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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실질반영률 최저, 교사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김정명신의 학부모의힘] 학생들에게 비입시 교육을 행하라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 성적 비중을 강화한다고 떠들썩했지만 결과는 심각하다. 내신 실질반영률은 쥐꼬리만큼 보잘 것이 없으며 내신 성적이 강화된다는데도 교사들이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주도권은 대학에 가있다. 교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대처할 요량인가?

솔직히 교육운동진영은 내신성적 비중 강화에 따른 문제들을 분석해내는 일과 최소한의 조치를 하지 못했다. 교사들도 내신중심의 입시에서는 뭐가 달라져야하는지 분석하고 대비하고 적응하며 담론을 주도한다기보다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겼다.

그러나 내신성적 강화를 통한 공교육 안정과 사교육비 줄이기는 현재처럼 주입식선다형 내신성적이 대입전형 요소로 연결되는 한 절대 불가능하다. 그 와중에 일부 교사들은 수행평가다 뭐다하며 학생들을 새삼 갈구어서 학부모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그렇게 3년을 보내고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학생이라도 살려야하지 않을까? 이에 반해 외국 중고등학교들은 우리의 수능시험과 같은 성격의 SAT 시험이 끝난 후 교실분위기가 '막장'과 같이 산만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험과 평가는 공부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3학년 2학기에 내신 성적이 나쁘면 대학에 진학해 편입시험을 치를 경우 불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은 대입 당락 결과가 나와도 남은 수업을 만만히 대하지 못한다.

미국 역시 입시에서 내신성적을 중시하나 중등교육과 대학입시가 완전히 분리된 것이다. 일본도 입시문제가 심각하지만 그래도 우리와는 수준이 달랐다. 지난 8월, 우리 나라 10대들을 데리고 일본에 가 동경의 한 중학생들과 미니 친선 농구 게임을 한 적 있었다. 둘 다 아마추어였는데 일본 10대들은 농구공을 던지는 자세가 그런대로 각이 나오는데 우리 애들은 1-2명을 제외하고는 피구공과 오재미를 던지는 수준이었다. 왜 그런가? 그것도 입시교육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 문제인가?

며칠 전 고등학생들이 학교 교실에서 섯다판을 벌이다 폭력사건이 생겨 한 학생이 사망하였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는 전문계고교(전 실업계고교)인데 몇 달 전 자격증 시험 후 무료해진 학생들이 담임교사가 교실을 비운 틈을 타 교실에서 화투를 치다가 생긴 일이다. 이번 섯다 살인사건은 유치원부터 최소한 지난 12년 이상을 기초생활 질서와 민주시민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저지른 행동이라고 보기엔 너무 어이없어서 설명할 길이 없다. 인권의식과 기본질서도 전무하다. 서로 자리한 위치에 따라 이 사건을 보는 관점이 각자 다르겠지만 이 사건은 한국의 중등 교육기관의 존재이유가 자격증과 졸업장을 따는 기관에 불과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하긴 대학입시가 끝난 교실 뿐 아니라 기말, 학년말 시험이 끝난 모든 교실은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교사들은 매년 반복되는 ‘기말 시험 후 방학까지’ 보름동안의 잉여(?)기간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운다기보다는 천편일률적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매년 이맘때 보름간은 비입시교육과 참교육이 가능한 시간, 입시교육 때문에 멀리 팽개쳐둔 창조적이고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적성을 찾아내는 수업, 문화감수성 교육을 하기에 그나마 일 년 중 학년말이 시간적으로 가장 여유가 있고 적절한 시간이다. 교사들은 가능한 이 기간을 잡아채 학생과 학부모에게 비입시 교육으로, 참교육으로 감동과 실속을 주어야한다. 그런데도 이 기회를 동료교사들끼리 교외로 나들이 다니며 학생들에게는 마지못해 때워야 하는 기간으로 인식시키는 현실은 교사들이 입시교육에 안주하여 비입시 교육, 참교육의 의지를 아예 잃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교사들이 언필칭 입시교육을 탓하지만 실제 비입시 교육을 할 의지와 실행이 가능할 것인가 라는 회의가 드는 것이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교사들에게는 입시교육이 가장 편하다’는 말이 시중에 떠돌고 학교가 입시교육에도 인성교육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시민들은 학교와 교사들을 외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교조 조합원이든 아니든 의식있는 교사들은 지금 당장 일 년에 단 한 달이라도 학원이 흉내 내지 못하는 비입시 교육에 대규모로 나서야한다. 그리고 보름에서 한 달로, 한 달에서 한학기로 서서히 비입시 교육 기간을 늘려가야 한다. 지금 일부 교사들이 소규모로 실천하고 있지만 사교육이 대신할 수 없는 학교수업을 개발하기 위해 온 사회가 알아듣도록 교사들은 지혜를 모으고 떠들썩하게 실천하고 분주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을 죽어가는 입시교육으로부터 살리고 섯다판 폭력으로 부터 지키는 길이고 교사가 잘못된 교원평가와 성과급을 당당히 거부할 수 있도록 심정적 동조자를 늘리는 행위, 교육민주화와 교육공공성의 가치를 일반 학부모에게도 쉽게 다가서게 하는 지름길, 교사가 학원교사와 구별되어 직업인으로 인정받는 길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말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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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 대학평준화 , 입시철폐 ,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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