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태풍 '나리',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제주

[기고] 기후변화에 대비한 재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07년 9월의 집중호우와 제11호 태풍 ‘나리’ 등 연이은 악기상 현상으로 인해 제주 섬은 심각한 재난 상황에 처했다. 제주지역 1년 강수량의 4분의 1이 넘는 집중호우의 피해가 채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한 태풍은 한 번 더 도민들의 삶을 황폐화 시켰다.

이렇게 심각한 재난을 일으킨 최근 기상 현상의 1차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이다. 또한 도로개발과 골프장 건설 등 치수 대책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막개발 정책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리고 내리는 빗물을 무조건 빠르게 하류로 흘려보내는 방식의 치수 대책도 제주도의 물상황에 맞지 않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강수현상의 경우 강수일수는 감소하고 강수량은 증가하는 추세로 호우발생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호우일수의 발생 빈도는 1930년대 2.0일/년인데 비해서, 1990년대 3.1일/년으로 과거에 비하여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특히 하루 강수량이 80mm 이상인 횟수가 1930년대 이전에는 연평균 2.2회에 불과했으나, 그 후 30년은 5.2회, 80년대 이후에는 8.8회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학적인 결과는 기후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에 맞는 재난 방재대책이 필요함을 역설해 준다. 호우 뿐만 아니라 태풍을 비롯한 강풍의 영향에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구조물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변화된 기후 다음으로 크나큰 원인은 도로개발과 골프장 건설 등 제주도가 행한 막개발 정책이다. 중산간 지역에 대규모로 조성된 골프장은 퍼붓는 빗물을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여, 기존보다 더 많은 물들이 하류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도로개발은 이렇게 흘러오는 빗물을 막아버려 인근의 저지대를 침수케 하였거나, 혹은 오히려 거대한 물길로 변해 해안가 저지대의 가옥과 농경지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제주도가 경제성장을 외치며 진행한 개발사업들이 오히려 도민들의 생존을 위협한 것이다. 물난리를 일으키는 이러한 막개발은 지금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최근의 재해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치수대책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개발사업들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이 기본원리이다.

막개발 정책 뿐만 아니라, 제주도가 그 동안 시행한 치수대책에도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정비사업, 재해위험지구정비사업, 배수개선사업 등 그 동안 제주도가 시행한 치수대책의 기본은 ‘상류에 내린 물을 무조건 빠르게 하류인 바닷가로 배출시키는 사업’이었다.

이로 인해 수만 년 전에 형성된 제주의 하천을 깊고 넓게 파헤쳐서 훼손한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더욱이 하류로 흘러가는 물과 함께 육상의 온갖 오염물질들이 바다로 떠내려가 어장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준 것도 사실이다. 특히 더욱 중요한 것은 지하로 스며들 수 있는 물이 줄어들어 지하수 함양량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배수 위주의 치수 대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저류조’ 설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하천의 중,상류 곳곳, 특히 이번에 침수가 되었던 곳을 중심으로 저류지를 만들어 하류로 내려가는 물의 양과 속도를 늦춰야만 저지대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부수적으로 갈수기에 농업용수로 활용하거나, 생태습지 형식으로 만들어서 친수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도민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복구에 노력을 기울이는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제주도정에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재해대책을 마련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덧붙이는 말

김동주 님은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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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 제주도 , 기후 , 태풍 , 재난 , 난개발 , 집중호우 , 나리 , 막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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