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운동단체들이 등록금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 시민들이 삼삼오오 멈춰서 지켜본다. 대학등록금 문제는 교육 관련 다른 주제들에 비해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국민소득이 2만 불인데 대학 1년치 등록금이 1만 불인 현실이다. 최근 수 년간 건물을 마구 지어 제낀 고려대학교는 그 중 가장 높은 인상률과 최고금액을 자랑한다. '돈 없으면 오지말라'는 식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이유없이 물가인상률의 두 배가 넘는 등록금인상을 수 년째 하고 있다.
이에 문제를 제기하면 대학들은 이렇게 말한다. "대학 자율화에 살아남으려면 적립금을 늘려야한다" 이화여대 적립금은 5000억 원을 넘어섰다.
또한 요즘 대학들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BTL사업(임대형민자사업)을 유치해, 수도권 모 대학의 경우 70억 원이 드는 기숙사를 짓느라 이자만 한해 2억 3천만 원을 낸다고 한다. 이 돈은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대학 '자율'이 자본의 논리, 지배 계급의 논리에 복무하게 될 때 교육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참여정부가 만든 고등교육지원예산 1조 원에 대해 6000억 원으로 깍은 것도 한나라당이라 하니 앞으로 펼쳐질 그림이 걱정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대출 이자는 현재 7.65%로 고금리이다. 등록금을 대출해야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담보가 부족하거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다. 이것도 한 집에 대학생이 둘인 집들이 많아 등록금 조달이 어려운 경우 휴학과 군대가기를 번갈아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조금 전진해서 등록금후불제가 도입됐다고 하자. 졸업하면 겨우 88만원 받는 비정규직 인생인데, 어느 세월에 학자금을 갚아 나갈 것인가? 답답한 이야기이다.
결국 등록금 차등제와 장학금을 대폭 늘리고, 부실대학을 정리해 무상교육까지 진도를 빼야한다. 그렇지 않고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한 고학력 국민의 열정적인 활력은 소리없이 점차 사그라져 결과적으로 국민총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 이다.
최근 통계자료에서 보듯이 고교 졸업자의 82%가 대학을 간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이 88만원 세대가 되는 현실에서 당사자나 학부모들은 돈 때문에 더 이상은 대학을 가기가, 또는 보내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이미 취업 준비 기관화가 되어 버린 대학에 특별한 의미나 성과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에서 그나마 대학이라도 졸업하지 않으면 취업에, 결혼에 온갖 불리한 일을 당하므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안 갈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교육 정책에 있어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낀 이명박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대학의 자율을 강조하며 등록금이 치솟게 방조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 국가가 고등교육재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야권도 이번 총선에서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교육의제를 들고 나서야 한다. 한반도에 교육의제를 펼쳐야 하는 것이다. 아마 다음과 같은 문구가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우리 아이들 미래는 없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무상교육을, 한나라당은 반값등록금을 주장했다. 거짓이건 진정이건 국민 정서에 다가가기 위해 등록금 문제를 선점하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 17대 총선, 한나라당은 이주호, 김영숙, 이군현 의원을 교육위에 비례대표로 영입하여 그들의 의도대로 짭짤한 성과를 거두었다. 열린 우리당은 박찬석 총장을 비례대표로 영입했지만 그는 교육위에서 활동하지 않았다.
만약 야권이 교육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번 총선에서 교육 쪽의 인사들을 비례대표에 더 많이 포진시켜 교육의 공공성을 확대시킬 정책을 개발하고, 대중들의 공감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교육 문제가 비단 등록금 문제 뿐이겠냐마는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민생문제인 등록금 문제해결에 강한 의지와 대중이 체감하는 해답을 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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