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대] 참세상 편집위원

방송사업자 간접투자 100%는 사실상 완전개방

[기고] 방송영상 문화 및 산업의 '판도라 상자'를 열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2일 미디어와 관련된 한미FTA 협상결과로 △PP 외국인 간접투자 100% 허용(보도.종합편성.홈쇼핑 제외, 협정 발효 후 3년 유예, 방송법 개정 사항) △PP 국산 프로그램 의무 편성 비율 5% 완화(영화 20%, 애니메이션 30%, 편성고시 개정 사항) △1개 국가 수입쿼터 제한 20% 완화(80%, 편성고시 개정 사항) △기간통신사업자(KT, SKT 제외) 간접투자 100% 허용(공익성 심사 전제, 협정 발효 후 2년 유예) 등을 밝혔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를 완전개방 한 것은 방송영상 문화 및 산업의 '판도라 상자'를 연 것과 같다.

PP(Program Provider;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케이블TV나 위성방송에 고유 채널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는 OCN, YTN, CNN 등과 같이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DMB, 인터넷 방송 등에 방송영상물을 공급하는 사업자이다.

현행 방송법(제14조 1항 3호)상 일반 PP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49%로 제한됐으나 이번 협상에서 직접투자 제한은 유지하되 외국인의 간접투자를 100%까지 개방하기로 해 사실상 완전개방을 의미한다. 미국의 미디어그룹이 한국에 100% 지분을 투자해 법인을 세운 뒤, 국내 PP의 지분을 100% 사들이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진다. 따라서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차이는 페이퍼 컴퍼니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급속히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는 나라이며 그 특징은 신규 미디어의 범람으로 매체간 경쟁이 치열 하다. 따라서 방송채널사업자는 좁은 시장에서 생존을 위해 싼 값으로 시청률이 높은 방송영상물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이에 부합하는 것이 미국의 방송영상물이다.

한미FTA 결과로 방송채널 사용이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 된다면 외국 사업자들은 더 이상 싼 값으로 방송영상물을 팔지 않아 판권료가 수배로 상승할 것이며 연쇄적으로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등 유료 방송의 시청료를 인상시킬 것이다.

또한 협정이 발효된 뒤 3년 후 국내에 회사를 세워 방송채널사용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해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말이 더빙된 시청률 높은 방송영상물을 방송함으로써 방송영상문화를 더욱 혼탁하게 할 것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완전개방은 한국의 다매체 환경 속에서는 방송영상물의 문화적, 산업적 대미 종속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현재에도 방송영상물 관련 대미 수출입 적자 규모가 다른 모든 나라의 수출입 적자 규모를 합한 것과 비교해도 큰 편인데도 1국가 수입쿼터 완화로 인해 미국의 문화사대주의에 빠질 우려가 크고 문화적 다양성은 더욱 침해될 것이다. 그리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있어 외국 영화와 애니메이션 쿼터가 완화돼 자국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유통망이 좁아질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자국의 방송영상 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 붕괴될 위기로 몰릴 것이며 현재로선 방송영상 산업의 성장으로 고용창출의 전망이 밝지만 불투명해질 것이다. 더구나 미래의 미디어 사업의 주요 주체가 될 기간통신사업자를 완전 개방함으로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한미FTA 미디어 분야 협상 결과는 우리의 방송영상 문화와 문화적 다양성을 붕괴시키고 미래 볼거리, 먹거리 마저 미국에게 다 내어 준 꼴이다.
덧붙이는 말

김정대 님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으로 본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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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국본짱

    이제 우리 방송도 제대로 못보고,,,도대체 한미FTA 체결해서 이룬게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국민들이 원하는 건 뭐하나 이룬게 없고,,,기업들이야 자기들 이익에 맞으면 좋아라 하겠지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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