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울 그 마지막 밤의 노래

[시] 슬픈 날에 대하여, 문정현 신부님께

송경동 시인이 문정현 신부의 마지막 미사 소식을 듣고 '신부님께 드리는 시' 한 편과 짧은 소회를 보내왔다. 송경동 시인은 인터넷 뉴스에서 소식을 접했다며 "아니 왠 마지막 미사, 다른 곳으로 옮기시나 하곤 열어 봤더니, 사제로서의 마지막 미사였다는…. 늘 청년이실 줄 알았더니. 우리들의 청춘일 줄 알았더니..."라며 시를 쓰게 된 배경 소감을 피력했다.

송경동 시인은 문정현 신부를 생각하며, 황새울에서 만났던 신부와 그때의 벗들을 떠올렸다. 덧붙인 글에는 "핑계 같지만 정말 슬펐다네. 어떤 고귀한 삶에 대하여. 그 어른께도 있었을 어떤 뼈아픔에 대하여. 눈물에 대하여. 거센 물결 터지는 가슴에 대하여. 마지막까지 대추초교 옥상에 올라 가 있던 그 소박한 청청한 지팡이 하나에 대하여. 그날 밤 선생이 앉아 계시던 그 낡은 흔들의자에 대하여. 신부님도 울고, 아이들도 울었다는 그 ‘작은 자매의 집’에 대하여..." 라고 쓰고 있다.
- [편집자 주]


마지막 불길이 되겠다고 했던 들지킴이 하나 깨끗이 태워주지 못한 우리는
기차길 옆 공부방 아이들의 벽화 하나 지켜주지 못한 우리는
파랑새 소녀를 평택호 쓸쓸한 공터에 내버려두고 온 우리는
사랑을 잃어버린 우리는
고향을 잃어버린 우리는
만날 곳을 잃어버린 우리는

순대국밥집에서 켄터키 후라이드 집에서
철시의 시장 좌판에서 3차 4차로 서로의 속에 쓸쓸함을 더더하며 부어주던 우리는
낄낄거리며 서로를 못 골려먹여 안달이던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떠나지 못한 평택의 밤 뒷거리에서
지나간 회한의 청춘의 노래를 부르며
어깨 걸고 작대기춤를 추던 우리는

다시 대추리로 들어온 우리는
빛나는 눈동자들이 남아 지키던
캠프험프리 철책 옆 횃불의 노래 곁으로 돌아 온 우리는
저 먼 어느 섬나라 자마이카에라도 온 듯 흥겨운
아코디언의 노래에 맞춰 누구나 다 자신의 춤을 추던 우리는

고물상 할아버지처럼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깡패신부님 곁에 무릎꿇고 앉아
키득키득거리며 불경스러운 농을 주고 받던 우리는
저 멀리 누구건 논둑에 앉아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던 우리는
다시 어깨걸고 몇 번이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는
빈 집에 든 도둑떼들처럼 한 시절의 빛바랜 사진들, 거울대, 찬장이며 농짝이며
다 타버리라고 불길 속에 던져넣던 우리는

누구라도 나의 외로움을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불꽃처럼 불길처럼 몸부림치던 우리는
끝끝내 모두가 잠들어버린 마을을 돌며
노래도 불러보다 꺼이꺼이 울어도 보다
귀신처럼 마을을 돌던 우리는, 우리는

떠나왔네.
덧붙이는 말

송경동 시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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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 대추리 , 황새울 , 송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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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락

    송시인 안뇽~ 참 재미없는 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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