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와 MBC를 민영화 하겠다고?

[미디어공공성기획연재](1) -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강화와 민영화 반대

지난 8월 49개 언론사회단체가 모여 구성한 대선미디어연대는 13대 언론개혁과제를 채택하는 등 대선 시기 미디어 공공성을 위한 정책 생산과 활발한 실천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선미디어연대는 10월 25일 13대 미디어 공공성 정책을 발표하고, 11월 5일에는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대선후보들이 13대 개혁과제를 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13대 개혁과제는 △시민 직접참여를 통한 미디어의 공공성 강화 △정보인권의 실현 △한미FTA 미디어 시장 개방 반대 △정보공개 확대와 알권리 신장 △신문의 공공성 강화 △방송의 공공성과 경쟁력 제고 등의 과제로 구성되었다.
민중언론 참세상은 13대 정책이 시민의 직접 참여와 정보인권의 실현, 언론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의의가 있다는 보고, 13대 정책의 중요한 이슈를 중심으로 한 기획연재를 게재한다.
- [편집자주]


대선 맞아 방송 민영화 문제 또 불거져

제 17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또다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권력이 방송을 장악해 '정권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거대 자본들에게 방송을 아예 통째로 팔아넘겨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민영화 한 방송이 기특하게도 지금보다 더 강하게 공공성을 지킨다는 보장만 있다면 '민영화'를 반대할 까닭이 없다. 구성원의 고용 불안과 경제적 불이익, 노동환경 악화는 그간 방만한 경영 속에 누린 특혜라는 여론의 뭇매 속에 포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적 자본에 먹힌 방송사가 공공성을 유지하는 사례가 국내외에 단 하나도 없다.

결국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공영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반동적 보수 정치권과 자본권력은 호시탐탐 방송 장악 기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만큼 공영방송이 그들의 세력을 강화하고 유지하는데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그들의 영향력과 경제적 이익을 증폭시키는데 매우 긴요하게 써먹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공영방송이 여러 차례 시행착오와 잘못을 반복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건강한 방송을 만들고 각 분야 권력 계층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할 수 있는 것은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자본의 입김에서 방송을 지켜내야 하는 엄중한 책무가 발등의 불이 되고 말았다.


왜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외치는가

과거 방송 독립은 정치권력에서 독립하는 것을 의미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 방송은 군사독재정부를 옹호하는 국정홍보처 기능을 수행했을 뿐이었다. 다행히 우리 사회 민주세력이 힘을 모은 덕에 독립적인 방송 정책 기구를 탄생시켰는가 하면 각 방송사별로도 노동조합을 결성해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켜내는 데 성과를 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권력을 앞세운 자본권력과 족벌 신문들의 방송 소유 주장으로 인해 또다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위협받는 처지에 이르렀다. 지난 여름 구성된 대선미디어연대는 이와 함께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영체제 유지가 필수라고 판단하며 이를 끝까지 지켜나간다는 의지를 모았다.

- 민영화 논리의 허구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제연구원은 [규제개혁 종합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MBC와 KBS2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多)공영 일(一)민영 체제는 비효율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이것이 얼마나 허구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민영화는 곧 공적인 소유구조를 민간에게 개방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민간이란 우리 같은 사람이 아니라 기업, 그것도 '거대 자본력'을 가진 기업임을 간파해야 한다.

기업에 팔린 방송의 운명은 뻔하다. 기업은 주주 배당을 위해 수익을 많이 내야 한다. 수익을 내기 위한 전제조건인 광고 유치를 위해서는 시청률을 높여야 한다. KBS1과 EBS를 제외하고 나머지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에 뛰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권력의 비리를 건드는 프로그램(주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축소해버릴 것이다. 문화다양성과 소수자의 이익을 위한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 역시 광고주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지상파 방송 민영화는 현행 방송광고공사 폐지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해해야 한다.)

공공재인 한정된 주파수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이 자본의 이익 창출의 도구로 전락하도록 놔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를 관철하기 위해 현재처럼 다공영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공공영역 확보를 위한 공영방송 체제 유지

신자유주의 정책은 작은 정부를 표방한다. 작은 정부란 공적인 기능을 최소화하고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자본에게 넘기라는 말과 같다. 이들은 공적인 부분을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이라고 공격하며 민영화를 옹호한다. 민영화를 해서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꾸준히 향상된다면 백 번이라도 양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디를 보든 중장기적으로 민영화 조치가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다만 일시적으로 재정상태가 나아지고 주주 배당에 성공했다는 얘기만 들릴 뿐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특정 법인의 경영상태 개선이 아니라 공적인 영역에서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게 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체제를 유지하지 못하면 방송의 공공성은 한순간에 없어질 수 있다. 그나마 우리 나라 방송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건전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다공영 체제에 힘입은 바 크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공영방송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공익적 프로그램의 가치를 직,간접적으로 옹호하기 때문에 유료 방송들의 지나친 상업화를 일정 정도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또 민영방송인 SBS가 순수 민영방송이라기보다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공유하게 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 공영방송과 재원

KBS2와 MBC를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방송사는 공영방송일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광고를 재원으로 함에도 방송이 상업적 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공영성을 지키려 애쓴다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 불행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방송사들이 공영성을 유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신료 인상은 이런 재정적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재정적 위기는 바로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MBC도 마찬가지이다.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그리고 해당 방송사들이 어떻게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공영을 표방해온 방송사들이 보여온 여러 부적절한 행태에 기인한다. 하지만 그것은 내부 개혁을 끌어낼 문제이지 공영방송의 존재의의를 부정하는 쪽으로 흘러가서는 절대 안 된다.

방송의 공공성을 위한 관심과 연대 절실

대선미디어연대가 펴낸 '제 17대 대통령선거 미디어 개혁 과제' 책자 중 '방송의 독립성, 공공성 유지와 민영화 반대' 주장은 사실상 대한민국 방송 정책의 핵심이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사유화한 신문업계의 치명적인 병폐 - 여론 독과점과 경쟁 신문의 황폐화 - 가 자본의 논리에 편승해 방송 영역까지 옮겨오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그리고 이를 관철하려는 정치권과 자본권력이 교묘한 논리로 이같은 주장을 유포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

아울러 공영방송 종사자 역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안팎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언론 공공성의 중요한 축인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 사회의 관심이 연대가 매우 절실하다.
덧붙이는 말

고차원 님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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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 MBC , 대선미디어연대 , 미디어공공성 ,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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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KBS1도 민영화 시키지~
    다 팔아먹어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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