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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 국유화로 살 만한 나라를 만들자

[특별기획 : 개헌,반신자유주의 정치논쟁으로](7) - 토지,주택

이미 존재하는 택지국유화 요소

홍준표 의원이 토지임대부주택 제도를 제안하였을 때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구나”라고 말하면서 관심을 보인 국민들이 많았다. 이 제도의 핵심은 건물의 소유와 택지의 소유를 분리하여, 택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은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제도의 가장 큰 한계는 우리 나라에서는 국가가 소유한 택지가 거의 없어서 충분한 양의 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상상의 날개를 한 번 더 움직여 보자. 국유택지가 없어서 문제라면 택지를 국유화하면 되지 않겠는가?

엄청난 돈이 들지 않을까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이 있다. 모든 주택 소유자들은 매매, 상속, 양도 전에 토지 부분을 정부에 판매하고 건물만 소유하도록 한다. 집을 팔기 싫은 사람은 죽을 때까지 그대로 살다가 죽을 때쯤 되어서 택지를 국가에 판매해도 된다. 정부에서는 그 대가로 국채를 준다. 국채 소유자에게는 처음 6년 정도 동안은 가변적인 이자를, 그 이후에는 고정적인 이자를 지급해 준다.

이 때 이자는 정부에서 걷은 택지 사용료 범위 내에서 책정한다. 현재의 주택 소유자들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집값에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일종의 연금을 받는 셈이 되므로, 개인소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택지 사용료는 어떻게 책정하나

1년 동안의 택지 사용료는 같은 지역의 조건이 유사한 아파트에 월세가 있는 경우에는 1년 동안의 월세금액에서 건물의 감가상각비를 뺀 금액의 80-90% 정도로 정하면 된다.(자세한 경제학적 논의는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 홈페이지나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워킹페이퍼를 참조할 것) 전세가 있는 경우에는 전세금에 대한 1년 동안의 이자를 월세금액이라고 생각하고 위와 똑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된다.

국유화 하면 집값이 얼마나 싸질까

전세가 5억 원에 매매가 15억 원인 강남구의 30평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이 사람이 아파트를 15억 원에 팔고 5억 원으로 같은 동네에서 전세를 살면 10억 원의 현금이 남게 된다.(혹은 전철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관악구의 같은 규모의 아파트를 5억 원에 구매해서 살아도 마찬가지로 10억 원이 남는다). 이것을 은행에 6% 이자로 맡길 수 있다면 1년에 6천만 원씩 영원히 쓸 수 있다. 바꾸어 말해서, 전세로 살지 않고 소유하고 있으면, 1년에 6천만 원씩 손해 보는 것이다. 왜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아파트 값 15억 원 중에서 10억 원만큼은 투기로 인해서 부풀려진 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 누구나 다 아파트를 팔려고 할 것이고, 아파트 값은 전월세가격 수준 정도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투기가 덜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월세수입을 기초로 해서 빌딩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관행이다.

중국은 국유택지라도 투기가 심한데

중국에서 투기가 심한 것은 택지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사용료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저리 임대 형식으로 택지사용을 허락해 주면, 인구 증가, 경제 발전 등으로 생기는 지대 상승분을 전부 아파트 소유자가 차지하게 된다.

이 글에서의 방법은 지대 상승분의 대부분을 사용료로 흡수하는 것이다. 국유택지에 대한 사용료는 2년마다 갱신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책정해야 한다. 전월세 가격이 올라가면 사용료도 올리고 가격이 내려가면 사용료도 내린다. 시장 친화적인 택지 사용료 결정 방법이면서, 지대 상승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불량 주택만 공급되지 않을까

택지 국유화는 건물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공급, 소유, 양도하게 하는 것이다. 건축업자들에게 다른 산업에서의 평균적인 이윤만 보장해 주면 얼마든지 충분하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 택지 사용료는 평균에 기초해서 책정되므로 개별적으로 우수한 주택을 건축하면 전월세를 더 받을 수 있게 되어 건축업자의 이득이 된다. 물론 전체 주택의 20% 정도는 서민들을 위한 공공주택으로 아예 건물까지 정부에서 만들어서 시세보다 싸게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종부세로 충분하지 않을까

종합부동산세는 높은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 과세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진 자들은 왜 내 재산에 세금을 매기느냐(사유재산권 침해), 왜 나만 세금을 내느냐(평등권 위배)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택지를 국유화하면 이런 논란들이 원천적으로 사라진다. 국유재산에 대해서, 비싼 땅은 비싸게 싼 땅은 싸게 사용료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투기 결과에 대한 과세이므로 투기를 사전적으로 방지하는 효과가 부족하다. 종부세가 기준이 되어 자칫 거품이 낀 집값을 고착화시킬 우려도 있다. 그리고 현재의 종부세율은 훨씬 더 올라야 제대로 된 토지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방법에 따른 택지사용료는 비싼 땅의 경우는 현재의 종부세의 3-4배 수준이 될 것이다.

현재 부동산이 안정이 되어 있는데

투기꾼을 위한 보수 언론들은 종부세에 대한 총공세를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소송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위헌 소지가 없다는 행정법원의 판결로 일단 숨을 돌렸지만,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의 판결이 남아있다. 대통령 선거 결과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상태는 안정이 아니라 태풍의 눈이라고 보아야 한다.

앞에서 예로 든 강남 아파트의 소유자를 생각해 보자. 가격이 계속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1년에 6천만 원, 2년에 1억2천만 원, 3년에 1억8천만 원으로 손해 금액이 갈수록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현재 가격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 현재 우리는 공포의 균형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미래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겠지만, 다음의 두 가지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대폭락이다. 계속 안정되면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하여 너도나도 집을 팔게 된다. 다른 하나는 투기가 재현되는 것이다. 그러면 투기꾼들은 그 동안 손해 보았던 금액을 만회할 수 있게 된다. 투기꾼들은 다시 한 번 “역시 부동산은 불패야, 부동산 투기 공화국 만만세”를 외칠 것이다.

마무리하면서

부동산 투기는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불가피한 시장의 힘이 아니다. 투기로 이득을 보는 자들이 투기를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지켜내려고 하고 있는 것뿐이다.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평등을 막는 첫걸음은 우리도 투기를 없앨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이다. 선진국들 중에 이미 국유택지가 대부분인 나라가 있다. 우리도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다.
덧붙이는 말

강남훈 님은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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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그렇군요. 오해의 경지를 유유자적 하시고 계십니다.
    구체적인 인간을 소외시키는 당신의 관점또한 알게모르게 전체주의적 미망의 소산일수 있구요. 적어도 백남준은 그런 세계의 반대를 위해 살다갔어요. 잘 안보이겠지만.

    그리고 당신의 오해대로 본다면,
    당신이 소유한 이 블로그도 다른 사람에겐 계급의 표상일 수 있습니다. 당신역시 어떤 계급에겐 변명하는 내부인일 수 있습니다.

  • 범국본짱

    정말,,,,,그렇게만 된다면,,,,노무현정권이 내놓은 정책들 하나하나 실패한 것은 책상앞에 앉아서 생각해 본게 다니까 그런거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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