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웃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스크루지가 되기를 마다 하지 않고, 세금을 때로는 폭탄이라 부르며 사회적 일탈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사회주의라고 매도한다. 사회는 발가벗은 모습을 하고 약자에게 눈물도 동정도 관용도 없다. 천문학적 상속은 있으나 아름다운 기부는 없다. 사회는 망가져도 나와 가족의 안일이 우선이다. 절세와 탈세는 하지만 정당한 분배는 거부한다.
공공연히 조국을 사랑한다는 애국주의를 내세우지만 그것은 그들만의 국가일 수도 있다. 미국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미국에 대한 배신으로, 동맹의 파기로 몰아간다. 북한은 사탄이며, 남한의 하층 식민지로 전락해야 할 운명을 지닌 비극의 땅이다. 그들에게 맹신과 복음은 있어도 자비와 인욕과 사랑은 사라졌다. 배타적 유일신은 있어도 관용과 포용을 지닌 생명의 포도나무는 밑동에서 잘려 버렸다.
언제부터인가 모두 ‘빅브라더스’가 되었다. 그러나 모두 ‘빅브라더스’가 되는 순간 서로 견딜 수 없는 사회의 패배자가 되어 버렸다. 소박함, 순수함, 동정심, 인내, 관용, 헌신, 연대가 사라지고 뻔뻔함, 인면수심,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냉소, 짜증, 조급함, 이기주의가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와 사회를 휘젓는다. 이렇게 되면 그 사회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 사회에서 사회의 종말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사회가 망가지기 전에 약한 개인이 먼저 쓰러진다. 사회적 약자가, 가난한 자가 고통받기 시작하고 강한 자도 때로는 영문도 모른 채 삶의 공허함과 차가움에 몸서리치며 목숨을 던진다.
사회가 품격을 지녀야 한다. 시민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참여를 통해 따뜻한 연대를 회복해야 한다. 나아가 역사와 우리를 직시할 수 있도록 다시 교육되어야 한다. 독재의 시대가 어설프게 마감되고 형식적 민주주의와 함께 신자유주의가 IMF를 빌미로 폭력적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이 사회를 유령처럼 조종한다. 실질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이며 구체적 내용은 사회의 품격을 높이는 것에 있을 것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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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님은 울산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