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전쟁과 파병의 마침표를 찍어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4년째를 맞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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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 경계를 넘어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폭력적 질서를 초래하는 이데올로기는 이른바 부시 독트린이다. 이는 내 편이 아니면 테러리스트라는 억지주장으로써 세계를 양분화하고, 자국의 이익에 위협이 되면 곧바로 선제공격도 불사해 버린다는 무서운 힘의 논리이다. 대표적으로 적용된 국가가 바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이다. 미국의 공격을 받은 지 아프가니스탄은 6년 째 이라크는 4년 째, 우리는 그동안 가공할만한 미 군사점령 아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민중들이 당면한 현실이 그야말로 얼마나 처참했는지를 불가피하게 지켜보았다.

미국의 전쟁과 점령 지속화

이들 두 나라에서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는 어김없이 초토화된 파괴와 살육, 심각한 폭력과 빈곤 등이 나뒹굴고, 미 점령이 강요하는 서구화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무분별한 도입, 무능하고 부패한 새 정부 출범 등으로 피를 부르는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2001년 이후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만 무려 아프가니스탄은 1만 여명이고 이라크는 최대 65만 여명에 육박하는 등 감히 상상하기조차 힘든 참상이 펼쳐졌다. 그리고 무고한 죽음의 행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일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라크의 폭력상황은 극에 다다라 국내외 물자 수송이나 유통은 아예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으며, 이로 인해 필수적인 국제 구호 손길인 의료와 식량 지원조차 완전히 끊긴지 오래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이 곧 이라크 민중을 해방시킨다는 말은 어불성설임이었음을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모자라 이라크인 65만 명의 희생자들을 대가로 다시 한 번 주지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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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6일, 미 부시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이라크인과 미군은 거의 매일 점진적이면서도 중요한 진보를 이루고 있다."라고 평가하며 향후 이를 도모하기 위해 이라크에 21,500명의 병력을 증파할 계획이며, 전투부대 파견 10억 달러 이상을 포함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체 군비 예산으로 약 1 천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여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 측도 결국에는 병사들에 대한 복지수준을 고려한다는 핑계로 군비 증액 예산안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이다. 어떠한 전쟁과 점령이든 소극적인 찬성이냐 적극적인 찬성이냐는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면에서 유감스럽게도 미국이 이끄는 국제외교의 향방은 패권적 군사질서를 유지시키는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호시탐탐 ‘전쟁의 기회’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무력사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군 파병한 노무현 정부의 잘못과 사기

그러나 잘 알다시피 우리야말로 미국이 위험한 국가라고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국력 강화와 국익 증진을 위해서라면 미국이 일으킨 어떠한 전쟁이라도 지지하고 앞장서서 파병원조를 해 온 국가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대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국과의 전쟁동맹 파수꾼이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노무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이든 이라크든 미국이 군사공격을 개시하는 순간마다 발빠르게 파병을 자처했다. 심지어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을 원조하게 될 뿐인 레바논 파병까지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으로써 우리는 이라크에서는 故 김선일씨, 아프가니스탄에서는 故 윤장호 하사의 죽음을 접해야 했다. 최근 노무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테러로 국내 최초 사망자가 된 윤장호 병사의 죽음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위대한 전사자로 치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유가족에게 훈장을 전달하는 예의를 보여줬다고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이라크에서만 자국 병사 희생자가 이미 3천 명 이상을 훌쩍 넘어섰음을 볼 때,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이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망 소식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 애도할 마음이 있다면, 더 이상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군 철수를 말했어야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 역시 무고한 죽음 앞에서 더 이상 국가주의라는 망령으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를 그만두고, 이번 비극이 그동안 부당한 전쟁에 조력해 온 자신의 그릇된 정책으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3월 17일, 국제반전공동행동으로 모이자

다가오는 3월 20일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있은 지 4년 째 되는 날이며, 이에 발맞추어 온 세계 곳곳에서는 반전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리게 된다. 한국에서도 3월 17일 국제공동반전행동이 서울역에서 개최된다. 우리에게는 이라크 침공 이후 유례없이 전쟁을 반대하는 촛불을 높이 들며 한국군 파병을 반대했던 지나온 모습이 있다. 이를 기억하며 돌아오는 3월 ·17일에도 반전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한데 모아, 우리의 결집 그 자체를 새로운 민중의 역사로 남겨야 할 것이다.


어처구니없게도 경찰은 처음에 교통 방해를 이유로 이번 집회를 금지하고 집회가 성사되지 못하도록 갖은 회유와 압력을 행사한 바 있다. 그러나 중대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야말로 부당한 침략전쟁에 동조함으로써 국제평화주의에 반하는 위헌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평화로운 시위와 행진을 불법이라 간주하고 가로막으려 했다는 점은 자기모순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날 우리는 3월의 햇살 아래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전 세계 민중들과 연대하며 전쟁과 파병을 끝내기 위한 함성을 소리 높여 외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지은님은 경계를 넘어 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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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 평화 , 파병 ,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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