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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도 공익도 아닌 SBS의 '에이즈 요리사' 보도

공정보도 망각하고 비과학적 편견에 편승한 'SBS'

며칠 전 미국의 유명가수이자 배우인 비욘세 놀즈의 A형 간염 감염여부가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비욘세 놀즈가 표지촬영을 한 잡지 기념파티의 출장요리사가 A형 간염 환자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A형간염은 경구적으로 감염되어 전염력이 매우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지만 비욘세는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형 간염에 걸려 해외토픽에 오르내린 이 요리사에게 회사가 취한 조치는 “병가”였다.

1988년 미국 일리노이즈 법정은 한 요리사가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이유로 한 의료기관에서 해고된 것에 대해서 명백한 차별행위라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그가 요리사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과 보건성 관료 그 누구도 해고를 용인한 적이 없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에 입각해서도 한국의 현행법상으로 HIV유무는 요리사가 받아야할 건강검진 항목이 아니다. 왜냐하면 HIV는 경구적 혹은 단순한 신체접촉으로 전파되지 않기 때문이다.

SBS, 과학적 사실과 현행법적 적법성 무시한 채 선정성으로 일관

그런데, 오늘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3월 12일 SBS는 “‘에이즈 요리사’ 호텔서 일해”라는 제목의 뉴스보도를 방송했다. 이 보도를 통해 SBS는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프랑스 요리사의 호텔근무가 국민의 건강에 커다란 문제가 되는 것처럼 그렸을 뿐만 아니라, 요리사의 건강검진에 HIV검사항목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국가관리의 “허술함”인양 호도하였다. 더군다나 그의 “8년간”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행적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는데 주력하였다. 누구보다도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데 힘써야할 공중파 방송의 보도에서 과학적 사실과 현행법적 적법성을 무시한 채 선정성으로 일관한 것이다. 오히려 그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언론보다 더 이성적이었다. “전혀 감염의 위협이 없다는데 뭐가 문제냐. 인권어쩌구저쩌구 할 땐 언제구..”

그는 자격증을 가지고 경력을 쌓아 정당하게 얻은 일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한 한 직업인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HIV라는 바이러스는 그가 건강에 힘쓸 이유를 제시해 주는 것일 뿐, 다른 사람에게 해가되지 않는 자신의 소중한 일자리를 잃어야 하는 이유가 절대 아니다. 요리사 자격증 없이 가정에서 수도 없이 요리를 만드는 주부들조차도 기본적인 위생을 준수한다. 훈련된 요리사의 가장 기본은 위생규칙인데, 어떻게 혈액이 묻은 요리를 내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지 기자의 윤리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HIV감염인의 조리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이 거의 없다는 의사의 소견, 그런 과학적 사실에 따라 요리사라는 직업을 감염인이 가지는데 문제가 없다는 법률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SBS의 이번보도는 가뜩이나 사회적 낙인으로 위축될 수 있는 건강한 감염인의 직업수행을 장려하기는커녕 노동권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위협하였다.

보도 내용에는 기자가 호텔 책임자를 인터뷰 한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전혀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말한 그는 그 요리사의 감염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모르는 것이 당연하며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본인의 병력기록은 본인만이 아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자신의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병력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의무조차 저버린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감염인 인권보호야말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

그 요리사는 외국인이다. 따라서 HIV감염이 확인되면 출입국관리법에 따라서 출국조치되며, 여기에는 향후 5년간의 입국금지조치가 병행된다. 끊임없는 사생활감시와 격리를 가지고 에이즈가 예방될 수 있다는 극히 전근대적인 조치이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감염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직업에서 내몰려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자발적인 HIV검사를 받을 것이며, 그런 보도로 인해 이미 확인된 감염인들의 삶의 의욕을 꺽는 것이 어떻게 국민의 건강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SBS는 언론으로서의 공정한 보도자세를 망각한 채, 비과학적인 편견에 편승한 보도로 감염인의 직업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고 국민을 불필요하고 막연한 두려움으로 내몬 데 대해 명백히 사과하여야 한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이러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인해 국민의 건강이 위태로워지고 감염인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확대 재생산 되는 사태에 대해 직접 중재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바른 지식을 알리고, 감염인의 인권에 대한 보호야 말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는 점이다.
덧붙이는 말

변진옥 님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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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ero

    HIV바이럿가 존재 한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에이즈 환자라고 몰아 붙이는 것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에이즈에 대해 먼저 알고 편견을 버린 후 보도 하라고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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