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군사기지 철폐로 또 다른 세계 건설"

에콰도르 외국군 기지 철폐를 위한 국제회의

3월 5일부터 9일까지 남미 에콰도르에서 ‘외국군 기지 철폐를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5일부터 7일까지는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에 있는 카톨릭대학교에서 워크샵과 회의를 진행하였고, 8일은 미공군기지가 있는 만타(Manta)로 이동하면서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었다.

9일은 만타에서 실내 집회 이후 미공군기지 ‘엘로이 알파로(Eloy alfaro)’까지 행진을 했다. 이번 회의는 50여 개국 400명이 참가해 반기지 회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로, 군사기지가 민중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맞선 각 나라와 지역 투쟁의 경험을 공유하였다.



신자유주의 군사세계화의 물질적 기반으로서의 군사기지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필연적으로 군사세계화를 동반하며 미국은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점령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침략과 점령을 지속하기 위한 물질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 세계 곳곳에 군사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며 바그람·마자리샤리프·칸다하르 등 세 곳을 포함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미군기지 7개를 신설했고, 얼마 전 고 윤장호 하사가 숨진 바그람 군사기지는 미군과 다국적군의 거점이기도 하다. 또한 이라크 점령을 지속하며 루마니아·불가리아·헝가리에 기지를 세우고, 이라크에도 미군기지를 추가로 신설하고 있다. 군사기지는 점령과 침략의 주요한 거점이 되고 있으며 미국은 군사기지, 군사훈련장등의 군사시설을 만들고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전쟁을 위한 준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정부의 보고서에 의하면 미군은 130개 나라에 737개의 기지를 가지고 있는데, 영국, 러시아,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등이 해외에 군사기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외국군 기지의 95%이상이 미군기지다. 미국의 군사세계화를 뒷받침하는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는 전 세계 곳곳에 미군기지를 신설하거나 넓히고 있으며 그로인한 환경오염, 미군범죄의 증가, 원주민의 평화적 생존권 파괴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하는 해외주둔미군재배치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미군의 공격적이고 침략적인 성격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미군의 신속기동군화는 언제 어디라도 미군이 긴급히 투입될 수 있도록 해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전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평택에서 벌어진 야만적인 폭력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그 잠재적 가능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한국정부는 파주에 있는 무건리 군사훈련장을 확장하기 위해 인근 오현리 주민들을 내쫓으려 하고 있어 이에 맞선 주민들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비첸차에서는 미군 공군기지를 두 배 확장하겠다는 '프로디' 좌파연합 정부를 비판하며 민중들이 거센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12만명이 집결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번 회의를 주최한 에콰도르 활동가들은 만타에 위치한 엘로이 알파로 미 공군기지를 반대하며 오랜 시간 싸워왔다. 엘로이 알파로 기지는 1999년 미국과 에콰도르 정부의 협정을 통해 미국이 10년간 공군기지로 임대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기지 임대의 목적으로 마약밀수 단속을 내세웠지만 이 기지는 미국이 ‘콜롬비아 플랜’을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거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국은 마약밀매 근절, 반군토벌, 마약 경작지 초토화등의 콜롬비아 플랜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며, 엘로이 알파로 기지는 콜롬비아 군대에 군사장비를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에콰도르 활동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전략을 폭로하면서 만타 미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또한 이 기지는 만타 지역 어민과 농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평화적인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2007년 1월 취임한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미국과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2009년에 기지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에콰도르 활동가들은 미군기지가 폐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에콰도르 사회운동의 역할이 중요하며 지속적인 기지 철폐 운동을 벌여나갈 것임을 밝혔다.

반 기지 운동의 국제연대

이번 국제회의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반기지 운동이 국제적인 연대를 강화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했다. 반기지 운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커다란 이슈에 대한 운동이기도 하고 국제적인 반전운동, 평화를 위한 연대운동의 일부이기도 하다. 미국의 군사세계화로 인해 민주주의와 평화가 파괴되면서 반기지 운동의 역할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반 기지 투쟁의 국제적인 연대가 시작된 것은 2003년 5월 자카르타 반전회의였다. 이라크 침공 직후인 2003년 5월 자카르타 국제반전회의에서는 군사기지에 맞선 세계적 캠페인이 우선사항으로 논의되었다. 그 이후 반기지운동에 대한 토론과 소통을 위한 메일링리스트가 구성되었고 웹사이트(www.no-bases.org)가 만들어졌다. 전 세계의 외국군 시설의 형태와 위치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2003년 파리와 2004년 런던의 유럽사회포럼, 2004년 8월 에콰도르의 아메리카 사회포럼과 2005년 스페인의 지중해 사회포럼과 같은 다양한 사회포럼에서 반기지운동 워크샵과 세미나가 조직되었고 2004년 1월 인도 세계사회포럼에서 대규모 토론이 조직되어 세계적으로 통합된 운동에 대해 계획하기 시작했다. 또한 2005년 터키에서 개최된 이라크 국제전범재판에서도 이러한 계획이 논의되었다. 아시아에서는 2006년 11월 25일~28일에 ‘아시아 태평양 반기지회의’가 일본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에콰도르 회의를 준비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연대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일본, 한국, 괌, 하와이, 호주, 오키나와 등의 활동가 30여명이 참가하였고 각국의 미군기지 재편 상황과 투쟁을 공유하는 한편, 에콰도르 회의에 참가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 워크샵을 열기로 논의하였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탈군사화를 위한 연대

특히 이번 국제회의에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나라들은 서로의 사안들을 공유하고 공동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들을 시도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탈군사화’ 라는 주제로 워크샵을 진행하고 이 지역의 군사기지를 철폐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일본, 오끼나와, 필리핀, 하와이, 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활동가들은 각 나라의 미군기지에 대한 정보와 투쟁을 공유하고 이 지역의 지속적인 연대를 위한 공동행동을 기획하기로 했다.

현재 오키나와 헤노코에서는 미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10년째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괌에서는 오키나와의 해병대를 괌에 재배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반대하고, 2007년 시작되는 대규모 미군기지의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괌의 원주민들은 미국이 괌에 대한 식민 지배를 끝내고 구아한(Guahan)의 자결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와이 활동가들은 미국이 스트라이커 여단을 하와이에 주둔 하려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2007년 6월에 또다시 전개될 미국-오스트레일리아 탈리스만 사브레(Talisman Sabre) 군사훈련을 중단시키기 위해 싸울 것임을 밝혔다. 또한 필리핀에서는 미국과 필리핀 정부 간의 신군사협정 폐지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평화헌법 9조 수호가 주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모든 투쟁들은 한국의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투쟁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를 위해 연대해야 할 사안들이다. 아시아 태평양의 참가국들은 현 시점에서 중요한 연대과제로서 평택, 오끼나와, 괌에 대한 공동행동을 조직하기로 했고, 공동 로고를 만드는 등 국제연대를 효과적으로 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와이의 활동가들은 호놀룰루에 있는 한국 영사관 앞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5월 한국을 방문해 평택투쟁을 지원하기로 했다.

침략을 위한 모든 군사기지 철폐투쟁으로 대안적인 세계를 건설하자

침략과 점령을 위한 군사기지의 폐해는 전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인 양상을 띠고 있으며, 군사기지가 있는 곳은 어디든 민중들의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역적 국가적 규모로 진행되어 온 반기지 운동들은 다른 사회운동의 쟁점들에 비해 국제적인 연대가 취약했던 것또한 사실이며, 반전운동의 다른 이슈들과 결합되지 못한 채 투쟁이 이어져 왔다. 이번 회의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로 인한 폭력이 증대되면서 ‘침략을 위한 군사기지 주둔’이라는 문제에 특수하고 전략적인 초점을 둔 국제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제안된 것이다. 투쟁의 경험과 역사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교훈이 되고 있으며 국제적인 교류와 소통은 군사기지에 맞서는 투쟁의 범위와 규모를 더욱 확장할 것이다. 비에케스, 필리핀, 파나마에서 미군기지를 철수시킨 투쟁은 모두에게 고무적인 예가 되었으며, 평택과 오끼나와 지역주민들의 지난한 투쟁의 시간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새롭게 운동을 기획하는 힘이 되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반기지 활동가들은 2003년 5월 자카르타 회의이후 꾸준한 노력 속에서 이번 국제회의를 성사시켰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언어와 지리적인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네트워크는 이후 지역 반기지 투쟁을 지원하고, 국제적 행동을 조직하는 연결망이 될 것이다. 네트워크는 반기지 운동의 국제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반전-대안세계화 운동의 다른 쟁점들과 결합하며 운동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군사기지를 철폐하는 투쟁은 미국의 군사세계화에 저항하고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켜나가는 싸움이다. 세계의 수많은 평택에서 지금도 민중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침략을 위한 모든 군사기지를 반대하는 싸움은 야만과 전쟁의 신자유주의가 아닌 대안적인 세계로 향하는길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평화가 짓밟힌 지금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하자.
덧붙이는 말

진재연 님은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진재연(사회진보연대)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