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이러한 인민의 집회 시위를 국가권력이 자의적으로 통제해서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헌법 21조는 두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첫째, 모든 국민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둘째,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에 따라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도 (옥외)집회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규정하고 있다. 즉 집회를 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을 필요는 없고, 다만 집회 시위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이 교통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미리 신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집회 시위에 대한 제도는 사실 표면적으로만 신고제일 뿐, 현실에서는 사실상 허가제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현행 집시법은 신고 된 집회에 대해 경찰이 재량에 따라 폭넓게 금지 통고할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회 등 각종 권력 기관 근처에서는 일률적으로 집회가 금지될 뿐더러, 대부분의 주요 도로 행진도 금지된다. 국가 권력의 정치적 의도에 충실한 경찰은 이러한 위헌적 조항들과 폭넓게 부여된 재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국가권력을 비판하는 집회에 대해 사실상의 허가제를 운용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FTA 반대 집회, 파병반대 집회 등에 대해 교통 불편 등의 이유를 들어 연이어 금지 통고를 하고 시위대에 대한 복장 규제를 추진하는 등 집회 시위에 대한 경찰 탄압이 노골화되고 있다. 자유로운 집회 시위의 권리를 보장한 헌법의 취지가 위헌적인 집시법과 경찰의 탄압 때문에 무색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위헌적인 집시법과 경찰의 집회 시위 탄압에 불복종운동으로 저항할 것을 천명한다. 그 첫 번째 행동으로 4월 19일, 우리는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고 자유롭게 집회를 열기로 했다. 민중들이 권력에 저항했던 4.19가 경찰의 허가 아래 이루어진 것이던가? 우리도 우리의 집회를 경찰에게 허가받지는 않겠다. 대신 우리의 집회는 누구든 마음 놓고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편안하고 즐거운 집회가 될 것이다. 공권력의 지휘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든 환영이다. 반인권적이지만 않다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와도 좋다. 당연한 말이지만 복장도 자유롭게 하면 된다.
우리는 경찰에 대한 집회 신고는 거부하지만, 언론을 통해 집회를 하겠다는 사실을 밝혔으니 필요하다면 경찰은 질서 유지 업무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시끄럽고 무례한 경찰 방송, 피 묻은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 군대는 사양한다. 그만한 여유 인력이 있다면 경찰은 우리 사회에 널려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는 데나 더 신경 쓰기 바란다. 성폭력 신고엔 늑장 대응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회사 측의 경비 폭력엔 눈을 감는 경찰에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 제공보다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자유로운 집회 시위에 대한 탄압이 더욱 중요한 임무라는 비밀을 스스로 폭로하기 싫거든 말이다.
- 덧붙이는 말
-
유성 님은 인권단체연석회의 경찰폭력대응팀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