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죽음으로 내몬 고양시청과 정권에 맞선 투쟁을

고 이근재 열사 죽음의 책임은 폭력적인 노점 단속에 있다

고 이근재 열사의 삶과 죽음

고 이근재 열사(48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벌써 17일이 흘렀다. 고 이근재 열사는 함께 노점에서 장사를 하던 부인에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세상 살기 힘들다”, “막노동이라도 해야 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 교육과정을 겨우 마치고 작은 가구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해 오던 이근재 열사는 IMF 직전인 1995년부터 고 이근재 열사는 부인 이상미 씨와 함께 주엽역 앞에 붕어빵 노점을 차리고 13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해오며 두 자녀를 키워왔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대출금을 갚느라 온 집안 식구가 빠듯한 살림을 이어오고 있는 터였다. 고 이근재 열사의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자살이지만 가난한 삶이지만 성실하게 노점을 하며 삶을 살아온 이근재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바로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적인 노점단속에 있다.


고양시는 살인적인 노점 단속에 대해 책임지고 무릎 꿇고 사죄하라

고 이근재 열사가 사망한 전날인 10월 11일 고양시의 대대적인 노점단속이 있었다. 그러나 고양시는 이근재 열사의 죽음이 노점단속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노점단속이 아예 있지도 않았다는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고양시에서는 이미 2, 3년 전부터 단속이 지속되어왔다. 특히 올해 5월에는 일산의 마두역 근처에서 대대적인 단속이 진행되었다. 도시미관을 정비하고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다. 그 단속 비용에만 들인 돈이 31억 원에 달한다. 고양시에 대대적인 노점 단속이 있던 10월 11일 3백 명 이상의 용역반이 동원되었다. 행정대집행법에 의거, 단속과 철거를 민간 용역업체에 위탁하여 추진하는데 그 과정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한 폭력과 강제적인 철거가 자행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와 폭력에 대해 단속을 지시한 각 구청과 지자체는 ‘노점상이 불법’이므로 또한 민간용역업체에 의한 것이므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 보도가 되었듯, 일사 서구청은 지난 3월, 1억 7995만원의 용역 계약을 맺으면서 ‘업체가 철거 지시를 받고도 정비하지 않을 경우 한 건 당 20~50만원씩 공제한다’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용역업체는 철거를 완벽하게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계약한 돈을 못 받게 되거나 차기 입찰에 탈락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온갖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폭력적인 마구잡이 단속과 철거를 자행하게 되는 것이다.

  노점단속에 나선 용역직원 모습

싹쓸이 철거지 이어지는 기만적인 노점 합법화 대책

이러한 폭력적인 노점 단속과 철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번 고양시 사태를 계기로 노점상에 대한 사회적인 해결책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 등도 생계형 노점에 대한 합법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고양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 행정당국의 입장은 노점상의 생존권 자체를 일시에 말살하는 기만에 불과하다. 고양시는 지난 10월 25일 한 일간지를 통해 “저소득층 노점 허가 방침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주엽역, 마두역 등 주요 역세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고려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시민들이 보행이 거의 없는 곳에 노점을 차리는 것은 실제로 노점상을 보장하는 것과는 무관한 방향이다. 또한 고양시는 실질적으로 장사를 할 수 없는 규모인 1.5㎡(1mx1.5m) 규모 이하의 면적의 노점만을 허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노점 대책을 위해 실태조사를 위한 개인신상정보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 고양시의 입장이지만 다른 지역의 경험을 통해 신상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태료 부과와 재산가압류가 우려되는 상항에서 무작정 모든 것을 고양시의 결정에 따를 수 없는 것이 지금 노점상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기업형 노점상이 불법적인 상행위로 수 억 원대의 수익을 올린다며 기업형 노점상을 단속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싹쓸이 단속이다. 전국노점상총연합은 자리매매나 비상식적으로 규모가 크거나 여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하는 노점상을 기업형 노점으로 규정하고 자율질서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를 비롯, 지자체 행정 당국은 기업형 노점에 대한 분명한 기준도 없이 우선적으로 힘 없고 규모 작은 노점부터 마구잡이로 철거하는 싹쓸이 단속을 벌여왔다. 2002년 서울 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더라도 전체 노점상의 80~90% 이상은 차상위 계층으로 이 땅의 저임금 노동자의 비슷하거나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빈곤층이다. 물론 전노련 내에 수입이 꽤 높은 노점상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부부나 가족이 함께 장사를 하며 가족이 생계가 전적으로 노점에 달려 있는 경우이거나, 엄청나게 긴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과 전기도 사적으로 구매하여 사용하며, 춥거나 덥거나 매연을 마시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온 노점상에게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여 폭력적인 단속만을 일삼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진지한 접근도 없었던 이들에게서 무슨 신뢰에 기반한 합법화 대책이 나오겠는가?

노점상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이들이 거리에서 장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생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 정책을 내놓던가, 기업형 노점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마련하여 노점거리를 조성하더라도 현실적인 노점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생계형 노점을 양성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노점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에 비용과 인력을 활용하지는 못할망정 31억 원이라는 비용과 인력을 용역깡패를 고용하여 노점을 때려 부수는 데만 사용하고 있는 고양시를 규탄한다.

가난한 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가진 자들만의 세상에 맞선 연대투쟁을!

고 이근재 열사의 죽음의 책임은 바로 이런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노점 단속 대책에 있다. 또한 고 이근재 열사의 죽음의 책임은 점점 많은 이들을 거리로 내몰려 삶을 이어가도록 만드는 빈곤과 실업의 만연에 있다. 때문에 고 이근재 열사의 죽음의 책임을 밝히는 것은 거리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의 생존권을 쟁취하는 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이는 빈곤과 실업을 확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고통 받는 모든 노동자, 빈민의 연대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살던 집에서, 장사하던 공간에서 내몰아왔던 가진 자들만의 도시개발정책을 중단시키고 도시의 공간, 우리의 삶과 노동의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고 스스로 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답해야 할 차례이다. 오로지 이윤만을 쥐어짜고자 혈안이 되어있는 가진 자들만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중들 스스로 말이다. 10월 29일 월요일 1시에는 화정역 광장에서 “노점생존권말살, 살인폭력자행 고양시청 규탄 제7차 투쟁대회”가 진행된다. 노점상은 스스로 목을 매고 노동자는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우리도 사람이라고 외쳐야만 하는 이 야만의 시대. 우리는 연대와 투쟁을 통해서 기필코 이 시대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최예륜 님은 빈곤사회연대(준) 정책교육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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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단속 , 이근재 , 고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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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고양시청

    진심으로 고 이근재열사는 아깝어서 저도 노점상지지들이 가장 나쁜 강현석고양시장의 참수형을 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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