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구] 참세상 편집위원장

위기 심화! 파국 예고하는 자유시장경제

[특별기획 : X맨은 바로 너!](9) - 신자유주의 경제학과 이데올로기

신자유주의! 이제는 한국에서도 누구나 신자유주의를 말한다. 강단에서, 운동권에서, 언론에서 그리고 대통령까지.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세계적으로 변화시키는 이데올로기이자 현실의 힘이다.

97년 외환위기 이전 이 새로운 변화에 주목하고 한국의 신자유주의를 처음 거론했던 나로서는 실로 세상이 변화했음을 절감한다. 당시 신자유주의는 모두에게 낯선 개념이었고 신자유주의와 투쟁하자는 요구는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와 뒤이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이 개념을 비로소 대중화하였다. 그 사이 한국의 경제학자들도 대부분 신자유주의의 대변자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한미FTA로 대미를 장식하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의 세계와, 이를 위한 개방의 세계를 선전한다. 이를 가로막고 제한하는 독점과 국가가 모두 철폐의 대상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엄격한 가정과 논리 위에 구성된 이론체계를 가지고 이런 세계가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세계의 모든 국민의 후생을 최적화시킨다고 가르친다. 주지하다시피 그 핵심적 명제는 단순 명료하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자유로운 운동이 시장경제의 최적상태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첫째, 모든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은 균형을 이룬다. 둘째, 생산요소는 완전고용되고 또 수요에 따라 부문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된다. 셋째,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다른 사람의 후생을 침해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없는 파레토 최적상태에 도달한다. 넷째, 하나의 국민에 타당한 명제는 세계의 국민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임금 등 시장의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와 세계 국민의 최적 후생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어떻게 그래프와 수학을 동원하는 과학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 명제가 허무맹랑한 가정위에 세워졌다는 점이다. 첫째, 완전경쟁의 조건, 둘째, 시장경제에 대한 완전한 정보(또는 불완전한 정보를 가정해도 합리적 기대로 인해 기대치는 평균적으로 실현치와 같다), 셋째, 그 하에서 최적화행동을 하는 합리적 개인들. 유감스럽게도 현실에는 경제학에서 가정한 이런 조건과 인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날 시장경제는 자유경쟁이 아니라 독과점이 지배하며, 과거에도 현재도 시장의 정보는 크게 제한되어 있다. 머릿속에 컴퓨터를 내장한 합리적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런 세계와 인간을 상정하는 건 경제학자들의 정신세계에서만 가능하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황된 가정 위에서 만들어진 경제학의 명제가 현실을 설명할 리 만무하다. 그것은 다만 계급적대의 자본주의를 왜곡하고 변호하는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현실의 자본주의는 200년에 이르는 역사에서 대략 10년 주기의 공황으로 파국을 반복해 왔다. 어디 그 뿐인가? 1930년대의 대공황과 현대의 불황 같은 구조적 위기도 중첩되었다. 최적균형은커녕 위기와 자원의 대량낭비, 대량실업이 자본주의 발전의 필연적 결과이었다. 인간들은 시장의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도 않았고,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조화롭기는커녕 적대적인 계급으로 대립되어 시장의 결과를 정치적으로 뒤집고자 하였고, 또 자본주의 자체를 뒤엎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혁명적 운동도 나타났다. 그래서 국가의 시장개입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국가개입이 없다면, 자본주의는 이제 1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혼돈 속에 붕괴할 것이다. 그 때문에 신자유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오늘날에도 국가를 배제한 자유시장경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본주의 현실은 경제학자들이 상정한 세계와는 극단적으로 상이하였다.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는 그 하나의 상징이었다. IMF의 경제학자들도, 우리의 관변 경제학자들도 외환위기를 말하지 않았다. 그들의 이론에는 위기도 외환위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중장기 전망에서 1997년 한국은 무역수지 흑자로 넘쳐나는 장밋빛 세계이었던 것이다! 이런 경제학에 기반하는 한, 정부에서 선전하는 한미FTA의 효과도 전혀 믿을 수 없는, 수치 장난에 불과하다. 한미FTA가 또 한 번의 외환위기로 돌아온다면, 그 때 우리는 누구에게 한풀이를 해야 하나? 아니면 그 때도 우리는 이 경제학을 버릴 수가 없는가?

이런 경제학에 의해 현실의 삶이 지배된다는 것, 그것 자체가 불행한 현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사이 우리 사회가 겪는 끔찍한 변화는 이런 점에서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양극화! 시장의 경쟁과 자본자유화는 전체 구성원의 후생을 최적화하지 않는다. 무제한한 이윤추구는 자본가와 노동자 두 계급간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계급내의 불평등도 심화시킨다. 계층간, 지역간, 학교간 모든 격차를 심화시킨다.

위기의 심화! 자유시장경제는 완전고용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파국을 가져온다. 금융투기와 결합하여 그것은 1930년대 대공황의 참상으로 막을 내렸다. 신자유주의와 자유시장의 강화, 그리고 파상적인 국제금융위기가 또 한 번의 파국으로 끝난다면, 그건 예정된 결과일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선전대로 국가가 시장에서 축출되면 되는 만큼 파국은 그만큼 앞당겨진다.

투기화! 위기와 양극화 그리고 자유화는 불가피하게 투기화를 초래한다. 투기를 해서라도 이윤증식은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자유시장경제와 양극화, 위기 그리고 투기는 신자유주의의 3종 세트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고스톱 판과 다름없고, 그로써 자본주의의 도덕적 토대도 남김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투쟁! 자본주의 하 착취와 차별에 대항하는 이 투쟁은 불가피하고 신자유주의에 의해 강화된 것이며, 그래서 그 자체로 정당한 것이고, 미래를 변화시킬 희망이다. 목하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이랜드 노동자들과 KTX 여승무원들의 피맺힌 투쟁이 자본가들의 탐욕과 정권의 은밀한 협력을 여지없이 폭로하고 있다. 이 갈등과 대립의 세계가 경제학자들의 눈에는 조화와 정의, 번영의 길로 보이는가? 여기서 이들의 이데올로기도 여지없이 발가벗겨지는 게 아닌가?
덧붙이는 말

김성구 님은 한신대 교수로 본 지 편집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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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 자유무역협정 , X맨 , 경제학 , 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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