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서울시교육청은 국제고 추진계획 철회하라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2008년 국제고 개교 발표에 대해

지난 5월 30일, 서울시교육청은 2008년 개교를 목표로 국제고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설립목적은 국제전문가 양성이나 영어가 보편화된 현실에서 이러한 목적이 고교의 교육목표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고, 경기도 가평의 청심국제중 사례에서 보듯이 시도교육청의 무분별한 학교 설립이 전국의 학교현장을 어떻게 흔들어놓는지를 감안한다면 한국 교육의 표준으로 자리매김되는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설립에 대해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할 것이다.


현재 폐지 논란에 휩쓸려 있는 특목고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입시목적고로 전락한 특목고의 문제점을 해소시키는 작업을 선행해야한다. 더구나 총공사비 270억 원이 드는 공적예산으로 유학반 편성, 명문대 진학, 기숙사 제공 등을 한다고 할 때 교육양극화에 허덕이는 현실에서 과연 올바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제고 선발은 내신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전국의 1등이 몰려 결국 심층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학의 심층면접도 그 실효성이 불분명한 채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울시교육청은 무슨 심층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인가?

리더쉽, 어학능력, 개방적사고력, 국제고에 대한 적성을 심층면접을 통해 선발한다고 하지만 이는 단지 사교육을 조장할 뿐이며 설립 즉시 명문대 대비반 중심의 입시목적고로 전락할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역시 명문대 입학이 보장되는 공립 특목고의 역할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토플 접수 대란이 일어날 만큼 한국사회는 영어 광풍에 휘말려있다. 국제고 설립은 이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현재 영어광풍은 영어를 말하고 듣고 쓰는 영어능력 향상이 아닌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공인점수를 얻기 위한 것으로서 이에 특목고 합격자들의 영어성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의원 이미경 의원실이 개최한 영어문제 관련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대원외고 영어특기자전형 안정권에 들기 위해서는 CBT 270점 이상 성적 획득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영어에 올인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올해 경쟁률이 52:1에 달한 청심국제중 학생들의 경우도 초등학교 6학년임에도 TOEFL점수가 최고 273점, TOEIC 935점이며 합격자들의 평균 TOEFL 점수는 CBT 250점 전후라고 한다. 이를 위해 특목고입시를 준비하는 학부모들이 조기영어교육을 넘어서 1-2년 조기유학은 필수로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입시에서의 영어의 비중이 최소화되기는커녕 영어의 비중이 해마다 높아져 영어하나만 가지고도 수도권대학입학이 가능할 정도이고 명문대입학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영어는 그 언어에 얼마나 자주, 많이 노출되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 결국 영어격차는 교육양극화, 사회양극화의 매개가 된다. 그러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여야할 교육청이 현재의 영어사교육의 파행을 외면하고 이를 심화시키는데 일조하는 것은 무슨 배짱인가?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고교평준화에 따른 보완책으로서 다양한 고교를 설립한다며 자립형사립고와 자율학교정책을 내세웠고 국제중학교 설립을 검토했지만 그러한 유형의 학교들이 가져올 문제에 대한 비판적 여론 때문에 지난 수년간 실행을 미루어왔다. 그러나 이를 근본적으로 철회한 것이 아니라 여론이 좀 잠잠하면 다시 야단법석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0년부터 고등학교 선택권을 준다며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국제고 설립을 앞세운 것이다.

한국 십대 사망 원인 가운데 자살이 2위를 차지한다. 자살의 표면적인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학업성적 비관과 처참한 입시지옥을 더 이상 살아갈 용기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과 살인적인 입시지옥을 학생들에게 강요하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십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버리는 혼령이 곳곳에 그득한 한국 사회가 십대에게 살인적 경쟁을 강요하고 아이들을 국제고 입시, 특목고 입시, 대학 서열화에 더 이상 옭아매서는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의 국제고 추진계획은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태그

대학서열화 , 국제고 , 입시경쟁 , 교육양극화 , 입시목적고 , 입시지옥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정명신(함께교육)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