폐를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된다. 이 회의는 2005년 11월 반기지 네트워크(No Bases Network), 외국군사기지철폐국제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the Abolition of Foreign Military Bases) 명의로 제안되었다. 그동안 국제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미군기지를 비롯한 외국군의 군사기지를 철폐하기 위한 다양한 운동이 진행되었고, 그 활동성과를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단일한 반기지 운동 네트워크를 건설하고자 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평택범대위가 초청을 받았고 필자가 평택범대위를 대신하여 참가하게 되었다.

반기지 운동의 성장과 네트워크 조직 건설 배경에는 미국의 세계적인 군사전략과 미군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은 ‘대테러 전쟁’을 전면화하여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하였고 그에 따른 ‘영구주둔’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故윤장호 병장이 있던 곳도 미군과 다국적군의 거점인 바그람 군사기지였다. 또한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도전하는 세력들을 테러세력으로 몰아 공격하려고 ‘붙박이’ 형태의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재편하려 한다. 이를 위해 오키나와와 평택 같은 곳에서 미군기지 건설과 확장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관타나모나 디에고 가르시아 같은 곳에서 테러용의 수감자들을 학대했으며, 세계 곳곳에 비밀수용소를 만들어 끔찍한 고문을 저질러왔다. 그리고 곳곳에서 합동군사연습을 대규모로 전개하고 확대하고 있다.

미군의 전쟁동맹 재편과 미군 재배치는 민중의 광범위한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예컨대 ‘이탈리아의 평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비센차(Vicenza)에서는 미군 기지를 두 배 확장한다는 계획에 대해 연일 저항이 벌어지고 있고 수십 만 명이 집결하여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택에서도 지난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기지 건설을 막아내기 위해 범국민적인 평화행동이 이어져 왔다.

반기지 운동의 경과

이러한 반기지 운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이슈에 대한 운동이기도 하고 국제적인 반전운동,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연대운동의 일부이기도 하다. 특히 9.11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평화를 파괴하고 민중의 생명을 앗아가며 시민적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면서 반기지 운동의 역할을 커졌다. 이라크 침공 직후인 2003년 5월 자카르타 국제반전회의에서는 군사기지에 맞선 세계적 캠페인이 우선사항으로 논의되었다. 그 이후 반기지운동에 대한 토론과 소통을 위한 메일링리스트가 구성되었고 웹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전 세계의 외국군 시설의 형태와 위치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작업도 지금 진행 중이다.

2003년 파리와 2004년 런던의 유럽사회포럼, 2004년 8월 에콰도르의 아메리카 사회포럼과 2005년 스페인의 지중해 사회포럼과 같은 다양한 사회포럼에서 반기지운동 워크샵과 세미나가 조직되었고 2004년 1월 인도 세계사회포럼에서 대규모 토론이 조직되어 세계적으로 통합된 운동에 대해 계획하기 시작했다. 또한 2005년 터키에서 개최된 이라크 국제전범재판에서도 이러한 계획이 논의되었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해 11월 25일~28일에 ‘아시아 태평양 반기지회의’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에콰도르 회의를 준비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연대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일본, 한국, 괌, 하와이, 호주, 오키나와 등의 활동가 30여명이 참가하였고 각국의 미군기지 재편 상황과 투쟁을 공유하는 한편, 에콰도르 회의에 참가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 포럼을 열기로 논의되었다.

세계 반기지 운동 네트워크 건설을 목표로

이번 에콰도르 반기지 국제회의의 목표는 세계 반기지운동 네트워크를 정식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 군사기지에 반대해 활동하는 각국의 모든 조직들이 참가해 줄 것이 요청되고 있고 실제로 단체를 대표하여 오는 이들을 포함하여 35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의에서는 국제적이고 지역적인 반기지 투쟁에서 네트워크의 역할과 임무를 정하고, 각 투쟁이 서로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할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공동의 행동계획을 논의하고 네트워크의 의사결정 과정을 정하게 된다.

회의의 프로그램을 보면, 첫날에는 전체토론으로 ‘외국 군사기지 현황과 반기지 운동에 대한 정세’, ‘외국 군사기지가 환경과 성, 인권, 평화, 민주주의, 주권에 미치는 영향’, ‘외국 군사기지 철폐를 위한 세계 민중의 투쟁’이 예정되어 있고 소주제 토론으로 환경, 여성, 인권과 평화, 원주민 권리, 점령과 주권이 있다. 둘째 날에는 전체토론으로 ‘외국 군사기지 철폐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 강화 방안’, ‘단결 강화’, ‘전략과 행동계획’이 있다. 셋째 날에는 ‘네트워크의 협력과 소통, 자원 동원’, ‘행동계획 선언’ 등이 있다. 넷째 날인 3월 8일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군사기지, 전쟁, 군사 주둔에 맞서는 여성’이라는 프로그램이 개최되고 에콰도르 만타에 있는 미군기지까지 순례하게 된다. 이 순례에는 미국 반전운동가 신디 시핸도 함께 한다. 마지막 날인 3월 9일에는 세계 각국의 투쟁에 대한 연설과 집회, 행진이 있고 문화행사를 끝으로 회의를 마무리한다.

필자는 이번 회의에서 평택 투쟁의 현 상황에 대해 발표하고 집회에서 평택 투쟁의 의미를 알리는 발언을 하고 선전물을 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평택 투쟁 사진전시, 영상 상영도 준비를 하였다.

국제 반기지 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하자

2007년 2월 13일 대추리 주민들은 결국 정부와의 '이주 합의'를 하였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오는 3월 31일까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을을 떠나게 된다. 자신들이 살고 있던 땅을 미군기지 건설을 위해 내줄 수 없다며 마을에 남아 있던 주민들의 4년간 싸움은 막바지에 접어든 셈이다.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게 되었지만 주민들의 뒤를 이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군대와 경찰의 물리적 힘을 쉽게 동원할 수 있었던 한미동맹은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땅과 집을 원하는 대로 빼 앗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편적인 권리인 평화와 생명의 가치는 전쟁, 그리고 군사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평화를 위한 투쟁은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이 말살된 지금부터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국제 반기지 운동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 이미 평택 투쟁은 국제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고, 그 간의 투쟁 과정에서 많은 나라의 단체와 개인들이 연대를 하였으며 직접 현장에 찾아와 주민들과 결속을 다지기도 하였다.

세계에는 수많은 평택이 있다. 오키나와, 비에케스, 괌, 비센차 그리고 수많은 기지에서 민중들의 생존과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는 모두 전 세계 민중들이 하나가 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주의에 맞서 싸우기를 원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 민주주의, 인권이다. 미군기지, 외국 군사기지 없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자.

모든 외국군 군사기지 철폐를 위한 국제회의 호소문

2007년 3월 에콰도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외국군 군사기지가 건설되고 있고 관타나모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서는 수감자에 대한 고문이 자행되며, 오키나와에서는 신기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군사동맹 ‘재편’이 진행되고, ‘대 테러 전쟁’의 일환으로서의 합동군사연습이 급증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의 군사기지, 그리고 다른 형태의 외국군대 주둔, 그리고 사회전체의 군사화가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 정의, 주권을 희생시키며 어떻게 특정 국가나 기업의 이익에 이용되어 왔는지를 부각시켰습니다. 이들 기지를 폐지하고 세계와 각국 을 탈군사화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세계’를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는 최근 2년 동안 이런 목적을 위해 국제 네트워크를 구성해왔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2003년 세계사회포럼이나 다른 국제회의, 인터넷을 통해 만나며 글로벌 공동체가 되어왔습니다. 우리 활동은 다양하고 관심사도 다양하지만 목적은 하나입니다. 그것은 세계에서 외국군의 군사기지를 없애는 것입니다. 현재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 행동을 더욱 더 강화시키고, 우리의 행동을 상호간에 잘 조정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공동체를 강화할 다음번 과제는 네트워크 설립을 위한 설립회의를 여는 것입니다. 많은 의견교환과 논의 결과, 우리는 2007년 3월에 설립 회의를 개최키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 회의를 근래 최대 규모의 반기지 활동가 모임으로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이 총회가 경험의 공유, 전략이나 교훈의 교류, 더욱 효과적인 세계적 규모의 행동 협력을 위한기반조성, 더욱 효과적인 국제 캠페인 전략의 구상 등을 진행하는 귀중한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총회 조직에 즈음해 이 반기지 네트워크를 더욱 더 확대할 것입니다. 풀뿌리 반기지 활동가가 참여하여 국제적 네트워크 구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는 모든 반기지 활동가, 개인, 조직이 이 국제 네트워크와 국제적인 캠페인 설립에 참여할 것을 호소합니다. 우리는 세계 평화, 정의,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요구하는 여러 운동, 반전 캠페인이나 반전운동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기업주도의 세계화와 군사화,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 군축과 비군사화를 요구하는 운동, 인종주의에 반대하며 자유와 주권을 위해 싸우는 운동에 참여를 호소합니다. 우리는 풀뿌리 여성그룹, 선주민 권리를 위한 그룹, 환경단체, 종교단체, 청년단체, 성적소수자, 노동조합, 여러 사회운동, 인권단체, 기타 지역, 전국, 국제 규모로 활동하는 여러 진보적인 단체가 이 세계적인 운동의 형성에 참여하고 공헌하기를 호소합니다.

기지 철폐를 위해 활동하는 모든 단체들은 이 설립회의에 대표를 보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가능하면 반기지 활동단체가 나라별로 모여 대표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가능한 한 폭 넓은 단체들의 참여를 원하며 동시에 이 회의는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낳을 수 있는 움직이는 회의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양하면서도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 회의의 초청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폭 넓은 단체가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풀뿌리 반기지 단체에 이 호소문이 전달될 수 있도록 전 세계적인 운동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십시오. 또한 장기간에 걸치는 활동에 구체적인 지원을 해 주십시오. 전 세계에서 외국군 군사기지를 없애고, 탈군사화를 위해 활동하는 것은 반전 투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입니다. 전 세계에서 외국 군사기지를 없애는 일은 또 다른 세계를 향한 걸음입니다.

2005년 11월
반기지 네트워크 (No Bases Network)
외국군사기지철폐국제네트워크 (International Network for the Abolition of Foreign Military Bases)

에콰도르 국제회의 조직위원회
파키스탄 평화동맹 (파키스탄) Pakistan Peace Coalition
미국친우봉사회 (미국) 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미국 평화위원회 (미국) US Peace Council
비폭력 인터내셔널 (미국)
방글라데시 농민연맹 (방글라데시) Bangladesh Krishok Federation
평화를 위한 모임 (필리핀) Gathering for Peace
대지를 위하여 (벨기에) For Mother Earth
아메리카대륙 탈군사화 캠페인 (라틴아메리카) Campaign for the Demilitarisation of the Americas (CADA)
남반구초점 Focus on the Global South
에콰도르 YMCA (에콰도르) Asociación Cristiana de Jóvenes del Ecuador - ACJ Ecuador
화해친우회 (미국) Fellowship for Reconciliation
핵무기철폐캠페인 (영국) Campaign for Nuclear Disarmament
기지행동 네트워크 (오키나와) Bases Action Network
LALIT (디에고 가르시아/모리샤스)
인권에 관한 지역자문기금 (에콰도르) Regional Advisory Foundation on Human Rights Regional Advisory Foundation on Human Rights (INREDH)
아시아 평화연대-일본 (일본) Asian Peace Alliance-Japan
쿠바 평화와 주권을 위한 운동 (쿠바) Cuban Movement for Peace and Sovereignty
전쟁저지연합 (그리스) Stop the War Coalition
SEATINI (남아프리카)
일본 평화위원회 (일본) Japan Peace Committee
트랜스내셔널연구소 (네덜란드) Transnational Institute
덧붙이는 말

진재연 님은 평택지킴이로,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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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 평택 , 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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