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뿌나’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의 투쟁

[최인기의 사노라면] 재활용수집 노동자의 조직 건설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5일간에 있었던 비공식부문 관련 토론회 및 회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어느 국가나 공식적인 직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노점상, 폐지수집인, 행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생존권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다양한 사례발표가 있었다.

인도의 뿌나(Pune)는 봄베이에서 약 170킬로미터에 있는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데칸 고원 상단에 있다. 이곳은 주변 대규모 산업지대와 함께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이다. 인구는 약 2백5십만이며, 이중 40퍼센트가 빈민가에 거주한다.
재활용수집 노동자의 대부분은 여자들이다. 이들은 40킬로그램 정도의 폐지를 머리에 인 채 하루에 10-12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서 이동하며 작업을 한다. 해가 뜰 때 집을 나서서 하루 12시간 정도 일을 한 후 해질 무렵에 집에 돌아가 하루 평균 약 60루피 정도를 번다.

또 다른 유형의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은 가정, 사무실, 가게 그리고 작은 상가에서 적은 양의 재활용품들을 구매한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남성이다. 이들은 하루 5루피를 내고 수레를 빌려 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노동이 끝나면 그들의 수입에서 그 돈을 공제하는 고물 상인들로부터 소액의 돈을 받게 된다. 이들에 의해 수거된 품목들은 쓰레기 하치장에서 모아진 재활용품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값에 고물상들에게 팔 수 있다. 주로 깨어진 병들, 금속 조각들, 신문들, 플라스틱 캔들과 통조림통이 해당되는데 평균 벌이는 하루 75루피이다.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은 거의 대다수가 ‘달릿’이거나 신-불교도들로 불려지는 ‘마하르’들을 포함한 카스트의 최하층 출신들이다. 이들은 비공식 경제 내에서 조차 가장 하층으로 분류된다. 뿌나(Pune) 만해도 이와 같은 노동자들의 총 인구는 6000명에 달한다. 인도의 카스트로 인한 계급, 성별이 재활용부문에서도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분명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인도는 쓰레기를 수집단계에서 유기물과 재활용으로 분리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며 직접 분리수거를 담당하지는 않는다.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은 종이, 플라스틱, 금속과 유리 등을 쓰레기 매립장 혹은 각 가정에서 버려진 물건, 시에서 공급된 쓰레기통을 통해 채집을 한다. 이들은 거리의 환경미화 못지않게 경제, 환경, 사회적인 면에서 담당하는 기여도가 엄청나다.

하지만 이들은 수많은 편견과 사회적인 배제 속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은 도둑으로 취급되어 체포되거나 도난사건이 벌어지면 제일먼저 용의자로 몰렸다. 거리 쓰레기통에 있는 쓰레기의 ‘소유권’ 문제는 되풀이 되는 주제였다. 경찰들에게 뇌물을 주어야 만 석방이 가능했다. 시에서는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이 도로 위에 마대를 놓지 못하도록 까지 했다.

위와 같은 편견 못지않게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을 위협하는 위험은 곳곳에 놓여 있다. 맨 손을 사용해서 독성이 있는 의약 쓰레기 등 부패한 쓰레기들을 뒤지게 되기 때문에 수많은 건강상 위험들에 처해있는 것이다. 결핵, 옴, 천식 그리고 다른 호흡기 질환, 절단, 그리고 상처들이 일상화 되어있거나 돼지, 개, 쥐 등의 동물들에게 물리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의 30퍼센트가 최소한 한번은 물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생활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가령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은 거의 절대다수가 ‘달릿’이며 여성 재활용수집 노동자들 중 불과 8퍼센트만이 읽고 쓸 수 있는 실정이다.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의 40퍼센트가 가계를 책임져야 하고 대부분이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가사 일들은 물론 아이의 출산과 양육을 맡아 책임져야 한다. 반면 어린 결혼은 일반화 되어있고 결혼의 파행과 가정 폭력은 아동들을 노동시장의 저임금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수집해온 폐품들을 재활용 부문 중간상인들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다. 폐품의 무게를 줄인다든지, 임의적으로 삭감하고 가격을 조작하거나, 요금 지불 지연, 욕설 등이 자행되고 있다. 재활용부문 상인들은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아서 거래에 대한 기록도 없다. 법적 지위와 사회보장 또한 미비하다. 비록 그들이 수 십년 동안 똑같은 가게를 드나들지라도, 재활용부문 상인들과 재활용수집 노동자들 간에는 법적으로 정립되고, 유지할 고용주-피고용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들을 출자대비기금, 수당, 보험, 유상 휴가, 노동에 대한 최소한 환급 또는 생계 보장을 포함한 다른 사회보장에 기재할 수 있는 노동법의 범위 내에 있지 않다. 이런 요소들은 신용의 공식적인 기관들에 접근하게 하는 그들의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쳐 하루 10퍼센트에서 한달에 25퍼센트에 이르는 터무니없는 이자를 부과하는 비공식적인 신용 체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또 있다. 상류층은 공공기관에 의한 쓰레기 청소에 불만이 커지면서 이를 사유화하라고 로비하고 있다. 실제로 한 기업가 가 이 사업에 개입하여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을 밀어내려는 사건이 있었다. 이 기업가는 그 지역에서 쓰레기통을 없애려했다.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은 즉각적으로 항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운행 차량을 막았고 결사적으로 “통 사수Chipko"를 외쳤다. 쓰레기통을 둘러싸거나 부여잡고 그것을 들어올리지 못하게 했다. 결국 기업가는 포기하고 물러나야만 했다.

마침내 이들에게도 희망이 찾아 왔다. 1993년 5월에 열린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건설하기 위한 결의가 이루어졌다. 쓰레기 수거란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경제적으로 생산적이며, 환경적으로 득이 있는 활동이라는 주장과 함께 재활용수집 노동자를 위한 대안적이고 합법적인 정체성을 정립하자는 요구가 터져 나왔다.

1993년과 1995년 사이에 수천 명의 여성이 참여한 여러 차례의 대중 시위를 조직하였다. 이들의 투쟁은 시위에서 고물 조각으로 만든 우정의 띠를 연결하여 지자체 청사를 에워쌌는 상징적인 행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마침내 뿌나(Pune) 지자체는 1995년에 이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지자체가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발급하게 되었다. 조직에 의해 이들의 생존권은 보장 받게 되었으며 이제 더 이상 이들은 ‘도둑들’, ‘불쾌한 것들’, ‘말버릇이 고약한 것들’, ‘좋은 것이 없는 것들’식으로 바라보는 사회적인 편견에도 맞설 수 있게 되었다.
덧붙이는 말

최인기 님은 전국빈민연합 사무처장으로, 본 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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