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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9등급제 논란 원인은 서열화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입시 경쟁 완화 외에는 언 발에 오줌 누는 격

해마다 입시에 따른 혼란은 있어왔다. 2002학년도 불 수능, 2001학년도 물 수능, 2004학년도 고교등급제......

올해는 특히 수능등급제가 논란이 되어 수능원점수를 밝히라는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수능등급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재수를 택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수능등급제가 동네북인 것처럼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이며 등급제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등급제 폐기 주장은 과거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대입당락이 결정되는 점수제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수능 등급제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다.

2008학년도는 수능만 9등급제가 아니라 내신도 9등급제이다. 같은 등급제인데 내신등급에 대해 조용한 것을 보면 내신이 철저하게 무력화되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학생들이 내신 9등급제에 3년간 적응이 되었기 때문인가?

예상대로라면 2008입시는 내신비중 강화 때문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사교육이 대신할 수 없는 내신을 위해 지난 3년 학교현장은 지혜를 모으고 실천하느라 분주했어야했다. 그러나 뜻밖에 수능9등급제에서 문제가 터졌고 이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측은 분명 대학인데 화살은 교육부와 엉뚱하게도 운동권 교육운동단체에 겨눠져있다.

2008학년도 수능9등급제 논란 원인은 다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상위권 대학들이 학벌서열화 온존의 열망을 가지고 2008입시에서 내신을 철저하게 무력화시키고 수능등급제까지 무력화시킨 반교육적 태도 때문이다. 스스로 자해를 한 격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대학본고사 부활과 자율화라는 3불 해제를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육을 흔들고 있다. 사실에 입각해보자면 수능 등급이 4%, 7%로 세분화된 상위권에서는 그나마 불만이 덜해야 한다. 그러나 등급이 더욱 느슨해 뭉쳐있는 4,5,6등급 중위권 54% 학생들의 대학 선택은 솔직히 쉽지 않다. 성적보다 경쟁률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중위권대학들은 논술시험도 없다. 변별력이 없어서 문제라는 불만은 이들 중위권대학과 학생 그룹에서 나오는 것은 순서이다. 그러나 세분화된 등급 때문에 학생 선발이 유리한 상위권 대학에서 제도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는 사실은 이 논란의 핵심이 입시문제를 쥐고 흔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시제도인 본고사 부활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운동단체들은 국공립대통합전형과 수능 자격 시험화를 요구한바 있다.

둘째 도입취지와 적용현실이 너무나도 다른 것이 문제이다. 점수 차이를 무디게 하려는 수능 9등급제 도입취지는 수능 점수 차이를 극대화하려는 대학들의 이기주의 앞에서 무력하다. 즉 학교마다, 학과마다 서열화라는 처절한 등급과 서열이 존재하는 입시현실에서 대학이나 학부모가 수능 9등급제도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같은 등급은 같은 학업성취를 나타낸다는 것이 수능등급제의 요지이다. 그러나 잠재력이고 창의성이고 뭐고 수능시험 한 문제를 더 맞으면 수험생의 실력을 포함한 모든 것이 더 낫다는 무모한 확신이 판치는 상황에서는 수능9등급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능시험은 그 성격이 수도권 거주자, 반복교육과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이, 부모가 전문직일수록 시험성적이 확연히 높다. 그런 성격의 시험을 유일한 대입선발의 변별도구로 삼으려는 대학들의 아집과 무모함속에는 학부모를 등급화 하겠다는 의도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3년 동안 교육운동단체들의 문제제기와 대학들의 내신무력화, 수능우선 선발제 도입, 파괴적 논술 변별력 주장 등 온갖 왜곡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대학자율성을 존중해야 한하며 애매한 입장을 취했고 최근에는 '지금은 입시 중'이라며 지도감독을 소홀히 하였다. 교육부는 많은 부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의 중심에는 상위권대학을 가고자하는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서열화된 대학과 학과문제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렇다면 대입문제 해결은 입시 경쟁을 완화시키는 방법을 찾아야지 경쟁요소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덧붙이는 말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시민교육모임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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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 수능 , 입시 , 입시펄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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