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님, 당신은 몇 시간 판정 받으셨나요?

[특별기획 : X맨은 바로 너!](2) - 노무현②

대통령님의 시간은 평등하십니까?

가 : “언니는 몇 시간 받았어?”
나 : “난 20시간, 걱정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
다 : “난 40시간, 난 이렇게 해서는 못 살아. 하루에 밥한 끼도 먹을 수 없는 시간이야 언제 밥을 해서 먹고 치우겠어.”
라 : “난 10시간 받았는데, 내 주변 사람들 중에 60시간 받은 사람은 한 명 있어. 그런데 난 사람이 로또 당첨된 것처럼 부러워 보이더라고. 참, 내 인생이 몇 시간짜리 인생이라니...”

중증장애인들 몇 명만 모이면 이런 대화들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5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중증장애인의 일상을 보조하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사업’은 이렇게 장애인들을 몇 시간짜리 인생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24시간이 평등하게 주어져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24시간이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지런한 사람은 시간을 잘 사용하여 성공한 사람이 되고, 게으른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여 무능한 사람이 된다는 것으로 배워왔었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누구나에게 24시간으로 평등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중증장애인은 알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의존해야 하거나, 시설 아니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있어 누구에게나 있는 평등한 24시간이 아닙니다.

일상적인 생활조차 되지 않는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기 삶의 선택이 없습니다.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은 사랑하는 이웃과 친구가 있는 지역 안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출근하여 일을 하고 퇴근하며, 내일을 계획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 사회는 아예 외면하여 왔습니다.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은 가족들이 부양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시설에서 사는 것이 맞는 것처럼 지금까지 이것을 당연시 해왔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이 이제는 이상 가족에게 의존적이거나 시설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방식대로 살기를 원한다는 말들이 이 사회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평범한 사람으로서 내일을 꿈꾸며, 시간을 자기 것으로 관리하며 살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 말인가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가지는 욕구가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다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장애를 가졌거나 안 가졌거나 기본욕구는 같다는 것을 대통령 님 부정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 님도 장애인의 문제를 모두 알고 있으며, 누구보다도 장애인의 편에서 많은 것을 한다고 2006년 ‘장애인지원종합대책’이라는 정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중, 갈수록 장애인은 지역 안에서 살고자 하며, 노동을 하고 싶은데 그것에 대한 지원보다 여전히 시설 확충이었습니다. 이것은 현재 장애인들이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시설확충보다 독립생활을 위한 다양한 지원체계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장애인의 문제를 안다고 하면 안 됩니다. 현재 중증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고, ‘안다’라고 하십시오. 그렇지 않고 장애인에게 뭔가를 해줬다. 라는 것이 당신의 선전에 이용되지를 않길 바랍니다.

대통령 님이 알아서 장애인을 위해 활동보조서비스를 제도화하지 않았습니다

중증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장애를 가진 이유로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격리되어지는 삶을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2006년 3월부터 전국적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제도화’를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각 지자체의 중증장애인들이 노숙농성과 단식과 삭발을 했었습니다. 이러한 투쟁을 통해서야 올해 5월부터 정부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하기까지는 중증장애인들의 처절한 투쟁이 있었습니다. 밤 서리를 맞아가며 각 지자체 마당에서 또는 서울역에서 광화문 거리에서 기나긴 노숙농성과 중증장애인들의 머리카락을 기를 시간도 없을 만큼 몇 차례의 삭발이 있었습니다. 또한 연일 구급대 침대에 실려 나가면서도 단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라도 투쟁하겠다던 중증장애인들의 눈물 나는 투쟁들이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증장애인들 각자 면장갑이 떨어지고 무릎이 시멘트바닥에 상처가 나면서도 끝까지 한강대교를 기어서 넘으면서 생각한 것이 있었습니다.

늙으신 어머니가 힘에 겨워 더 이상 아들을 보조할 수 없게 되어 ‘같이 죽자’고 하시던 말씀과 밥상 앞에서 먹는 것을 보조해줄 사람이 없어 망연히 밥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처절하게 장애인들이 투쟁하였기에 정부는 할 수 없이 등 떠밀려서 활동보조서비스를 시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결코 대통령이 장애인의 차별적 현실을 알아서 활동보조서비스사업을 시작 한 것이 아닙니다.

중증장애인들이 이러한 투쟁하여 활동보조서비스가 예산도 마련되어 사업이 시행되기 시작하였지만, 장애인에게 현실적 생활시간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님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전 장관 유시민씨가 중증장애인들이 23일간 단식농성 때, 생활시간확보에 180시간을 확보에 약속했었습니다.

유시민 씨가 장애인들과의 약속을 휴지조각처럼 내던지고 장애인을 기만한 사실을 분명 알고 계실 것입니다. 중증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시간은 한 시간이 생존의 시간입니다. 목숨까지 걸면서 한 시간이라도 확보하려고 투쟁하였던 장애인들에게 장관의 이름으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것을 약속이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문제는 장애인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할 수 없다’라는 것이고, 나아가 사회적 공공성이 무너지고 불신만이 팽배해질 것입니다.

누구나에게 평등하게 있는 24시간이 중증 장애인에게는 목숨을 걸고 확보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대통령 님 당신은 몇 시간 생존 하십니까?

중증장애인의 삶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24시간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기본적 권리가 보장 될 수 있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 정도입니다. 각 구청 판정위원회에서 내려지는 결과에 따라 장애인들은 한 달에 10시간, 20시간, 40시간, 60시간의 활동보조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한 달에 60시간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두 시간 정도입니다. 하루 두 시간은 밥을 해서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안 되며, 씻고, 먹고, 청소하고 이동하고 일하는 시간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사람으로서 삶을 살 수 없는 비현실적 시간입니다. 또 하나는 현 정부의 철학이라고 경제활동 접근이 안 되는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에 장애인 자부담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의 절박하고 열악한 현실보다 정치적 철학이 더 중요는 것이라면서요?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보조하는 것인데 무엇보다 씻고, 먹고, 옷 입는 것에 자부담을 만든 것은 이 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은 씻고, 먹고, 입는 것에 정부에게 삶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 님도 일상 생활 시간을 정부에 비용을 내고 계신가요?

대통령은 씻고, 먹고, 화장실 가는 것을 자부담하고 있지 않으시겠죠. 장애 없는 몸으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이유이겠습니다만 중증장애인의 일상의 활동보조는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조건에 장애인만 자부담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까? 장애인의 활동보조 시간도 비장애인에게 주어진 24시간과 같은 관점이 필요합니다. 자부담이 예산문제 보다는 현 정부의 철학이라고 한다면, 장애인에게 자부담이 인간의 생존의 기본에 위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철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증장애인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중증장애인들은 자부담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4일 장애인차별금지법서명식 때, 대통령 님은 ‘행복한 장애인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고 하셨습니다. 장애인이 20시간 인생, 30시간 인생이 되는 현재가 과연 행복한 장애인이라 말 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장애인도 평등한 24시간을 살고 싶습니다. 대통령님이 살고 있는 24시간을 소도시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 장애인도 똑같은 시간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살아있는 장애인입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지금 몇 시간 삶을 누군가로부터 판정받아 살고 있는지 보십시오. 당신의 시간은 국민들이 판정해준 시간으로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판정 시간에 목숨 걸어 치열하게 쟁취해나가는 시간이라면 당신도 당신의 책임과 의무를 치열하게 쟁취하여 국민으로부터 올 바른 생존의 판정시간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중증장애인도 국민이고 당신의 판정위원입니다.
덧붙이는 말

박김영희 님은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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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 활동보조 , 장애인지원종합대책 , X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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