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중심가치 '공공성' 훼손하는 정부조직개편

[특별기획 : 이명박정부와 진보](6) - 정부조직개편 '작은정부론' 비판

이명박 당선자의 인수위발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등 공룡부처의 탄생을 두고는 과거 권위주의로의 회귀다”, “정부의 운영 비용중 가장 큰 비용 발생요소가 조정비용인데 총리실의 조정기능 축소는 오히려 조정비용을 더 키울 우려가 있다”는 점잖은 논거로 부터 “과학기술부를 둘로 쪼개는 것은 원천기술개발에 악영향을 줄 것이며 10-20년 후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농림수산 관련 3개 연구기관을 정부출연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은 명확한 민영화 수순으로 자연의존도가 높고 생산기간이 장기간 소요되는 등 그 특성상 민간연구소가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다, 따라서 이것은 국가가 1차 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며 특히 농촌진흥청이 보유하고 있는 국유특허가 민간으로 이양될 예정이라 당장 농민들은 더 많은 기술사용료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원색적인 논거까지 끊임없이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교육.통일.여성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이런 논란은 잦아들 기미가 없다.

이런 속에 짧은 지면인지라 각론을 다 논할 수는 없고 여기서는 정부조직개편을 하는데 있어 인수위가 정한 방향 중에 소위 '작은 정부론'의 허구를 중심으로 정부조직개편안을 비판하고자 한다.

원래 '작은정부론'은 서구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70년대 후반 이래 심각해진 경제사정 악화와 그로인한 재정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고안한 신자유주의적 처방이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는 이런 경제위기의 원인을 특히 케인즈주의적 개입국가와 베버리지주의적 복지국가 때문이라 보고 시장으로부터의 국가 철수와 국가 복지기능의 철폐를 요구하면서 소위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로 구체화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실제 ‘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에서 부터 이후 매 정권마다 '작은정부론'을 들먹였는데 특히 김영삼 정권 이후부터는 명확히 신자유주의적 정부혁신론에 영향을 받았다.

신자유주의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그리고 사회적 성격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되지 못한 속에서 오로지 신자유주의적 처방만이 최선인 양 정책 결정과 정부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놓칠 수 없는 명확한 사실은 서구의 자본주의 국가들의 발전과정과 우리의 발전과정의 커다란 차이다. 서구의 경우 '큰정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복지기능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따라서 '작은정부론'의 주 대상은 복지정책이나 복지 관련 정부 기구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개발독재정권의 급속하고 일방적인 산업화 과정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복지국가의 경험은 일천할 뿐 아니라 오히려 공공의 영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키웠다.

이제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자 한다.

우리는 과연 큰 정부인가? 정부의 크기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흔히 인력규모와 지출규모를 얘기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의 인력규모는 외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

(표1)에서 보듯 인수위 자료에 의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큰정부'가 아니다. 공무원 1인당 담당하는 인구수만 놓고봐도 외국에 비해 최대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더구나 (표2)에서 확인되듯 OECD 국가들과의 공공부문 고용비중을 비교해보면 최소 2∼3배의 차이가 난다. 특히 보건사회복지사업의 경우는 대략 10배의 차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자료 : 통계청 : UN Statistics Division

지출 규모에 있어서도 GDP 대비 공공부문 지출을 비교하면 OECD 주요국가 중 최하위 수준임은 어렵지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엄연한 사실 앞에서도 굳이 '작은정부론'을 들먹이는 의도는 무엇인가?

신자유주의는 경제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과 책임이 정부기능 확대 즉 '큰정부'에 있었다고 강조하는 한편 '시장만능주의'를 다시 수면 위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현재의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인 것이다.

OECD도 한국의 경제위기가 과도한 재정지출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결국 '작은정부론'은 친기업, 친자본의 다른 표현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인수위발 정부조직 개편은 “경제규제 50건당 1%씩의 인력 감축”이라는 대목에서도 확인되듯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자기도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의 중심가치는 다름 아닌 '공공성'이며, 효율성은 공공성 실현을 위한 수단과 경로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조직 개편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할 것은 부처간 힘의 균형과 상호 견제기능 등을 통한 '공공성 훼손 방지'다.

우리는 정부조직개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비효율적이고 민간은 효율적이다”라는 어디에서도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막연하고 포퓰리즘적이기까지 한 논리를 우려하는 것이다. 우리는 행정의 중심가치인 '공공성'을 뒤로한 채 효율성과 성과 위주로 진행되는 현재의 논의를 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소모적인 정부규모에 관한 논쟁보다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어떻게 하면 잘 수행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정부조직개편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정부의 외형적인 규모 축소가 아니라, 종래 개발독재시대에 강조되었던 기능.인력.예산의 중심축을 그동안 미비된 행정기능으로 이동시키는 한편 개발독재 논리에 밀려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행정수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개편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

강영구 님은 전국공무원노조 정책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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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 진보 , 공공성 , 이명박 , 정부조직개편 , 작은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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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수위

    국회 농림수산해양위에서 있었던 돌발 영상모음 입니다.
    공뮌은 영혼이 없어야 하는가?
    기관장 철학과 의무감 상실,
    물론 타 분야 행정고시 출신, 행정고시 없애고 전문분야 스쿨제도화 필요.
    모든 것이 행정 지향, 권위주의의 모순
    행정학회, 교수들은 매일 입씨름 하면서
    본인들 불리한 애기는 안 하지

    놈현, 노통 참 사람보는 눈 정말 없어,
    금방 배신 까 잖아

    http://www.ytn.co.kr/_comm/pop_mov.php?s_mcd=0302&s_hcd=01&key=20080129144816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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