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준 노실사 대표가 갇혔다

[기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활동해온 사람, 문헌준!

문 대표가 감옥에 갔다. 아니,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대학교에서 활동하다가, 학생회관 화재로 동료들을 잃고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다가, ‘가장 밑바닥부터 활동하겠다’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 노숙인운동을 해온 문헌준 대표가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문헌준 노실사 대표/참세상 자료사진

내가 문헌준 대표를 알게 된 건 2003년이다. 학생운동을 정리하고 사회운동을 하겠다고 전국노점상총연합 중앙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얼마 후, 털털하고 당당하면서도 감성이 풍부했던 문헌준 대표를 만나게 되었다. 철거민 당사자 일부와 노점상 당사자 및 활동가들 밖에 몰랐던 내게 먼저 와 인사를 건 냈던 문헌준 대표! 술 좋아하고 인심 좋은 그가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서울에 올라와 노숙인 쉼터 실무자로 있던 그는 종교라는 그늘 아래 가려져 정작 당사자 중심성이 희석화되고 있던 노숙 쪽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뜻있는 지인들과 노숙인 쉼터 실무자 모임 등을 추진하다 현재의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homelessaction.or.kr)을 만들었고 그 대표로 활동해왔다.

대학생 및 직장인,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독립 조직인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cafe.daum.net/acttogether) 활동을 하고 노숙당사자모임을 세우고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인에게 얻은 화물차나 노란 봉고차를 몰고 다니며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노숙인에 대한 인권침해나 단속에 항의하는 활동, 최저생계비 현실화 및 빈곤악법 폐지를 위한 천막농성과 삼보일배 등의 활동을 헌신적으로 해왔다. 이 과정에서 벌금 등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문헌준 대표가 노점을 시작했다. 이미 대구에서 포장마차를 해본 적이 있는 문 대표는 재정확보 등을 위해 노점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 노숙인 단체의 대표로서 활동하기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노점 자리를 안정화하기도 벅찼고 서울시 2.27 노점특별관리대책으로 강화된 단속, 지역노점상연합회 내부 문제 등으로 힘든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문 대표가 지역노점상연합회의 집행부로 올라가 회원들을 위해 활동하다 지역에 나온 노점단속 현장에서 이를 항의했던 문제 등을 이유로 수배되기에 이르렀다. 수배가 길어지면서 지역노점상연합회 차원에서는 이렇게 수배생활을 계속하기보다 조사를 받기로 결정, 안타깝게도 조사 이후 석방되지 못하고 구속이 확정되어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말았다.

2007년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열린 지난 12월 21일, 행사장인 서울역 광장에 잠깐 다녀왔다. 문 대표가 없는 추모제...쓸쓸했다. 노숙 당사자 분들이나 활동가들 모두 그런 마음이었다. 문 대표, 문 대표... 공부방 아이들 수업과 급식 챙겨 줘야한다면서 행사장을 등졌지만 이날 술 마시면 가슴이 울컥 터질 것 같았다. ‘지역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있을 때 더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술도 마시고 할 걸’... 전노련 집회나 행사 때 문 대표를 보아도 서로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되었다. 우리 노점상 조직이 경직되어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추모제나 무슨 행사가 있을 때, 거리 아저씨들이 행사를 방해(?)하면 어느새 다가와 끌어안고 울곤 하던 문 대표... ‘내가 뭘 해야 할까요?’라고 아저씨에게 울먹이며 묻던 문 대표의 말이 내 가슴을 후빈다.

지금도 문헌준 대표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12월 31일 있었던 구속적부심이 기각되어 1월 중순 보석을 신청할 예정이라 한다. 보석으로 풀려나지 못하면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문 대표 만큼이나 이것저것 벌이고 있는 일이 많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호두과자 노점을 시작해야하는데 신 발생 노점상에 대한 단속이 어느 때보다 심한 지금, 자리 잡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보기에도 너무 많은 일을 다 끌어안으려 하고 있다. 아직 힘들다. ‘이제 공부방에도 실무교사가 생겼으니 포이동 겨울 빈민현장활동 준비 일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말이 쉽지...

눈물을 자주 흘렸던 문 대표, 그 만큼 당당했고 솔직했던 문 대표, 자기의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아 동료들로부터 아쉽다는 말을 듣곤 했지만 그 만큼 우직했던 문 대표...

내가 감옥에 있을 때 면회 와주었던 문 대표에게 나도 면회를 가야 할텐데... 쉽지가 않다.
덧붙이는 말

>> 편지 보내는 방법 1) 경기도의왕시 포일동 636번지 문헌준(수감번호 4231)(우편번호 437-702)

2) 경기도 군포우체국 사서함 20호(우 435-050) 문헌준(수감번호 4231)(우편번호 435-050)


>> 전자서신 보내는 방법 서울구치소 홈페이지: http://seoul.correction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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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 노숙인 , 문헌준 , 노실사 ,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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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웅식

    경산으로 내려와 장사를 시작하면서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늘 언제나 항상 투쟁현장에서 볼 수 있는 문동지의 소식이 안타깝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면회라도 가봐야 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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