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복] 참세상 논설위원

경제 ‘달인’의 코미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과 한국경제

[칼럼] 경제 대통령 안 해봤으면 말을 마세요?

한국 경제의 야단법석 - 9월 위기설

한국경제는 온통 난리요, 야단법석이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주가와 요동치는 환율로 금융 시장은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주가는 1,861.47이었으나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19.6%나 하락해서 1,490대를 기록 중이다. 환율도 8월 29일 1089.0원을 기록한 이후 나흘간 무려 47.7원이나 증가해서 2004년 10월 이후 4년여만의 1,150원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게 요동치고 있다.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로 서민 경제가 골병들고 있으며 경기 침체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2008년 들어 2월 3.6%, 3월 3.9%, 4월 4.1%, 5월 4.9%, 6월 5.5%, 7월 5.9%, 8월 5.6% 등으로 상승폭이 커지다 국제 유가의 하락의 둔화로 8월 들어 약간 환율이 하락하기는 했지만 한국 경제를 여전히 압박하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2008년 상반기 5.3%에서 하반기 4% 아래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에 기여하는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있고 투자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대외 부문에서서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2008년 8월 말까지 한국 경제는 116억 달러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며 지난 7월엔 주식과 채권을 합친 외국인 투자 자금이 96억 달러나 빠져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또한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장단기 외채인 유동 외채가 2,223억 2,000만 달러로 2008년 3월말 대비 61억 9,000만 달러나 급증했다.

급기야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경제의 거시 경제의 상황이 악화되자 한국 경제가 9월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9월 위기설’이 세간에 나돌기 시작했다. 9월 위기설은 9월 중순경 만기가 도래하는 67억 달러 가량인 외국인 투자가의 보유 채권이 일시에 빠져 나갈 것이라는 우려로부터 시장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만기 채권이 일시에 빠져 나감으로서 외환 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1997년 외환 위기와 같은 또 다른 외환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 시장이 요동치게 된 것이다.

9월 위기설은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시장과 경제 주체들의 과민 반응에 의해 증폭된 점이 크다. 거시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금융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외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고조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격한 반응을 보인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9월 위기설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 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난리와 야단법석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오락가락, 이랬다가 저랬다가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7년 대선에서 48.7% 득표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52.4%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이후 5월부터 20%대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더니 6월에는 10%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겨우 20% 초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대통령 인수위 시절 ‘오륀쥐’로 상징되는 ‘영어 몰입 교육’이나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으로 표현되는 재벌 편향적인 경제 정책, ‘고소영(고대·소망 교회·영남 지역 인사) 인사 정책’ 등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2008년 4월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따라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의 무제한적인 수입과 검역 주권의 포기로 촉발된 ‘촛불 시위’로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 실패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고 이들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정책은 올바른 것인데 이것이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되었다거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행위로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왜 사과를 하는지도 모르고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면 된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응했다. 게다가 정책이 실패한 이유가 언론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이라는 둥, 좌파들이 길거리에 나와서 소란을 피우기 때문이라는 둥 남 탓을 하기에 바빴으며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국민들의 요구를 억누르려 골몰했다.

경제 정책에서도 ‘747 공약’(연평균 7% 증가, 1인당 국민 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입성)에 집착하면서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를 거스르면서까지 무리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국민 대부분이 반대하는 ‘대운하’ 건설에 집착하는 경제 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폈다. 또한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대한 계획이 없고 단기적으로 제기되는 국제 유가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 경제의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에 즉흥적이고 설익은 정책을 제시했다.

비전도 없고 위기관리 능력도 없는 이명박 정부의 무능함은 환율 정책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수출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환율 상승을 묵이하거나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정부가 환율 시장에 신호를 보내면서 환율은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 환율 상승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맞물리면서 국내 물가를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뒤늦게 물가 억제를 위해 정부는 다시 환율 시장에 적극 개입해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내리는 정책을 폈다. 몇 달 사이에 정부의 책임 있는 경제 정책자의 발언과 정부의 개입으로 환율은 롤러코스트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책임론이 불거지고 환율 정책에 실패한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차관을 경질하는 ‘대리 경질’을 감행하더니 환율 정책을 주도한 강만수 장관은 자신은 환율 상승과 관련해서 한번 밖에 발언한 적이 없고 환율이 상승하도록 내버려 둔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대리 경질’에 이은 ‘발뺌 정치’를 통해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처투성이로 살아남게 되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살아남기는 했지만 양치기 소년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경제 정책의 신뢰가 사라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은 깊어만 갔고 누구도 정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팽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을 보고 있으며 개그콘서트의 ‘달인’이라는 코너를 연상하게 된다. ‘달인’이라는 코너는 세 명의 코미디언이 나와 인터뷰 형식으로 달인을 풍자하며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유명한 개그이다. 이 코너에서 달인은 ‘16년’ 동안 무엇인가를 전문적으로 수련해서 일정한 경지에 오른 사람으로 형상화 된다. 16년 동안 눈을 한 번도 깜박거리지 않았다는 둥, 16년 동안 간지러움을 안탔다는 둥 달인으로 분한 코미디언은 능청스럽게 16년 동안 자신이 수련한 과정에서 얻은 특기를 표현한다.

그런데 16년 동안 갈고 닦은 특기라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엉뚱한 짓으로 황당하게 특기를 발휘하거나 되지도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자신이 달인임을 내세운다. 게다가 억지 주장으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정당화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달인이 5만여 명의 개를 모아 놓고 개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는 말을 하자 사회자는 그게 가능합니까라고 질문한다. 그러면 달인은 “개에게 책 읽어줘 봤어요? 안 읽어 주었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16년 동안 갈고 닦은 달인이 해보지도 않으며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달인이 아무리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현대 건설의 최고 경영자 출신으로 실물 경제를 충분히 경험했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달인이 한국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개월을 보면 이명박 달인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달인’처럼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안 해봤으면 말을 말세요”라며 우격다짐으로 응수하고 있다. 이 정부가 수행한 정책이 코미디라면 이를 본 관중들은 크게 웃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며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의 승부수는 통할 것인가?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이명박 정부는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거의 상실했다. 그러나 정부 출범이 6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통치력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부의 권력이 여전히 강건하며 절대 과반을 넘어서는 국회의원이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승부수를 띠운 듯하다. 전통적인 우파 지지층의 복원과 경제 살리기 올인을 통해 지지율 회복을 시도하며 강력한 이명박식 경제 정책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는 우군 만들기에 열심이다. 국민 절대 다수의 신뢰를 상실했지만 아직 20%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도 정부를 옹호해줄 우군이 아주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친박연대’를 끌어안고 ‘뉴라이트’와 연대를 강화하면서 전통적인 지지층 회복에 고심하고 있다. 다른 한편 6개월 동안 정부를 괴롭혀온 세력들을 공권력을 남발하면서까지 좌파로 몰아 붙이고 적출하려 하고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송을 장악해서 국민 홍보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는 부유층과 소수 재벌의 지지를 확실하게 회복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민간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소득세 인하와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법인세 인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세 정책은 저부담->고투자, 고소비->고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한국 경제의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감세 정책이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효과를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정부가 근거하고 있는 감세 정책의 기반은 이제는 경제학원론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논리(흔히 래퍼 곡선이라는 것)를 바탕하고 있다. 또한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감세 정책은 이미 역사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제시한 감세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층 회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다시 말해 감세 혜택이 부유층과 소수의 재벌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정부의 감세 정책은 ‘강부자’ 감세라고 할 수 있으며 부유층과 소수의 재벌의 지지를 유도해 내는 효과를 가지게 될 것이다. 감세 정책을 통한 지지층 회복과 경제 살리기는 이명박 정부가 지지율 회복을 위해 던진 승부수의 본질을 정확하게 보여 준다. 힘 있고 돈 있는 소수를 확실한 지지층으로 만들겠다는.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던진 승부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 제시한 정책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기업 민영화, 대폭적인 규제 완화, 서비스 산업 선진화, 한미 FTA 체결, 대운하 재추진 등이 이명박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이 정책들을 통해 현 한국 경제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면 이명박 정부는 4년 반 동안의 통치 기간을 순탄하지는 않더라도 그럭저럭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승부수로 던진 카드만으로 한국 경제의 위기를 돌파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자체가 부유층과 재벌만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 대다수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다. 다시 말해 이명박식 신자유주의 정책은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키고 광범위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가 던진 카드는 대부분 이미 선진국에서도 실패로 판명된 경제 정책들이다. 이미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1980년대 이후부터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 경제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적 정책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양산하는 정책임이 판명났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위기의 원인을 해결책으로 사용하는 극약 처방이다. 그런데 문제는 극약 처방이 경제를 살릴 확률도 아주 낮지만 설령 살린다하더라도 엄청난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고 금융 시장의 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모순은 향후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세계 경제의 위기가 심각해지는 것과 함께 한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부동산 시장의 거품, 막대한 가계 부채 등 한국 경제에 도사리고 있는 지뢰들이 폭발할 가능성은 아주 큰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닥칠 한국 경제의 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승부수뿐만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 치명적인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를 관리하고 해결한 능력이 이명박 정부에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밝지 않으며 이명박 정부의 미래로 마찬가지로 밝지 않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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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 한국 경제 , 경제 대통령 , 9월 위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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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코프스키

    해보지도 않으며 ---> 해보지도 않았으면 아닌가요? 비문 지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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